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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신라대학교 김충석 총장님께 /황경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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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21-05-09 19:09:12
  •  |  본지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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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저는 얼마 전부터 신라대 대학본부를 네 번 방문하게 된 황경민이라는 사람입니다. 이렇게 불쑥 지면으로 편지를 받게 되실 총장님께 먼저 양해의 말씀을 올립니다. 저는 태어나서 단 한 번도 대학총장에게 ‘님’이라는 말을 붙여 쓰지 않았는데 총장님께는 님 자를 붙여 씁니다. 그만큼 긴히 드릴 말씀이 있다는 뜻으로, 앞으로 어떤 대학의 총장보다도 훌륭한 업적을 남기길 바라는 마음에서 ‘총장님’이라고 호칭한다는 것을 밝힙니다.

총장님께 편지를 쓰기 전 예의를 갖추고자 인터넷으로 총장님의 이름을 검색해서 이력을 살펴봤습니다. 총장님께서는 ‘알기 쉽게 해설한 JAVA’등 12권의 책을 집필한 컴퓨터공학부 교수이자 신라대 교무부처장, 종합정보센터장, 기획실장 등 주요 보직을 역임한 대학전문가요 기획가라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대학을 이끌어 갈 역량을 갖추신 분이 총장으로 부임했다는 것은 신라대학으로서는 축복이 아닐 수 없습니다.

먼저 신라대학교와는 그 어떤 관련도 없는 제가 그곳을 찾게 된 이유부터 말씀드리자면 그곳의 청소노동자 51명이 전원 해고되어 농성 중이라는 소식을 접했기 때문입니다. 해고 이유가 학령인구 감소와 코로나 19로 대학 경영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라는 안타까운 소식도 접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제 막 부임하신 총장님께서 대학의 발전과 성장을 위해 충분히 할 수 있는 선택이라고도 생각합니다. 대학교는 많은데 학생수는 점점 줄어드는 게 작금 한국 대학의 현실이니까요.

어쨌든 청소노동자들이 농성 중인 대학본부를 찾아갔고 거기서 그녀들을 만났습니다. 누군 이모 같고, 누군 사촌누나 같고, 누군 젊을 적의 엄마 같은 사람들이 모여 노래를 부르고 밥을 먹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개인적인 SNS를 통해 십시일반 모금한 후원금 70만 원을 전달했습니다. 해고됐다는 소식에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혹시 총장님께서 모르실지 몰라 하나 알려드리자면 지금 신라대학교는 부산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주목 받고 있는 대학이라는 사실입니다.

저는 총장님께 노동자의 권익이 어떠니, 부당해고가 어떠니, 하는 말을 하려고 편지를 쓰는 게 아닙니다. 총장님께서는 취임 후 TV에 출연해 ‘혁신’은 남을 따라하는 게 아니라 구성원들의 ‘소통과 공감’을 통해 이루어진다는 말을 하셨습니다. 제가 총장님께 편지를 쓰는 까닭은 지금이 총장님의 꿈을 실현할 수 있는 최적의 시기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작금 많은 사람들이 신라대학교가 해고된 청소노동자들을 처리하는 방식과 결과에 대해 주목하고 있습니다. 만약 총장님께서 청소노동자들과의 ‘소통과 공감’을 통해 작금의 사태를 아름답게 마무리 짓는다면, 그것은 한국 대학 역사에서 대학구성원 간의 갈등을 가장 조화롭게 풀고 화합한 선례로 남을 것입니다. 지금껏 그 어떤 대학의 총장도 가지 못한 길을 총장님의 첫발이 내딛는 겁니다.

물론 저는 총장님께서 학교법인과 청소노동자 사이 끼여 빼도 박도 못하는 곤란한 처지에 있다는 것도 압니다. 어쩌면 총장님께서 전권을 행사할 수 없는지도 모르지요. 그러하기에 총장님의 첫발은 더 큰 의미를 지니게 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제가 총장님께 들려주고 싶은 시가 하나 있습니다. 독일의 시인 크리스티아네 알러트-비르라니에츠의 ‘환경미화원’이라는 시의 일부입니다.

“네 영혼의 쓰레기는/ 내게 주어진 일이고/ 대개는/ 우리 둘 사이의 관계에서 나온/ 쓰레기도 치운다// 하여 나는/ 차츰 쓰레기가/ 되어 간다”

총장님께서는 이 자조, 이 역설을 아시겠는지요. 쓰레기를 치우던 존재가 쓰레기가 돼 가는 이 부조리, 이 모순을 아시겠는지요. 이 시는 결국 ‘인간’에게 쓰레기로 전락할 것인가, 아니면 참인간으로 거듭날 것인가를 질문하고 있습니다. 저는 총장님이 쓰레기를 치우다가 쓰레기로 전락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총장님께서 설득해야 할 학교법인 이사장께도 이 말씀을 꼭 전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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