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본사 2.0’. 이것이 무슨 말인지 궁금하신 분들이 많을 것이다.
한국거래소가 이곳 부산으로 본사를 이전한 지 벌써 16년이 되었다. 그런데도 부산 ‘기업시민’으로서의 책무는 물론 본사 기능마저 뿌리내리지 못했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에 대한 자성으로 부산 본사 기능을 강화할 필요가 있었다. 특히 금융도시를 지향하는 부산시의 발전에도 기여하겠다는 것이 ‘부산 본사 2.0’의 본질이다.
‘부산 본사 2.0’의 첫 작품은 청산결제본부 신설이다. 청산결제본부는 거래소에서 이루어지는 장내 거래의 청산·결제 및 결제리스크 관리뿐만 아니라 장외파생상품의 청산·결제까지 담당하게 된다. 업무의 전문성을 강화하고 크게 성장시키고자 별도의 본부 단위로 조직했다.
청산은 매매 거래 이후 매수자와 매도자 간에 주고받을 매매 대상물의 품목과 수량, 거래 대금을 확정하는 업무이다. 결제는 청산을 통해 확정된 품목과 대금을 매수자와 매도자의 계좌로 동시에 이전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결제리스크 관리는 이 모든 청산·결제 기능이 매일 순조롭게 이루어지도록 감시하고 위험을 사전에 인지하여 제거하는 것을 말한다.
청산결제본부를 신설한 배경은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금융 위기의 상처를 치유하고 재발을 막기 위해 G20 정상이 2009년 미국 피츠버그에 모였다. 여기서 파생상품시장 개혁을 위한 중요한 합의가 있었다. 그 내용은 거래 당사자 간 개별적으로 청산·결제하던 장외파생상품의 거래를 중앙청산소(CCP:Central Counter-Party)로 일원화하는 것이다. 베일에 싸여있던 파생 상품의 거래 규모를 쉽게 파악하고, 결제리스크가 전체 시장으로 확산되지 않도록 관리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었다.
우리나라도 G20 합의에 따라 중앙청산소 역할을 하는 청산결제본부를 새로 만들게 되었다. 금융 위기 이후 해마다 청산·결제 규모가 확대되고 있다. 2009년 하루 49조 원이던 것이 지난해 86조 원까지 불어났다. 중앙청산소의 기능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는 이유이다. 앞으로 우리 청산결제본부가 자본시장의 핵심 인프라로서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청산결제본부 출범은 부산시에 몇 가지 중요한 의미가 있다. 먼저 부산에 거대한 금융 인프라가 들어서게 된다. 금융중심지로 지정된 부산은 매매 체결부터 거래정보저장소(TR), 청산결제까지 자본시장의 밸류체인을 완성해 가고 있다. 모두 52개 대형 금융 회사가 장외청산결제 회원으로 참여한다. 본부 신설로 청산·결제 업무가 확대되면 향후 외국계 금융 회사까지 유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부산시가 추진하는 금융도시 육성의 전략 목표에 한 걸음 더 가까워지는 것이다.
둘째, 부산의 글로벌 위상이 더욱 높아진다는 의미가 있다. 외국의 중앙청산소는 하나같이 뉴욕 런던 도쿄 등 글로벌 금융중심지에 자리 잡고 있다. 이제 부산은 우리 중앙청산소가 위치함으로써 세계 유수의 금융도시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되었다. 주요 선진국들은 청산결제 부문의 중요성을 일찌감치 인식하고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육성하고 있다. 코로나19가 종식되면 해외의 중앙청산소를 초청하여 국제행사를 개최하는 등 부산의 국제 금융중심지 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이어갈 것이다.
마지막으로 부산지역 인재 육성과 고용 창출 효과가 기대된다. 파생상품과 청산·결제기능은 고도로 전문화된 영역이다. 좋은 교육을 받은 뛰어난 인재들이 필요하다. 청산결제본부를 부산에 설립함으로써 젊고 유능한 인력을 부산으로 불러 모으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부산지역 인재들이 거래소의 동량으로 성장하도록 지역사회와 함께 노력해 가겠다.
부산은 조선 시대부터 왜관을 통해 일본과 중국을 잇는 중개 무역의 중심축이었다. 상업 도시의 오랜 전통과 역사를 가진 저력 있는 도시다. 부산을 기반으로 청산결제본부가 글로벌 중앙청산소로 더 크게 성장할 수 있도록 지역사회의 관심과 응원을 바란다.
한국거래소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