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초 미국의 ‘금언’ 중에 재미있는 말이 있다. “영국인들이 말한 대로 하지 말고, 영국인들이 했던 대로 하라.” 당시 세계 1등 국가 영국으로부터 진정한 독립을 하기 위해서는 미국도 제조업을 키워야 한다는 의미였다. 즉, 18세기 산업혁명을 이끈 영국이 철저한 보호무역 아래 제조업 우위를 확보한 이후 원활한 원재료 확보와 시장 확대를 위해 자유무역을 설파하고 나섰지만, 이에 속아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영국처럼 보호무역 아래 자국 제조업과 내수 시장을 키워야 한다는 뜻이기도 했다. 초대 조지 워싱턴 정부의 재무장관으로서, 10달러 초상화의 주인공이기도 한 알렉산더 해밀턴의 주창 이래 미국의 이 같은 기조는 1945년까지 이어진다.
영국과 같은 행태를 향해 ‘사다리 걷어차기’라고 통렬히 비판한 이가 독일 역사주의 경제학파의 창시자인 프리드리히 리스트(1789~1846)이다. 그는 1841년 발표한 ‘정치경제의 국민적 체계’에서 “선진국이 후진국에게 자유무역을 권하는 것은 뒷 사람이 올라오지 못하도록 사다리를 차버리는 것과 같다”고 설파했다. 리스트의 주장을 다른 말로 하면 국가나 정부가 자국 경제를 키우고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관세와 보조금 등을 ‘사다리’로 활용해야 한다는 의미다. 동양의 일본을 포함한 제국주의 시대 서구 열강들이 비슷한 기조를 유지해 오늘날 선진국의 지위를 누리고 있고, 현재도 신자유주의가 세계 경제를 지배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제국주의 수탈과 식민 지배를 경험한 인구 1000만 명 이상 국가 중에서 ‘사다리 걷어차기’를 극복한 나라는 한국이 거의 유일하다. 지난 25일 미국 블룸버그 통신은 세계은행 통계를 근거로 한국이 지난해 1인당 국민총소득(GNI)에서 G7 일원인 이탈리아를 추월했다고 보도했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는 K-방역 효과에 힘입은 한국 경제가 지난해 국내총생산 세계 9위 내지 10위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가적 성장과 달리 국민 체감도가 낮은 것은 극심한 ‘양극화’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지난 25일 문재인 대통령이 자영업 손실보상제 법제화를 지시한 것은 주목된다. 재정 건전성 우려가 없지 않고, 형평성 논란도 여전하다. 하지만 감염병 확산 방지를 위한 정부의 강제 영업 조치에 따른 손실 보상을 제도화 하겠다는 것은 소득 감소자를 위한 한국형 ‘사다리 받쳐주기’로 평가할 만하다. 다만 특수직고용노동자 등 코로나19 피해자에 대한 대책도 함께 고민할 필요는 있겠다.
이승렬 논설위원 bungs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