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여의 정규교육과정을 마치고, 사회로 첫 발을 내딛던 날의 혼란스러움을 기억한다. 사회 진입의 첫 관문이었던 ‘입시’라는 거대한 창구는 사회의 기준에 맞춰 살아가지 않으면 낙오될 수 있음을 알게 해준 첫 경험이었다. 개인의 삶에 있어 아무리 유의미한 경험이라 할지라도 제도화된 교육·행정의 시스템이 인정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사회에서 존재할 수 없는 시간임을 알게 되었다. 교육의 목적을 잃고 사회적 분류 기능으로 전략한 교육제도는 내가 사회에서 어떤 위치에 속해 있는지 알려줄 뿐, 제도를 넘어선 다양한 삶의 모습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그럼에도 제도 밖 삶에 대한 불안함에 대학 진학을 택했다. 그리고 올해, 두 번째 휴학을 했다. 학교에 머무를수록 전공에 따른 학문적 소양이 높아질 수는 있으나, 일자리를 향한 실용적 학문을 벗어나지 못하기에 세상에 대한 시선의 폭이 좁아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학에서 배우고 싶었던 것은 학위를 사회 진입 도구로 활용하는 법이 아니었다. 학문을 매개로 사회의 여러 요소들이 개인과 사회에 영향을 미치는 관계성을 깨닫고, 세상을 보다 넓게 보기 위함이었다. 4차 산업혁명, 코로나19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세상에서 더 이상은 누군가 걸어간 자취만을 따라가며 살아남을 수는 없다. 세상을 제대로 볼 수만 있다면, 수많은 혼란 속에서도 스스로 삶의 길을 찾아나갈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실제로 코로나 팬데믹이 시작될 무렵, 주변에서 가장 먼저 만난 불안함은 ‘대학-취업’의 루트를 충실히 따라간 동기, 학교 선배들이 느끼는 위험이었다. 졸업을 앞두고 취업을 준비하던 이들은 기업의 취업문이 닫히자, 갈 길을 잃었다. 취업 외에 다른 삶의 경로를 그린 적이 없었기에 이들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또 다른 분야를 선택하거나, 취업문이 열리기를 기다리는 것 뿐이었다. 코로나가 장기화될수록 선택은 어려워지고 부담은 높아지며 사회적으로 고립되기 시작했다.
이러한 와중에 부산에서는 ‘부산청년 인구 유출, 부산권 4년제 대학 대규모 정원 미달 사태, 청년 니트 증가’ 수년 전부터 산재했던 문제들을 이제야 심각한 문제인 것처럼 드러내기 시작했다. 지역사회와 대학은 산학협력, 일자리 창출을 문제의 해결책으로 내어놓고 있는데, ‘부산’ ‘청년’의 생존이 걸려있다고 했으나 아직까지는 목숨줄이 남아 있는 모양이다. 수년간 야기했던 문제임에도 해결책은 여전히 똑같다. 불안이 기본값이 되어 위험을 위험으로 느끼지 못하는 상태에 이르렀다.
‘진단-처방’의 방식으로 정말 문제가 해결될까? 코로나19가 장기화될수록 비대면·온라인 생활이 일상화되어 세상의 움직임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도구는 발전해나가고 있지만, 나와 내 주변의 움직임을 들여다보는 도구는 퇴화해가고 있음을 느낀다. 때로는 존재하기라도 했었나 하는 의문이 든다.
불안함에, 해야 한다고 생각되는 것들에 파묻히다가도 문득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진다. ‘나는 어떤 생각과 마음으로 하루를 보내고 있는지, 나는 누구에게 영향을 받고 있는지, 또 어디에 영향을 미치고 살아가고 있는지’. 그 속에서 지속적으로 문제가 일어나는 부분은 무엇인지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에 대해 ‘내가 정말 알고 있는 게 맞나’ 의문을 품고, 스스로 더듬거리며 하나씩 물어보며 알아가는 과정을 겪는 것이 불안함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었다. 알고 있던 것에 기대어 해결하려고 했을 때, 해결된 문제는 없었다.
작년 이맘때 어느 마을활동가분이 이야기해주신 이야기가 깊이 남아있다.
“마을에 대해 잘 알고 싶은데, 무엇을 하면 좋을까요?” “아무것도 안 해도 됩니다. 그곳에서 ‘진짜 살아보려’ 하면 됩니다.”
제3자의 시선에 머무른 진단과 처방은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어떻게 하면 잘 바라보고, 제대로 만날 수 있을지, 우리 모두 일상 곳곳에서 마주하는 접점들에 귀를 기울이면 좋겠다. 지역사회 곳곳에서 제대로 바라봐 주기만 해도 제도적 한계는 함께 넘어설 수 있다. 얼마 전 부산 첫 청년센터가 개소한 만큼, 청년들이 불안함에서 벗어나 동료와 지역사회의 곁을 느끼며 자유롭게 삶을 모색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
부산시청년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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