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국가는 자신에게 맞는 외교 전략을 세워 이를 수행한다. 그래서 국가는 자신의 국익을 추구하고, 가능한 한 최소의 악을 범하려고 하는 한편, 최대의 선을 추구하려고 고심한다. 정책수립가들은 당시의 국제질서에 가장 적합한 외교 전략을 수립하려고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러한 논리에 비추어본다면 대한민국은 한미동맹을 자신의 외교 전략 최우선 순위에 두어야 한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에서 이러한 외교 전략을 세우고 추구하려고 노력하는지 의문이 간다.
지난 3월 18일 열린 ‘한미2+2회의’에서 북한 비핵화와 대중 공동전략 등이 강구되지 않았다. 다만 미국 국무장관 블링컨이 개별적으로 북한을 “억압적 정부, 중국의 행위를 공격적이고 전체주의적 도전”으로 규정했다. ‘2+2회의’가 채택한 공동성명에서 70년 전 전장에서 피로 맺은 한미동맹이 한반도와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 안보 번영의 핵심 축이라고 재확인했을 뿐이다. 동시에 한미 상호방위조약에 따른 한국 방어와 한미연합 방위태세 강화에 대한 상호 공약을 재확인하는 정도이다.
이 같은 방위 공약은 한미 간 협의를 할 때마다 습관적으로 천명해 온 것에 불과하다. 적극적인 북한 핵-미사일 위협 문제 그리고 중국의 압박에 대한 공동 전략이나 구상이 보이지 않는다. 강경한 미일 공동성명과 크게 대조적이다.
한편 북한 비핵화 문제를 어떻게 다룰 것인지에 대한 깊이 있는 논의가 없었다는 것은 한반도를 위시한 동북아의 장기적 평화와 안정에 절대적 불안 요인이 된다. 한미 공통의 대응 전략이 없음을 의미한다. 양측 장관은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가 동맹의 우선 관심사임을 강조했을 뿐이다. 공동성명에서 북 비핵화란 용어는 보이지 않는다. 미일 공동성명보다 그 격이 훨씬 떨어진다.
이번 대화에서 특별히 지적해야 할 사항은 정의용 장관이 말한 한반도 비핵화의 어설픈 구상이다. “한반도 비핵화를 하면 북한도 우리와 같이 비핵화 하자”는 뜻으로 언급했을 뿐이다. 여기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한반도 비핵화 의도는 미국의 핵우산을 제거하는 동시에 주한 미군을 철수시키는 연계 전략이 있는 것이다. 한국은 30년 전 미군의 전술핵무기를 철수시킨 사실을 모호성 없이 지속적으로 알려야 한다.
한미 양측 장관 회의에서 한국을 둘러싼 압박적인 환경을 어떠한 외교 전략으로 뚫고 나갈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없었다는 것은 고위급 외교안보 회의 중요성을 깎아 내린 것이다. 이러한 결과를 낳은 것은 우리 측에 그 책임이 크다고 생각된다.
최근 존 햄리 CSIS 소장과 함께 조셉 나이 석좌교수가 문재인 정부의 외교와 안보 전략의 불투명성을 분명히 지적하면서 그 위험성도 경고했다.
다음으로 정부 외교팀이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전략적 사항은 인도-태평양 수호 작전에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것이다. 이 지역은 우리의 사활적인 이익(vital interest)이 걸려 있는 해양이다. 우리는 미국 호주 일본 인도가 참여하는 해양 수호 작전에 곧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자유항행권을 확보해야 한다. 블링컨 국무장관은 이 문제에 대해 “한국은 자신의 전략이 있을 것이다”고 전제하면서 협력의 가능성을 한국 측에 강하게 남겨 놓았다. 끝으로 전시 작전권 환수에 있어서 시간을 취하면서 신중하게 검증할 필요가 있다. 외교 전략에 모호성은 더 이상 유효하지 못할 것이다.
부산대 명예교수, 한·유럽연합 포럼 자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