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박하지만 임팩트가 강한 미술관’은 부산시립미술관 ‘이우환 공간’의 콘셉트다. 세계적인 현대미술가인 이우환 작가가 작품 13점을 기증하고 건물 설계안을 직접 제시하며 내놓은 바람이기도 하다.
2015년 4월 개관한 ‘이우환 공간’ 뒷이야기 한 토막. 대구시와 광주시 등 이 작가 이름을 내건 미술관을 건립하겠다는 제안이 여러 곳에서 있었다. 그 가운데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을 빼놓을 수 없다. 이 회장과 이 작가는 서울대학교 사범대부설고교 선후배 사이다. 2004년 이 회장이 서울에 리움미술관을 개관할 때 이 선생에게 여러가지 조언을 구했다고 한다. 이 회장이 선배인 이 작가에게 미술관을 세우면 어떻겠느냐는 뜻을 전한 건 당연한 일로 여겨진다.
2013년 이 작가와 당시 허남식 부산시장이 ‘이우환 공간’을 짓기로 약속하면서 입지 논란은 마침표를 찍었다. 47억 원을 들인 이곳엔 BTS의 리더 RM이 방문하는 등 이야깃거리가 쌓이고 있다. 이 작가가 부산을 선택한 건 경남중 출신이고 누나와 여동생이 거주하는 곳이란 점이 한몫했다. 이를 전후해 이어지는 이 회장 부인 홍라희 여사와 이 작가와의 돈독한 인연도 눈길을 끈다. 앞서 이 작가가 건강악화로 삼성서울병원에서 입원 치료받았는데 이를 홍 여사가 주선했단다. 홍 여사는 또 ‘이우환 공간’의 효율적인 관리를 위한 운영위원을 맡아달라는 이 작가 부탁을 흔쾌히 수락했다.
박형준 부산시장이 부산에 이건희미술관을 유치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 회장이 평생 수집한 미술품 2만3000여 점을 유족들이 기증하기로 했고, 문재인 대통령은 “별도의 전시실을 마련하거나 특별관을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해달라”고 지시한 마당이다. 박 시장은 ‘이건희미술관, 부산에 오면 빛나는 명소가 됩니다!’는 제목의 페이스북 글에서 ‘또 서울이라니요?’라며 재개발 사업이 한창인 북항을 후보지로 꼽았다.
마침 유족들은 해운대구 장산 일대 토지 3만8000㎡를 해운대구에 기부했다. 이 회장은 부산교대 전신인 부산사범 부설초등학교를 다녔고, 강서구에 삼성자동차 공장을 세웠다. ‘사업보국’에 이은 ‘문화보국’이 이 회장의 유지라면 이건희미술관 입지도 공론화는 당연하다. 문화야 말로 분산과 다양성을 자양분으로 성장한다. 문화분권은 이 시대의 화두다.
‘이우환 공간’이 부산에 들어선 이유로 이 작가의 마음을 사는 일, 행정의 든든한 지원, 그리고 작품 제작에 필요한 철 재료 기부 등 민간의 후원이 꼽힌다. 이건희미술관 유치에 나선 박 시장이 곱씹어야 할 대목이다.
정상도 수석논설위원 jsdo@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