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만과 불안은 충돌한다. ‘이렇게 살아도 될까?’라는 의문은 불만으로 자리를 잡는다. ‘가난해지는 것이 아닐까?’라는 의문은 불안으로 자리를 잡는다. 불만이 크지만 불안하기에 현실에 묶인다.
행복경제학에서, 행복은 짧은 순간의 감정이다.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좋은 뷰를 접했을 때 느끼는 짧은 시간 동안의 감정이다. 반면 만족은 전체 삶에 대한 인식이다. 그러기에 ‘누구나 행복하지만 아무도 만족하지 않는다’는 문장이 성립하는 것이다. 문제는 행복이 아니라 만족이다. 전체 삶에 대한 만족이 낮기에 투자는 보편적인 것이 되었다.
집 떠난 20살 아들놈과 오랜만에 마주 앉았다. 부탁을 부탁 조가 아닌 말투로 말했다.
“돈 좀 줄 수 있나?” “와?”/ “비트코인 했다가 벼락거지 됐다.” /“얼마 했노?” “10만 원 넣었다가 몇만 원 빼묵고 지금은 엄청 빠짓다.”
“너그 친구들 많이 하나?” “어.”/“비트코인 말고 주식투자 해보는 거는 어떻노?” “….”
주식투자는 예측의 영역이다. 결코 대응의 영역이 아니다. 이것이 주식투자 제 1의 원칙이다. 대응의 영역에서 ‘손절매’라는 개념이 나온다. 명백한 오류다. 손절가 제시는 면피를 위한 안전장치일 뿐이다. 손절개념을 배제한 투자를 구상해야 한다.
규모와 속도는 반비례한다. 규모가 클수록 속도는 느리다. 큰 산의 초입은 경사가 완만하다. 꼭대기에 이르러서야 급해진다. 이와 비슷하게, 멀리 가는 종목은 초기에 느리다. 느리게 가야만 멀리 갈 수 있다. 이런 면에서 주식투자는 노자(老子)적이다.
주당순이익(EPS)보다 주당순자산(BPS)을 중시해야 한다. 주당순이익은 단기적 개념인 반면 주당순자산은 장기적 개념이다. BPS에서 적정주가가 도출된다. 적정주가는 BPS×2이다. 가령 BPS가 10만 원이라면 적정주가는 20만 원이 된다. 그러면 적정주가는 왜 BPS의 두 배인가? 기업의 가치는 유형자산＋무형자산이기 때문이다.
시장의 속도에 마음의 속도를 맞추어야 한다. 마음의 속도만큼 주식은 움직이지 않는다. 주식투자에서 기준은 마음이 아니라 주식시장이다. 마음을 주식시장에 맞추어야 한다. 이것은 어쩌면 수행의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시장을 종목으로 압축해야 한다. 삶의 기대는 분산해야 하지만 투자는 집중해야 한다. 포트폴리오 이론은 시장을 압축할 능력이 없거나 자금의 규모가 클 경우 적용 가능한 이론이다. 시장은 흔적을 남긴다. 시장에 하락압력이 작용하고 있을 경우, 힘없는 종목이 먼저 반응하여 내려간다. 반대로 상승압력이 존재할 경우, 힘 있는 종목이 먼저 튀어 오른다. 보수적 투자여야 한다. 보수적 투자가 결국 더 높은 수익을 가져다준다. 내 몫의 수익이 있다. 내 몫의 수익을 잘 챙기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복잡함은 단순함을 이기지 못한다. 주가는 매출과 영업이익이 급증하는 시기에 급등한다. ‘진실은 복잡함이나 사물의 혼돈이 아니라 단순함에서 발견된다.’(아이작 뉴턴)
배제의 원리를 적용해야 한다. 대시세를 낸 지 10년 이상 지나지 않은 종목은 배제해야 한다. 대시세라 함은 최소 10배 이상 상승한 종목을 말한다. 소형주는 피해야 한다. 신뢰할 수 없기 때문이다. BPS가 하락하거나 정체된 종목도 마찬가지. 생각이 명확히 정리되지 않는 종목은 멀리해야 한다.
“얼마면 되것노?” “음…, 10만 원 정도…”/“열심히 함 해보자. 돈 벌면 소주 한잔 사고”/“…”.
이리하여 아들놈에게 10만 원이 넘어갔다. 그리고 나는, 불만과 불안 그리하여 투자의 시대, 삶의 한때를 짙게 채웠던 동료들과의 벨 에포크(좋은 시절)를 추억하는 것이다.
도서출판 함향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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