어김없이 6.25가 다가온다. 1950년 6월 25일에 발발했으니 이제 71주년이 된다.
3년간의 격렬한 전쟁을 치른 나머지 전쟁을 종식시키지 못하고 휴전협정을 맺음으로써 우리는 아직도 이론상 전쟁 중이다.
그런 상태가 71년간 지속되고 있는 지경이니 참담하기 짝이 없고 부끄러운 일이기도 하다. 이 전쟁으로 인해 한반도 분단이 고착화되었다고 할 수 있다. 분단 극복의 끈질긴 노력에도 불구하고 6.25전쟁의 종식은 아직도 갈 길이 험난하다.
6.25전쟁은 우리 민족에게 있어 가장 잔인하고 비극적인 것이었다. 6.25전쟁은 세계대전이라 불려도 아무런 문제가 안 될 정도로 당시 강대국들이 모두 참여했다.
실제 해리 트루먼(H. Truman) 미국 대통령은 전쟁 중 “우리는 한국에서 제3차 세계대전을 막기 위해 싸우고 있다”고 했다. 달리 말하자면 한국전쟁이 제3차 세계대전을 막았을 뿐만 아니라, 대리전을 했다는 것이다. 열강의 이해관계가 뒤엉켜있는 탓으로 6.25전쟁을 공식적으로 끝내기가 더 한층 어려운지 모르겠다.
북핵문제가 있다. 그리고 한반도 비핵화라는 목표가 있다. 비핵평화는 문재인정부의 목표이기도 하거니와 미국 바이든행정부의 대북정책 목표이기도 하다. 지난달 워싱턴에서 성공적으로 개최되었던 한미정상회담에서 두 정상은 공유된 목표, 즉 한반도 비핵화로 나아가기 위한 정책조율을 마쳤다.
특히 두 정상은 2018년에 있었던 판문점 선언과 싱가포르 공동성명에 기초하여 외교를 통해 북핵문제를 해결해나가겠노라는 데 동의했다. 이제 공이 북한으로 넘어간 상황에서 우리는 평양 측의 대응을 기다리고 있다.
북한은 오랫동안 미국에 자신에 대한 적대시정책을 거두라고 주장해왔다. 미국의 대북적대시 정책으로 인해 자신의 안전이 위협받으니 안보를 위해 핵무기를 개발했고, 또한 이제는 포기할 수 없다고 말해왔다.
미국이 적대시정책을 내려놓고 북한의 체제안전을 담보해준다면 자신들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고도화할 이유가 없다고 말해왔다. 북한의 입장은 아직도 변함이 없다. 북미간 싱가포르선언의 제1항이 새로운 북미관계로 되어 있다. 적대와 대립이 아닌 관계를 설정하자는 합의였던 셈이다.
미국과 북한사이의 기나긴 적대관계의 뿌리는 6.25전쟁이다.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새로운 관계’, 즉 정상적인 관계로 나아가기 위해서 그 전쟁의 종식이 필수다. 남북 간의 적대와 대립 역시 그 뿌리는 6.25전쟁이다. 그 전쟁으로 인해 고착화된 분단체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6.25전쟁을 끝내야 한다는 논리가 성립된다. 비핵화도, 항구적 평화도 여기에 같이 뒤섞여있다.
이 맥락속에 종전선언이 자리잡고 있다. 종전선언은 현재의 불안정하고 사실상 시효만료된 휴전체제를 해체하고 평화체제로 나아가기 위한 출발이다. 6.25전쟁의 직접 당사국들인 남과 북, 그리고 미국과 중국의 정상들이 한반도와 동북아의 항구적 평화를 위해 정치적이고도 상징적인 선언을 하자는 것이다. 종전선언에 탄력을 받아 평화체제를 위한 대화를 모색하자는 것이다.
문재인정부 들어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추진하면서 종전선언을 끌어내기 위한 정책적 노력을 기울여왔다. 2018년 한반도 평화프로세스가 속도를 냈을 때 국민적 지지가 전폭적이었다.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것은 대한민국 대통령에게 부과된 헌법적 책무다. 따라서 이를 게을리하거나 반하는 정책을 펼치는 것은 직무유기에 해당된다.
그런데 야당 정치인들과 보수 언론 논객들은 이 정부가 추진해온 종전선언을 고비마다 반대해왔다. 이들은 현 정부가 추진해온 종전선언을 ‘가짜’라고 하고 정략적이라 비판해왔다. 평화란 것도 ‘무늬’만 그럴싸하고 진짜 평화는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북핵 포기, 주한미군 주둔을 강조한다.
사정이 이렇기 때문에 지금은 종전선언을 추진하면 안된다고 말한다. 핵무기로 무장한 북한이 전쟁 야욕을 버리지 않았는데 종전선언을 하면 어떻게 되느냐고 트집을 잡는다. 평화가 없는데 종전선언을 하면 어떻게 하느냐고 반발한다. 결국 이론적 전쟁상태를 계속 유지해야 한다는 말이 된다.
종전선언은 비핵화를 하기 위해 추진되는 과업이며, 평화를 구조화하기 위한 일임을 상기할 만하다. 전쟁은 어떤 것이었건 끝내야 마땅하다. 특히 6.25전쟁같이 동족상잔의 비극적인 전쟁은 총력을 다해 종식시키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실로 민족사적 과제다.
이런 중차대한 과제를 대승적으로 성원하고 총의를 모을 때 전쟁종식의 실마리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정치적 입장이 다르다고 반대할 일이 아니다.
이수훈 경남대 석좌교수·전 주일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