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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도설] 추도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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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자에 대한 추도는 인간의 기본 덕목이다. 특히 동양에서는 ‘예(禮)’의 근본으로서 제사가 첫 손에 꼽힌다. 한자로 ‘예(禮)’를 뜯어봐도 ‘제단 시(示)’에 ‘풍성할 풍(豊)’이 결합된 모양이다. ‘예’는 제사를 지낼 때 사람들이 따라야 할 행동과 규칙을 일컫는다. 이는 공자의 영향이 컸다. ‘논어’ 위정(爲政) 편에서 공자는 “살아있을 적에는 예로써 섬기고, 죽으면 예로써 장사 지내고, 예로써 제사 드리라”고 했다.

예를 모르면 아무리 뛰어난 외모와 지략을 갖췄더라도 ‘사람 취급’ 못 받는다. 이는 정치권에서 특히 강조된다. 이른바 ‘추도 정치’가 성행하는 까닭이다. 사람(국민)의 마음을 얻는 것이 최우선 과제이기 때문이다. 공자가 ‘예기’에서 “정치의 정신 가운데 ‘예’보다 소중한 것은 없다”고 한 것과도 일맥상통한다.

어제 봉하마을에서 열린 고 노무현 전 대통령 12주기 추도식에 여야 정치권 인사들이 앞다퉈 참석했다. 특히 야당인 국민의힘 소속 김기현 원내대표와 지도부가 눈에 띄었다. 정치적 대척점에 있던 보수 정당의 원내 사령탑이니 만큼 이목을 끈 것은 당연했다. 김 원내대표는 “통 큰 소통과 진영논리를 넘어선 통합의 정신이 아쉬운 요즘, 그 뜻을 이정표로 삼았으면 좋겠다”고 소회를 밝혔다. 취임 직후 광주 5·18 민주묘지 참배, 지난주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 참석과 궤를 같이하는 소위 ‘통합 행보’로 해석됐다.

그러나 추도의 예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진정성이다. 누구나 인정할 수밖에 없는 진정성의 발현으로 인해 의도했든 아니했든 결과적으로 ‘추도 정치’의 가장 큰 수혜자가 된 이가 문재인 대통령이다. 2009년 5월 노 전 대통령 영결식장 소란 당시 장례위원장으로서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정중히 사과하는 모습이 국민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처럼 꾸밈 없이 자연스럽게 사람에 대한 도리와 예절이 드러날 때 세상은 단번에 됨됨이를 알아차린다. 공자는 제사를 지낼 때와 같은 조심스러운 태도와 공경의 마음을 사람과 사람 사이에도 적용해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김 원내대표의 최근 행보에 아쉬움도 없지 않다. 당선 직후 축하 인사를 전한 문 대통령의 오찬 제안에 대해 “아무 내용 없이 밥만 먹을 수 없다”며 단번에 거절한 것은 곱씹어 볼 일이다. 이 때문에 통합의 정치를 한다며 광주와 봉화를 방문한 진정성을 선뜻 믿기도 쉽지 않다. 내년 대선을 앞둔 보여주기식 ‘추도 정치’ 아닌지 묻고싶다. 아무리 생각해도 죽은 자보다는 산 자에 대한 예의가 먼저인 것 같아서 하는 말이다.

이승렬 논설위원 bungse@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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