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2명의 음악가에게 세계인의 관심이 쏠렸다. 첼리스트 요요마(66)와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43).
먼저 화제가 된 이는 그래미상 18회 수상에 빛나는 ‘첼로의 거장’ 요요마다. 그는 현지시간으로 지난 13일 미국 매사추세츠주 피츠필드의 버크셔 커뮤니티 칼리지 체육관에서 코로나19 백신 2차 접종을 했다. 접종 직후 요요마는 첼로를 꺼내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 1번과 슈베르트의 아베 마리아 등 대중들에게 익숙한 곡들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백신 접종을 하느라 어수선하던 체육관에 갑자기 감미로운 첼로 선율이 흐르자 일순간 실내가 고요해졌다. 거장의 ‘깜짝 선물’에 감동한 현장 의료진과 주민은 “정말로 치유가 되는 기분이었다”며 열렬히 박수를 보냈다. 요요마가 전하고자 한 것은 ‘감사의 마음’이었고, 그의 진심어린 위로는 제대로 전달됐다.
하루 뒤인 14일의 주인공은 리처드 용재 오닐이었다. 그는 제63회 그래미 어워드에서 ‘베스트 클래식 기악 독주’ 부문을 수상했다. 한국 전쟁 고아 출신 미국 입양 소녀의 아들로 태어나 워싱턴 주의 소도시 세큄(Sequim)에서 어렵게 자라며 “나의 재능은 감사하는 마음”이라던 용재 오닐이 ‘사고’를 쳤다. 그의 그래미 수상은 한국계 클래식 악기 연주자로는 최초다.
요요마와 용재 오닐은 세상이 조금이라도 나아지길 바라며 공익적 연주활동을 쉬지 않는다는 점에서 특히 닮았다. 2018년과 2019년 6개 대륙 36개 도시에서 전개된 요요마의 ‘바흐 프로젝트’가 그렇고, 2013년부터 진행된 용재 오닐의 ‘다문화 청소년 오케스트라 프로젝트’가 그렇다.
‘연주자는 악기의 성격을 닮는다’고 했던가. 중저음을 연주하는 첼리스트는 편안하게 기대고 싶어지는 이웃집아저씨 같다. 현악 4중주나 교향곡 등에서 중간 음역을 담당하는 비올리스트는 중재자의 역할을 맡는다. ‘사람의 목소리와 가장 닮은 음색의 악기’로 통하는 비올라는 스스로 주인공이 되기 보다는 늘 이웃 악기들과의 조화를 위해 애쓴다. 너무도 인간적인 따뜻함의 소유자로 유명한 요요마와 용재 오닐의 ‘늘 감사하는 마음’이 악기의 성격과 비슷하다고 한다면 비약일까.
1년여 만에 260만 명 이상이 숨지는 팬데믹 속에서도 어김없이 새 봄이 왔고 꽃은 피었다. 살아서 이 봄을 느낄 수 있음에 감사하는 오늘이길 기원해본다. 요요마와 용재 오닐처럼, 세상에 도움 되는 작은 실천을 할 수 있는 내일이기를 희망해본다. ‘춘래불사춘’ 타령은 이제 그만 멈추고서 말이다.
이승렬 논설위원 bungs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