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구름은 어머니 같다. 구름은 삶이 힘들 때 어머니를 그리듯 쳐다보는 것이다. 휴식해야 할 때 구름을 쳐다보면서 마음을 달랜다. 구름은 사람처럼 어딘가에 구속받지 않는다. 구름은 자유롭다. 한 자리에 오래 머물지 않고 바람 따라 흘러간다. 흘러가되 흔적도 남기지 않는다. 그저 적막으로 흐르다가 사라지고 또 어느 순간에 나타난다.

파란 하늘의 가운데 혹은 신록의 산골짝에 나타나 고요히 떠 있는 구름은 그 자체로 신비롭다. 구름은 노마드처럼 이동하는 매력이 있다. 구름은 한곳에 머물며 사는 사람들에게 상상으로나마 멀리 떠날 기회를 준다. 그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팍팍한 마음을 위로한다.

구름은 하늘과 조화를 이룬다. 파란 하늘엔 흰 구름, 회색빛 하늘엔 먹구름, 노을 깔린 하늘엔 붉은색 구름이 제격이다. 구름은 태양의 열에 의해 생겨나고 비가 내리면 비와 함께 사라진다. 그래서 비 갠 하늘에는 구름이 적다. 어쩌다 미련이 남아 미루나무 꼭대기에 흰 구름 한두 점 걸려 있다. 걸려 있는 구름을 물끄러미 바라보면 돌아가신 어머니가 생각나 눈물을 적시곤 한다.

예전에 해마다 어버이날이 오면 불효를 면하고자 의무감 같은 것으로 가족과 같이 시골에 계신 어머니를 뵈러 갔다. 아버지를 조금 일찍 여의고 홀로 계셨던 어머니는 늘 외로우셨다. 그래서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날만큼은 어머니도 당신의 어머니 생각이 나시는지 고향에 가보길 원하셨다.

어머니를 차로 모셔 외가로 향하면 어머니는 차 안에서 노래를 부르신다. ‘미워도 한세상 좋아도 한세상 / 마음을 달래며 웃으며 살리라 / 바람 따라 구름 따라 흘러온 사나이는 / 구름 머무는 고향 땅에서 너와 함께 살리라’는 나훈아의 ‘너와 나의 고향’을 늘 구성지게 부르셨다. 아무런 영문도 모르는 아내와 아이들도 어머니의 노래에 맞춰 손뼉을 치면서 외가로 향하던 그때가 생각난다.

외가엔 외할아버지도 외할머니도 외삼촌도 없다. 다 돌아가셨다. 외사촌들도 도회지로 떠나 외가가 있던 터는 밭이 되어 마늘만 무성하게 자라고 있다. 무상함에 차에서 내리지도 않고 마을을 한 바퀴 휘돌고는 화왕산 아래에 자리한 음식점으로 향한다.

거기에서 어머니는 미나리 삼겹살 안주에 소주 한 잔으로 세월의 무상함을 달래셨던 것 같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도 양귀비꽃처럼 붉은 얼굴로 ‘미움이 변하여 사랑도 되겠지…’라며 노래를 계속 부르셨다.

어머니는 바람 따라 구름 따라 흘러온 삶에 달관한 사람 같았다. 미운 세상 좋은 세상 모두가 한세상이라며 웃으며 여생을 살겠다는 노랫가락이 그것을 반증했다. 지금에 와서 지나간 일들을 애타게 아쉬워한들 무슨 소용이 있느냐는 뜻으로 들렸다. 그러면서 구름이 흐르다가 머무는 고향 땅에서 함께 살리라는 것에 방점을 찍고 어머니의 어버이가 계셨던 고향을 그리워하신 것 같다. 나도 흰 두루마기의 외할아버지와 머리를 동백기름으로 빗어 쪽을 진 외할머니가 보고 싶었다.

구름은 왜 고향 땅에서 머물까? 사람이 고향을 그리워하듯 구름도 고향을 그리워하는 것일까? 구름이 머무는 그곳이 구름의 고향이라서 그럴까? 구름도 수구초심(首丘初心) 같은 마음이 있기는 한 걸까? 구름을 보면 인간의 영혼 같다는 느낌이 든다. 구름은 이승의 삶을 생각해 보게 한다. 그런 구름은 무한한 동경(憧憬)을 주기도 한다.

어버이날이 지나갔다. 아버지 어머니 장인 장모 모두 땅보탬이 되셨기에 나는 지금 고아나 다름없다. 생전에 잘해 드리지 못한 것을 후회하는 날이 나이가 드는 만큼 늘어나는 것은 왜일까? 유독 나만 그런 것일까?

어버이날 사방을 둘러보아도 찾아가 효도할 곳도 의지할 곳도 없다는 게 나를 슬프게 했다. 파란 하늘엔 머리에 흰 수건을 두른 어머니 같은 흰 구름만 떠가고 있었다. 5월의 구름을 보면 어머니가 아주 그립다.

시인·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