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들리는 부산 관련 소식은 온통 우울한 소식 일색이다. “아이를 안 낳는다. 일자리가 부족하다. 청년들이 떠난다. 예산이 모자란다” 등 등. 단기간에 해결할 수 없어 더욱 답답하다. 어느 지인은 “이럴 땐 롯데라도 ‘쫌’…”이라며 애꿎은 롯데 자이언츠를 책망한다. 최근의 우울한 소식 중 청년들의 ‘탈 부산’ 가속화 뉴스가 유독 크게 와닿는다.
지난달 통계청 발표를 보면 올해 1분기 부산의 순유출 인구가 4700명에 달해 지난해 1분기보다 135%나 급증했다. 지역 경제의 활력을 좌우하는 20대의 ‘부산 엑소더스’가 눈에 띄게 증가했다. 1146명이 떠났으니 지난해 1분기(92명 순유출)보다 12.5배다. 목적지는 서울·인천·경기 등 수도권이 4232명으로 압도적이다. 지난해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순유출은 총 1만4347명이다. 이 중 수도권으로 순유출된 인구는 1만3937명으로 97.1%다. 20대(60.5%)와 30대(16.1%)가 차지한 비중은 76.6%나 됐다. 사유별로는 ‘직업’이 67.9%로 가장 많았고 2위가 ‘주택(23%)’이었다.
이것의 의미는 간명하다. “부산은 살기 좋은 도시가 아니다”는 것. ‘살기 좋은 도시’의 첫 번째 조건은 시민의 물질적 생활을 풍요롭게 만드는 것이다. 그렇지 못할 때 할 수 있는 선택은 두 가지다.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떠나거나, 그냥 남거나이다. 떠나는 것이 쉬워보이지만 그렇지도 않다. 지난해 국제신문의 연속 기획기사 ‘청년졸업 에세이’를 보자. 서울 어느 동네 월세방에 신산한 삶을 살고 있는 청년들의 실상이, ‘성공하지 못한 자’라는 자책감으로 귀향을 망설이는 청년들의 한숨이 전해졌다. 가족 품이 그리워 돌아왔다가 다시 떠나가야 하는 아픈 청춘도 많았다.
선택의 기로에서 고민하는 부산 청년들의 속마음을 보여준 조사 결과가 있었다. 당시 부산 청년 인식 조사에서 ‘부산은 청년이 살기 좋은 곳인가’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한 응답자는 18.8%에 그쳤지만, ‘앞으로 부산에 살 생각이 있는가’라는 물음엔 63.5%가 “그렇다”고 답했다. 그렇다면 ‘청년이 살기 좋은 도시’ ‘청년이 돌아오는 도시’로 만들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될까?
단기 처방으로는 답이 없다. 어느 시장도 지난 30년간의 인구 및 일자리 감소세를 막지 못했다. 공공기관 이전, 산업단지 조성, 신혼·청년주택 보급 등도 소용없었다. 긴 안목에서 처방을 내려야 할 때가 됐다. 다시 기본으로 돌아가 자생력을 키우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청년으로 자랄 청소년들에 대한 ‘의식 혁명’이 출발점이다. 적극성과 열정, 포용성, 속 깊은 정 등 ‘부산다움’을 회복할 수 있도록 교육의 틀을 바꿔야 한다. 그리고 부산다움의 밑바탕에는 바다가 자리잡고 있다. 바다야말로 부산다움의 모태다.
그래서 요트에 주목한다. 요트는 노와 모터가 없다. 그 어떤 인공 동력도 없이 오직 바람만을 이용해 항해한다. 요트는 바람이 어느 방향으로 불든 전진할 수 있다. 심지어 요트는 순풍보다 역풍이 불 때 더 빨리 달릴 수도 있다. 상식을 뒤집는 이 원리를 통해 삶의 지혜를 깨닫는 것이야 말로 부산 청소년들만이 누릴 수 있는 특전이다. 살면서 부닥칠 역풍과 순풍까지도 껴안을 용기와 지혜를 배울 수 있다. 부산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올림픽 및 아시안게임 요트경기를 치른 ‘요트의 성지’다. 인프라와 접근성이 좋다.
요트를 예로 들긴 했지만, 본래 목적은 부산 청소년들에게 바다를 알게 하는 것이다. 바다를 아는 것은 부산의 진면목을 알아가는 과정이다. 부산의 청소년들은 너무 가까이 있어서 바다라는 천혜의 자산이 지닌 가치와 그런 바다를 가진 부산의 진면목을 알기 힘들었다. 송나라 시인 소동파(蘇東坡)가 여산을 둘러본 후 “여산의 참모습을 알지 못하는 것은 / 이 몸이 산속에 있기 때문이다(不識廬山眞面目 / 只緣身在此山中)”고 한 것과 같은 이치다.
부산 교육 현장은 바다로 더욱 확장해야 한다. 세계적 무역항인 신항, 국내 수산업 중심지인 부산공동어시장, 국내 해양수산분야 핵심 연구기관인 한국해양수산개발원에 대한 현장체험 교육을 초중고와 대학 필수 과정에 넣어야 한다. 그래야 ‘부산 진면목’을 아는 청년을 키울 수 있다. 부산에 남아서 더 큰 기회와 가능성을 창출할 힘을 기르게 해 주는 일. 그것이 바로 긴 안목에서 부산을 ‘살기 좋은 도시’로 되살리는 방안이다. 시장과 교육감 같은 사람들이 걸어가야 할 정치의 방향이다. 막스 베버의 말처럼 정치인은 결과로 책임지는 직업 아니던가.
상상해보자. 부산 청년들이 모두 ‘요트 조종 자격증’을 가졌다면 어떨까? 그때 부산 청년들의 힘은 이전과 다르지 않겠는가? 요트부터 시작하자. 그리하여 미래 세대에게 활력을 불어넣고 펄떡펄떡 뛰게 만들자. 맞바람을 뚫고 나아가는 저 용맹한 요트처럼, 부산 출신 가수 강산에가 노래한 “거꾸로 강을 거슬러 오르는 저 힘찬 연어들처럼”.
논설위원 bungs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