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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도설] 레이 찰스 어게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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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미국 남동부 조지아주의 주도 애틀랜타에서 열린 하계올림픽은 상업주의 광풍과 유치 과정의 로비설 등으로 역대 최악의 올림픽 중 하나로 평가됐다. 대회 기간 중에는 시내 공원에서 폭탄 테러까지 발생해 사망 2명 부상 111명의 인명 피해를 낳았다. 9년 후 체포된 범인의 범행 동기는 반 낙태·반 동성결혼주의였다. 이른바 ‘혐오범죄’였던 것. 감동도 없지는 않았다. 개막식 성화 점화 최종 주자로 당시 파킨슨병을 앓고 있던 흑인 복서 무하마드 알리가 나선 것과 폐회식에서 조지아 출신 흑인 맹인 가수 레이 찰스의 노래 ‘조지아 온 마이 마인드(Georgia On My Mind)’가 울려 퍼진 것이다. 특히 레이 찰스의 노래가 연주되는 동안 관중과 선수단이 폭탄 테러 희생자들을 추도하며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 세계인의 심금을 울렸다.

그런데 이 노래가 폐막식에서 연주되기까지 결코 순탄치 않은 갈등과 화해의 과정이 있었다. 늘 마음 속으로 고향 조지아주를 그리워 한 레이는 1960년 이 노래를 발표했다. 흑인 특유의 정서가 밴 ‘소울 & 블루스’ 리듬이 강한 이 곡으로 그는 데뷔 후 첫 빌보드 싱글차트 1위에 올랐고, 최초의 그래미상 수상이라는 영예도 안았다. 하지만 정작 고향의 반응은 싸늘했다. 레이 찰스가 인종차별에 반대하며 조지아주 어거스타 공연을 취소하자 주 정부가 평생 공연금지 조치를 내린 것이다. ‘괘씸죄’였다. 갈등은 그가 인종을 뛰어 넘어 모든 미국인들의 국민 가수로 성장한 이후인 1979년에 가서야 풀렸다. 조지아주가 ‘레이 찰스’에게 공로상을 수여하고 ‘조지아 온 마이 마인드’를 주 공식 노래로 선정한 것이다.

애틀랜타는 백인 농장주와 흑인 노예의 관계를 잘 보여준 마거릿 미첼의 소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배경이자, 흑인 인권 운동가 마틴 루터 킹 목사의 고향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지난 17일 또다시 연쇄 총격 사건이 발생해 한국계 여성 4명 등 아시아계 여성 8명이 숨졌다. 이번 사건의 범행 동기가 아시아계에 대한 ‘인종 혐오’라는 정황이 드러나면서 지난 주말 미국 전역에서 ‘혐오를 멈추라(Stop Hate!)’는 시위가 벌어졌다. 20일 이곳을 방문한 조 바이든 대통령의 언급이 아니더라도, 지독한 인종 차별과 혐오 범죄를 뿌리뽑지 못한다면 애틀랜타시와 조지아주, 나아가 미국의 명예까지도 바람과 함께 사라질 수 있을 것이다. 레이 찰스를 다시 부를 때다.

“조지아 조지아, 여기선 평화를 찾을 수 없다네, 오직 하나의 그립고 달콤한 멜로디가, 나의 마음을 조지아로 끌어 당기네.”

이승렬 논설위원 bungse@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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