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온천을 소개할 때 신라 진성여왕이 꼭 등장한다. 어릴 적 천연두를 앓던 진성여왕이 이곳에서 온천욕을 하고 씻은듯 나았다는 이야기다. 알칼리성 식염천으로 라듐 함유량이 많아 만성 류머티즘, 관절염, 신경통, 말초 혈액순환 장애, 근육통, 피부병, 소화기 질환 등에 두루 효험이 있다고 한다. 해운대해수욕장을 낀 해운대온천은 해수욕과 온천욕을 한꺼번에 즐길 수 있는 우리나라 유일의 임해 온천이다.
해운대온천은 구남벌에서 솟아난다 하여 구남온천으로 불렸다. 지금 중동 일대는 갈대밭이고, 이 갈대밭에 거북이가 많아 붙여진 이름이 구남벌이다. 신라시대 이래 조선시대까지 유명세가 이어졌다. 조선시대엔 온천욕을 한 관원들이 민폐를 끼쳐 온천원을 막아 버린 일도 있다는 말이 전해질 정도다.
조선 왕도 경성, 조선 제일경 금강산, 그리고 온천은 일제 강점기 일본인들의 조선 관광 핫 아이템으로 꼽혔다. 일본 자본이 해운대온천 일대 근대식 온천 개발에 공을 들인 이유다. 다만 동래온천에 비해 교통이 불편한 게 흠이었다. 1934년 해운대를 오가는 동해남부선 철도 개설은 1935년 온천여관 건립을 이끌었다. 큰 온천 풀과 대규모 공중 욕탕, 유흥장, 6600㎡ 규모 정원이 큰 구경거리였다.
이 가운데 정원은 해운대구청사 안 연못으로 현재까지 남아 있다. 청사에서 사용하는 직원용 샤워실 물은 온천수다. 해운대구청을 빼면 우리나라 어느 구청 직원이 온천수로 작업의 피로를 풀 수 있을까 싶다. 청사 자체가 정원 터에 지어졌으니 해운대온천이 주는 선물을 제대로 누리는 셈이다.
해운대구 중동2로 11 해운대구청 부지는 8621㎡로 지하 1층 지상 6층 건물이 들어서 있다. 일반상업지역인 이 부지의 공시지가는 ㎡당 584만3000원이지만 감정평가액은 1700억 원에 달한다. ㎡당 2000만 원, 평당 6600만 원 꼴로 실제 거래된다면 이보다 훨씬 값이 오를 것으로 보인다. 한마디로 해운대온천 한복판 금싸라기 땅이다.
해운대구가 이 청사 부지를 공짜로 제공하겠다며 이건희 미술관 유치에 나섰다. 2024년 재송동 해운대문화복합센터 인근으로 청사를 옮길 예정인 해운대구는 이곳 활용방안을 고민하고 있었다. 홍순헌 구청장은 “해운대 일대 문화와 관광, 마이스 인프라까지 고려한다면 최적의 입지”라고 강조했다. 박형준 부산시장이 이건희 미술관 부산 유치를 제안한 마당이다. 지방분권과 문화분권 기치에 부지 제공까지 더해졌다. 정부가 답할 차례다.
정상도 수석논설위원 jsdo@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