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준 부산시장이 취임한 지도 벌써 한 달이 다 돼 간다. 인수위원회도 없이 곧바로 취임했으니 그의 지난 한 달 행보는 그야말로 강행군의 연속이었다. 1년 간 공백이 있었던 시정을 추스르고 박형준표 큰 그림을 그리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었을 터이다. 하지만 박 시장 앞에 놓인 막중한 과제는 그런 아쉬움을 토로할 여유조차 허락하지 않는다. 어쨌든 그 와중에 새 시정의 윤곽은 어느 정도 드러났다. 고위 간부급 인사와 함께 인수위 역할의 부산미래혁신위원회도 지난 달 30일 공식활동을 마무리했다. 1년 여 짧은 임기를 감안하면 이제부터는 과감한 실행력으로 큰 그림의 세부 모습을 채워나가는 것만 남은 셈이다.
박 시장은 취임과 함께 누구보다 협치를 강조했다. 야당 시장이라는 현실적 문제도 작용했겠지만, 무엇보다 부산이 처한 어려움을 극복하려면 다양한 형태의 협치가 불가피한 까닭이기도 하다. 실제 지난 한 달간 그는 눈에 띄게 협치 행보를 보여줬다. 특히 인접 광역지자체장들과의 잇단 만남을 통해 강한 협치 의지를 드러냈다. 부산미래혁신위 초청강연 형식을 통해 김경수 경남지사와 송철호 울산시장은 물론, 권영진 대구시장도 만났다. 김 지사 및 송 시장과는 부울경의 가장 큰 화두인 메가시티 협치에 한 목소리를 냈다. 권 시장과도 그간의 불편한 관계를 털어내고 가덕신공항과 물 문제 등의 상생 협력을 논의했다.
“수도권 일극체제에 대응해 국가균형발전을 이뤄내겠다.” 지난 달 16일 부산을 방문한 김 지사와 박 시장이 손을 맞잡고 다짐한 말이다. 반가운 일이다. 부산시장 공백 시절 김 지사 주도로 동남권 메가시티 논의가 활발했으나 부산은 뭔가 소외된 느낌이 없지 않았다. 야당 소속 박 시장이 당선되며 자칫 동남권 메가시티 논의가 더뎌질 우려가 없지 않았지만 기우였다. 박 시장 또한 “정치는 정치고 행정은 행정이다”는 당시 김 지사의 말에 공감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공항 하나로 서로 불편한 그런 어리석은 시대는 끝내야 한다”는 권 시장의 언급 또한 박 시장의 적극적인 협치 의지가 이끌어낸 성과라고 할 만하다.
영남권 시도지사와의 협치와 함께 시정 협치도 시험대에 올랐다. 박 시장은 지난 달 26일 부산시의회에 처음 출석해 협치를 천명하며 여당 의원들에게 협조를 당부했다. 여당이 장악한 시의회 도움 없이는 시정을 제대로 펼치기 힘든 상황이니 당연한 요청이긴 하다. 그러나 “시민 행복을 위해 따끔한 질책도 달게 받겠다”는 다짐이 허언이 안 되려면 박 시장의 실행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가덕신공항, 2030 월드엑스포, 동남권 메가시티 등 굵직한 전임 시장 시절 주도 사업을 차질 없이 이어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은 그런 의지의 표출일 것으로 믿는다. 향후 박형준표 정책 시행 과정에서도 이 같은 열린 소통 정신이 계속 유지되길 기대한다.
아쉬운 점도 없지 않다. 협치란 상대가 있기 마련이다. 부산시의회에 협치를 당부했듯 박 시장은 국정 협치의 또 다른 파트너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최근 박 시장을 비롯한 서울 대구 경북 제주 등 국민의힘 소속 5개 광역단체장이 아파트 공시가 결정권한을 지자체에 이양하는 등의 건의를 한 것은 논란의 여지를 남겼다. 공시가 관련 건의 내용 중에는 새겨 들을 부분도 있긴 하다. 그러나 공시가 결정권한을 지자체에 완전히 이양하는 문제는 신중히 접근해야 할 사안이다. 부산과 서울시장에 야당이 당선되면서 정부에 나름의 목소리를 내는 것이야 탓할 일이 아니다. 그러나 과거보다 세진 야당의 힘만 믿고 무조건 밀어붙이겠다는 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
얼마전 문재인 대통령의 부산 서울시장 초청 오찬에서 박 시장이 이명박 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 사면을 건의한 것 역시 적절치 못했다. 대통령이 협치를 위해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두 야당 시장을 이례적으로 초청했으니 여러 현안이 주제로 오를 수는 있다. 그러나 두 전직 대통령 사면은 여전히 상당수 국민 정서가 용납하지 못하고 있다. 큰 틀에서 보면 사면 또한 협치 실행의 한 방편이긴 하나, 오찬 자리에서 언급할 만한 사안이었는지는 의문이다.
‘1년 짜리’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는 박 시장의 향후 구체적인 시정 방향이 어디로 향할지는 미지수다. 거기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대선까지 치러진다. 야당 시장으로서 어떤 형식이든 정치적 소용돌이에서 자유롭기가 어렵다. 이런 까닭에 취임 후 한 달 간 보여준 협치 의지가 임기 말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결국 이런 의구심을 불식시키는 것은 그의 몫이다. ‘정치와 행정’ 사이에서 오락가락 해서는 ‘1년’ 꼬리표를 떼기 쉽지 않을 것이다. 그가 원하는 재선에 성공하려면 답은 자명하다. 당색이 아니라 오직 부산의 미래만을 시정의 중심에 둬야 한다는 것이다.
논설실장 jjk@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