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부산메디클럽

[황정수의 그림산책]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

  • 황정수 미술평론가
  •  |   입력 : 2021-05-25 19:25:29
  •  |   본지 21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올해 미술계의 화제는 단연 삼성가 ‘이건희 컬렉션’ 기증일 것이다. 이건희 회장이 세상을 떠나자 재산 상속이 문제가 되었고, 그중의 한 부분이 이건희 개인 소장의 미술품이었다. 결국 오랜 고민 끝에 국가에 기증하는 쪽으로 결론을 냈다. 대부분의 현대미술품은 국립현대미술관으로, 고미술품은 국립중앙박물관 쪽으로 기증하기로 했다. 고미술품 중에 가장 화제가 된 작품은 단연 겸재(謙齋) 정선(1676-1759)의 예술 세계를 대표하는 명품 ‘인왕제색도(仁王霽色圖)’이다.
정선 ‘인왕제색도’. 국립중앙박물관
‘인왕제색도’는 이병철 삼성 창업주가 미술품을 수집하며 처음으로 소장한 작품으로 유명하다. 본래 ‘인왕제색도’는 당대 최고의 서예가이자 고미술 수장가인 소전(素筌) 손재형(1902~1981)의 소장품이었다. 그런데 1958년 손재형이 국회의원에 출마하느라 큰돈이 필요해 매물로 내놓으면서 주인이 바뀌게 된 것이다. 처음부터 한국 미술사에 손꼽는 명품을 얻으며 수집을 시작하였으니, 좋은 수장가가 될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던 것 같다.

‘인왕제색도’는 조선시대의 다른 그림들과 차별화되는 개성의 특별한 작품이다. 이는 1751년 정선 나이 76세 때, 비 갠 후의 인왕산 모습을 그린 것이다. 나무가 적은 바위산 인왕산이 많은 비로 물기를 먹어 바위들이 검은색을 띠는 데다, 굽이굽이 운무가 끼어 묵직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정선은 이러한 인왕산 봉우리의 괴량감(塊量感)을 생동감 있게 담아내기 위해 큰 화면을 사용했다. 조선시대 그림으로는 보기 드물게 세로 79.2, 가로 138.2㎝나 되는 큰 작품으로 정선의 그림 중에서 가장 크다.

그동안 미술계에서는 ‘인왕제색도’를 이웃에 살던 아픈 친구 이병연을 위해 그렸으며, 작품 속에 등장하는 집이 이병연의 집이라는 설명을 해왔다. 그러나 이 작품은 아픈 친구를 위해 바로 그날의 풍경을 단숨에 그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친구를 위해 큰 종이를 준비하여 이런 완전한 구성의 작품을 하였다는 것은 뚜렷한 근거도 없고 논리적으로도 매우 허술하다. 게다가 이 작품은 이병연에게 건네주지도 않았으며, 자신이 소장하다 후손에게 물려주었다. 또한 이와 유사한 작품을 또 그린 적이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더욱 의심스러운 견해이다.

