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친구들과 보궐선거 얘기를 하다가 섬뜩한 느낌을 받았어요. 지지 후보 판단 근거가 포털 기사와 그것에 딸린 댓글 내용과 너무 비슷하잖아요. 진짜 자기 생각인지, 댓글로부터 세뇌된 것인지 모르겠어요.”
지난 7일 치러진 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생애 첫 투표를 한 대학 1학년짜리 둘째 아이와 주말에 나눈 대화 중 일부다. 조금만 더 이어가 보자.
“그게 그렇게 섬뜩하고 놀랄 일이야?” “그럼요. 거의 막말 수준인 댓글 내용을 되풀이하면서 자기 주관인 줄 착각하는 것 같았어요.”
“그럼 넌 어떻게 친구들과 다른 생각을 갖게 됐어?” “저야 포털 기사도 보지만, 지역신문도 읽고, 미처 종이신문을 못 봤으면 모바일로도 찾아 읽거든요. 지역방송 뉴스도 자주 보고요. 그러다 보니 서울의 보수 성향 언론들이 부산 실정과 부산시민의 바람은 무시하고 내보내는 기사들이 민심을 얼마나 왜곡하는지 알게 됐거든요. 가덕도 신공항 건설과 특별법 제정 관련 기사가 쏟아질 때 포털에 올라온 기사 대부분이 서울 보수 언론들의 부정적 기사 위주였고, 그때부터는 진짜 실망하고 포털 뉴스란을 피하게 됐어요.”
듣고보니 그랬다. 당시 가덕신공항 관련 서울지역 언론들의 보도 행태는 지역민 입장에서 보면 참담한 수준이었다. 그리고 그런 시각을 담은 기사들이 포털의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그렇다면 전국민이 애용하고, 가치 중립적이어야 할 네이버 다음 같은 포털에서 어째서 이런 이해하기 힘든 일들이 빚어질까? 결론은 ‘알 수 없다’이다. 이에 대한 집중 탐사보도가 지난달 MBC ‘스트레이트’를 통해 방영되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명쾌한 해답은 얻을 수 없었다. 다만 막연히 ‘그런 것 같다’는 느낌만 받았던 포털 뉴스란의 보수 편향성의 단면은 드러났다. 일정기간 보수성향 기사를 지속적으로 검색한 아이디(ID)와 진보성향 뉴스를 검색한 아이디(ID) 사용자 모두에게 포털의 인공지능(AI)은 보수성향 기사를 주로 추천한다는 것이다.
이쯤 되면 “뉴스 편집은 AI가 수행하는 것이지 사람이 관여하지 않는다”는 포털 측 주장에 의구심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문제는 AI에 적용된 알고리즘이 공개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외 전문가들은 현재로선 AI의 가치중립성과 객관성을 믿을 수 없다고 본다. 페이스북(facebook)은 이미 지난해부터 이런 AI의 한계를 인정하고 북미시장에서 뉴스편집 전담팀을 꾸려 양질의 기사를 전면에 배치하기 시작했다. 마크 저커버그 CEO의 “뉴스편집을 알고리즘에만 맡길 수 없다. 뉴스편집이 컴퓨터로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는 말이 무겁게 다가온다. 뉴스편집권을 AI에게 맡겼다며 책임을 회피하는 국내 포털들과 확연히 대조된다.
보수·진보 편향성 못지않게 ‘지역 대 수도권’의 불공정성 역시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실제로 포털 뉴스 주요 페이지에 지역 관련 중요 논의사항이나 주제를 지역의 입장에서 깊이 있게 쓴 지역 언론의 기사가 걸리는 일은 찾아보기 힘들다. 여전히 국민의 절반가량이 살고 있는 지역의 목소리를 외면하는 포털은 완전히 개방된 문이 아니다. ‘포털(portal)’이라는 어휘가 ‘관문’ ‘정문’ ‘현관문’ 등을 뜻하는 말이고, 인터넷으로 들어가는 관문이라는 의미로 포털사이트라고 했다면, 이런 현실은 비정상이다.
이제 다시 포털을 생각한다. 과연 포털은 권력인가, 아닌가? 현재의 대답은 ‘예스(Yes)’이다. 뉴밀레니엄을 반년가량 앞둔 1999년 6월과 7월 경쟁적으로 문을 연 네이버와 다음이라는 국내 양대 포털은 불과 20년 만에 거대 공룡기업이 됐다. 국민 의식 지배력 또한 막강해졌다. AI라는 정체 모를 편집자를 동원한 뉴스 유통으로 국민 의식에 영향력을 미치는 포털이야말로 ‘1984(조지 오웰 저)’의 ‘빅 브라더’요, ‘멋진 신세계(올더스 헉슬리 저)’의 ‘포드 경’이라 할 만하다. 비대해진 권력은 분산돼야 마땅하다. 지방자치가 부활한지 27년째지만, 포털의 중앙집중식 권력화는 더욱 공고해지고 있다. 페이스북과 저크버그를 보라. 스스로 변화하지 않는다면 이용자들이 돌아서는 수밖에 없다. 그것이 AI에 세뇌당하지 않는 길이다. 그리고 더 공평하고 친 지역적인 새로운 포털을 만들어야 한다. 정치권력이 그랬듯이 ‘포털 권력’ 또한 분권을 좋아할 리 없다. 허나 영원한 권력이 없듯이 영원히 잘 나가는 포털도 있을 수 없다. 1995년 설립된 세계 포털사이트의 효시이며, 26개국에 지사를 냈던 지구촌 최대 포털 야후(Yahoo)도 몰락했다. 지난달 한국언론진흥재단의 ‘한국 언론과 포털 뉴스서비스’ 보고서를 보면 국내 양대 포털의 PC 및 모바일 뉴스 이용률과 건수가 급격히 줄어드는 추세인 것으로 드러난 것은 그나마 유의미한 조짐이다. 야후의 길을 걷지 말라는 법도 없지 않은가?
논설위원 bungs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