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나라가 천하를 통일하는데 재상 공손앙(기원전 390~338년)의 인구정책이 한 몫했다. 공손앙은 경제력과 군사력을 높이는 방책으로 ‘가구 쪼개기’를 추진했다. 3,4대가 한 가구였던 것을 장정 한 사람이 한 가구를 꾸리도록 했다. 불어난 가구에는 놀고 있는 땅의 개간권을 줬다. 늘어난 가구는 5~10가구 단위로 조직·관리했다. 황무지였던 국토는 옥토로 바뀌고 농업 생산량이 급증했다. 덩달아 늘어난 인구는 전시동원체제를 갖췄다. 진나라 부국강병책의 핵심은 인구였다.
공자(기원전 551~479년)도 정치의 목표는 인구와 경제에 있다고 강조했다. 논어에서 정치가 ‘인구와 경제적 풍요, 교육’을 지향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여기서도 근간은 인구이다. 인구는 생산과 소비의 주체이다. 국가를 구성하고 유지하는 핵심 요소이기도 하다. 2000여 년 전 전국시대에 종지부를 찍은 진나라의 승부수는 인구정책이었던 셈이다.
지금 한국은 인구문제의 늪에 빠져 들고 있다. 인구의 감소와 고령화, 수도권 편중이라는 3대 과제이다. 하나같이 전례를 찾기 어려운 속도로 진행된다. 정부의 관련 통계를 보면 가히 ‘국란급’이다. 지난해 출생아 수보다 사망자 수가 많은 인구 데드 크로스가 시작됐다. 지난해 3분기까지 인구 1만4000여 명이 줄었다. 생산연령 인구는 이미 2016년 정점(3760만 명)을 찍은 뒤 급속히 추락하고 있다. 정부는 ‘초저출산·초고령사회 진입’이라고 표현했다. 일할 수 있는 젊은 사람은 줄어들고 부양해야 할 노년층은 늘어나는 ‘인구 오너스기’가 본격화 됐다는 분석을 보탰다. 지난해 10월 기준으로 수도권 인구는 2603만여 명으로 비수도권 2580만여 명보다 22만여 명 많았다. 2019년 말 수도권 인구는 비수도권을 처음으로 1만 명 추월했다. 이후 매월 2만 명 이상이 수도권으로 이동한 것이다. 인구 감소 속에서 수도권 쏠림이 심화되는 것은 비수도권이 황폐화되어 간다는 뜻이다.
한국의 인구 문제는 규모의 감소와 함께 노령인구가 급증하는 구조의 변화, 특정지역으로 집중되는 공간적 편중문제가 버무려진 복합적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정부도 발 빠르게 대응하는 모습이다. 지난달 확정된 제4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2021~2025년)의 비전은 ‘모든 세대가 함께 행복한 지속 가능 사회’이다. 핵심은 출산과 양육의 부담을 줄이고 고령층이 생산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출생을 늘려 인구 규모를 유지하고 고령층이 급증하는 구조의 변화에 대응해 ‘인구 충격’을 완화하려는 전략이다.
하지만 수도권 인구 편중을 해소하기 위한 대책은 거의 없다. 지역상생기반 구축이라는 항목에 내용도 정책 효과도 불분명한 지역청년 자립 지원과 지역공모사업 우대정책이 달랑 두 개 포함됐다. 지역 소멸의 시계가 갈수록 더 빨리 돌아가는 상황에 대한 정부의 인식이 얼마나 한가한지 보여준다. 정부가 최근 내놓은 ‘제3기 인구정책 TF 추진계획’도 지역은 뒷전이다. 기재부는 지역소멸 대응책으로 수도권 인구와 기업의 지방이전 촉진 인센티브 제공과 지역거점도시 발전전략 등을 포함한단다. 둘 다 세제혜택 수단 등 국가균형발전정책으로 추진중인 사안으로 새로울 게 없다. 더구나 정부의 의지만 있다면 스스로 할 수 있는 2차 공공기관 이전마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으로 가고 있다. 김사열 국가균형발전위원장은 최근 한 언론 인터뷰에서 2차 공공기관 이전 추진 상황에 대해 “언제, 어떤 식으로 할 것인지 아웃라인이 그려진 것은 아니다. ‘(공공기관 추가 이전) 안 하는 거 아니냐’고 하는 분들도 있더라. 그런 생각은 자유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의 종착점이 다가오는데도 이전 대상기관이나 이전 지역과 시기 등이 확정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정부에서 실행은 고사하고 계획확정조차도 불분명하다는 고백이다. 2차 공공기관 이전을 포기한 것으로 보더라도 반박하거나 해명하지 않겠다는 태도가 이를 증명한다.
2차 공공기관 이전의 핵심은 금융기관이다. 금융공기관 노조가 반발한다고 한다. 이들 금융공기관은 대부분 재정당국인 기재부의 영향력 아래 있다. 2차 공공기관 이전에 대한 기재부의 무소신과 비협조가 정책 추진의 걸림돌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런 기재부가 민간 영역인 수도권 인구와 기업의 지역이전을 촉진할 정책을 세우겠다니 믿기 힘들다는 것이다. 그래서 “인구감소·지역소멸·초고령사회 등 인구 리스크에 선제대응하기 위한 실행 계획을 마련하려는 것”이라는 기재부의 설명은 공허하다. 적어도 지역인구정책만 본다면 정부는 비수도권이 말라붙고 쪼그라들어도 대한민국은 건재하고 인구가 늘고 더 잘 살 수 있다고 믿는 것 같다. 이 ‘오만’과 ‘오판’을 거둬들이지 않는 한 정부에 대한 지역의 불신은 더 깊어질 것이다.
서울본부장 kksho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