‘인왕제색도’는 화가 정선이 평생 추구해 온 실경산수화에 대한 집요한 탐색의 결실로 정선 예술의 결정체이다. 그는 이 작품에 이르기까지 평생 수많은 그림을 그렸고, 그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오랫동안 구상하여 천하의 명품 ‘인왕제색도’를 이루어낸 것이다. 평소 화첩 그림이나 소품을 주로 해왔던 정선이 이렇게 큰 그림을 그렸고, 작품을 제작한 기년(紀年)을 정성스럽게 반듯이 적어 놓았고, 후손에게 물려 준 것으로 보아도 이 작품이 가지는 의미를 짐작할 만하다. 미술평론가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스쿨존 이제 車 못댑니다…골목 주차대란은 ‘어쩌나’
  2. 2불러도 응답 없는 서구청장…구의회 출석요구 상습 거부
  3. 3정부 ‘집값 고점’ 재차 경고에도…“부산 상승세 이어갈 듯”
  4. 4근교산&그너머 <1238> 함양 지리산 한신계곡
  5. 5전기차 쓰고 남은 전기 되팔 수 있다…정관發 기술 혁신
  6. 6팬심 커밍아웃 부울경 의원들, 윤석열·최재형 띄우기 본격화
  7. 7‘부산 엑소더스’ 경남행 289% 급증
  8. 8폭염에도 꽃밭 사진은 포기 못 하지
  9. 91900명 육박…또 최다 확진
  10. 10“후드티 입은 K-좀비들의 습격…색다른 공포”
  1. 1팬심 커밍아웃 부울경 의원들, 윤석열·최재형 띄우기 본격화
  2. 2여당 대선 경선, 부산 표심은 박재호·전재수에 달렸다?
  3. 3박형준 시장, 야권 대권주자에 연일 ‘부산 세일즈’
  4. 4재정분권 7 대 3 무산…지방소비세율 인상폭 4.3%P로 후퇴
  5. 5박병석 의장 “부산엑스포 국회도 적극 돕겠다”
  6. 6최대 5배 배상 ‘언론중재법’ 여당 강행…야당 “집권 말 언론에 재갈”
  7. 7이낙연 “날치기? 할 말인가” 이재명 “사면 왜 말 바꾸나”
  8. 8청와대 “남북통신선 복원, 평화 출발점”…야당 “북한 치트키 쓰려는 문 정권 잔꾀”
  9. 9윤석열 부산일정 키워드 #지역현안 #민주화성지 #민생
  10. 10김두관 여당 모두 까기…김태호 공존의 행보
  1. 1정부 ‘집값 고점’ 재차 경고에도…“부산 상승세 이어갈 듯”
  2. 2전기차 쓰고 남은 전기 되팔 수 있다…정관發 기술 혁신
  3. 3‘부산 엑소더스’ 경남행 289% 급증
  4. 4SKT, 창원 국가산단에 5G·AI 기반 스마트공장 개소
  5. 5‘SPC삼립 카페스노우’ 신상 디저트 출시
  6. 6부산은행 일자리 으뜸기업 선정
  7. 7폭염에 시金치…작년보다 가격 76% ↑
  8. 8작년 부산 수출기업 감소율 전국 최고
  9. 9주가지수- 2021년 7월 28일
  10. 10부산시- ‘오시리아 루지’ 벌써 10만 명 탑승…9월 롯데월드 신세계 열린다
  1. 1스쿨존 이제 車 못댑니다…골목 주차대란은 ‘어쩌나’
  2. 2불러도 응답 없는 서구청장…구의회 출석요구 상습 거부
  3. 31900명 육박…또 최다 확진
  4. 4코로나 4차 유행 시국인데 사천시의원 제주 연수 논란
  5. 5참전용사 숭고한 희생…이젠 우리가 ‘위트컴 정신’ 되살릴 차례
  6. 6오늘의 날씨- 2021년 7월 29일
  7. 729일 부울경 구름많고 폭염주의보 지속
  8. 8위기가정 긴급 지원 <7> 전남편 빚 떠안은 김수혜 씨
  9. 9코로나 확진자 1600명대로 소폭 하락… 비수도권 비중 35%
  10. 10[단독] ‘집단 식중독’ 부산 연제구 밀면집 폐업 시도
  1. 1황의조, 드디어 터졌다…김학범호 조 1위 8강행
  2. 2[올림픽 통신] 숨 막혔던 양궁 한일전, 2.4㎝ 명승부에 일본 후끈
  3. 3‘괴물’ 황선우, 자유형 100m 아시아 기록 7년 만에 경신
  4. 4중국·일본 탁구의 벽은 높았다…한국 남녀 잇달아 고배
  5. 5부산 女검객 송세라, 화려한 은빛 찌르기로 세계 홀렸다
  6. 6펜싱男 사브르 단체 2연패 위업
  7. 7태권도 세계인의 스포츠 됐지만, 종주국은 첫 노골드
  8. 8‘괴물’ 황선우, 한국 넘어 아시아 수영 역사도 새로 썼다
  9. 9도쿄 올림픽 한국 메달 현황- 28일 오후 8시30분 기준
  10. 10김경문호 이스라엘과 야구 조별리그 1차전…첫 승전보 기대하세요
국민의힘 대표 후보 인터뷰
나경원
국민의힘 대표 후보 인터뷰
김은혜
강동진 칼럼 [전체보기]
2021년 6월 25일 아침에
한 도시의 리더가 된다는 것
기고 [전체보기]
생활 속으로 들어온 드론, 안전이 최우선 /이상일
공직자에게 필요한 적극행정 /이수영
기명칼럼 [전체보기]
미래 한국을 책임질 창조산업
보편적 복지 vs 기본소득
기자수첩 [전체보기]
토양 오염 별일 아니라는 공무원…파 보고 얘기합시다 /신심범
대표팀 선발은 골든글러브 시상이 아니다 /권용휘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현대음악에 맞는 기보법 필요
국제성을 띤 악기 태평소
도청도설 [전체보기]
화천의 기적
막내형 막내언니들
독자의 소리 [전체보기]
슬기로운 코로나19 대처방법 /신우원
과속은 패가망신 지름길 /박정도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맛집’에 줄서는 당신, 부끄러워 마시라
‘노포’의 조건
사설 [전체보기]
“부동산 시장 안정 달성” 담화, 의지 만으로 되겠나
검찰 불신 자초한 엘시티 수뢰 혐의 공무원 뒷북 기소
여론 광장 [전체보기]
코로나시대 커뮤니티 비즈니스 ‘관광두레’ /조윤미
장재건 칼럼 [전체보기]
국방부 장관의 여섯 번째 사과
동네북 된 공무원 특공
정책 제언 [전체보기]
가상화폐 정책과 블록체인 특구 /김홍배
국가 물류경쟁력과 해운선사 공동행위 /김병진
조영석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필하모니 감상시간
오월의 노래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와인올림픽 ‘아시아와인트로피’
스타일 알면 행복해질 수 있다
특별기고 [전체보기]
‘대한민국 부산호’ 항해가 성공하려면 /오성근
공공콘텐츠 없인 북항 성공 없다 /서의택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백제 산수문전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
  • 2021극지체험전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