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정부와 산업계는 기후위기 대응에 소극적이었다. 20일 바이든 취임 이후에도 그럴까? 왓슨연구소 등 싱크탱크들은 바이든이 “미국과 지구촌의 기후변화 해결의 목표를 높이고, 미국이 지구촌 기후문제 해결의 운전자(back in the driver’s seat)가 되고자 한다”고 밝히고 있다. 바이든의 미국은 기후정책으로 경제를 복구하고, 중산층을 넓히고, 지구촌의 리더십을 복구하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미국도 안 하는데 왜 우리만?’이라는 말이 이젠 통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취임식 첫날, 파리기후협정 재가입을 시작으로 바이든 기후정책은 어떻게 구체화될까? 또 우리나라에는 어떤 영향을 줄까? 첫째, 바이든은 취임한 후 100일 안에 주요 온실가스 배출 국가들이 참여하는 ‘기후 정상회담’을 소집할 예정이다. 유럽연합 중국 브라질 오스트레일리아 한국도 대상이다. 정상회담을 통해 주요 배출국들의 기후 대응 약속을 더 높이도록 설득하고, ‘기후클럽’을 구성할 것이다. 아울러 석탄 수출, 고탄소 프로젝트에 대한 금융 지원과 보조금 금지를 결의할 것이다.

둘째, ‘탄소조정관세’(carbon adjustment fees)다.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지키지 않는 나라에서 수입되는 상품에 탄소조정관세를 부과한다는 것이다. 탄소조정관세는 미국 중국 유럽연합이 주도하고, 다른 나라들은 따라가는 모양을 취할 것이다. 이 관세는 2023년에 적용될 예정이다.

셋째, 금융기관이 기업에 투자를 할 때 기준으로 활용하는 ‘환경과 사회, 거버넌스’(ESG)에 기후영향을 우선적으로 보고하게 한다는 것이다. 이 조짐은 이미 시작되고 있다. 한국전력공사에 투자한 캘리포니아공무원 연금과 네덜란드 연기금은 한전이 해외 석탄 발전에 투자한다는 이유로 투자를 회수했다. 한전의 사례는 앞으로 우리나라 기업이 맞닥뜨릴 현실이다.

바이든 기후정책은 화석연료에 의존해온 한국에게 매우 위협적이다. 우선 탄소금융을 금지할 때 가장 위험한 나라는 한국이다. 영국의 금융싱크탱크인 카본트래커(Carbon Tracker)는 세계에서 한국이 가장 위험한 석탄 좌초자산을 갖고 있다고 평가한다. 석탄금융 폐지로 우리나라는 1060억 달러(120조 원)의 석탄산업이 무너질 것으로 평가된다,

탄소국경세도 새로운 위협 요소다. 지난해 11월 25일 유럽 철강무역 네트워크 ‘유로메탈’(Euro metal)은 매년 1300만 톤의 철강을 수출하는 러시아가 2023년 8억 달러(약 9000억 원)의 탄소국경세를 지불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러시아의 사례로 볼 때 매년 우리나라 철강도 유럽연합에 1억9000만 달러(약 2000억 원)를 지불해야 한다.

우리나라 철강, 석유화학 등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9년 기준으로 GDP(국내총생산)의 28.8%다. 수출 의존도도 탄소국경세를 주도할 미국(13.5%)과 중국(25.1%)에 편중되어 취약하다.

그렇다면 바이든과 함께 현실화된 기후위기, 어디서부터 실마리를 풀어야 할까? 문재인 대통령은 작년 7월에 74조 원을 투자하는 그린뉴딜 계획을 발표했고, 같은 해 10월에는 ‘2050 탄소 중립’을 선언했다. 그런데 지금 우리 국민은 이를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 왜 그럴까? 시민의 지지를 얻지 못하고, 녹색시장이 없어서다.

바이든 정부는 기후대응을 위해 연방 예산 2조 달러를 책정했다. 그 중 40%인 8000억 달러(약 900조 원)를 기후와 코로나 위기, 경제 위기 피해 시민공동체들을 위해 투자한다. 이렇게 해야 시민이 지지하고, 공동체가 만드는 녹색시장도 열린다. 우리나라도 그린뉴딜 예산의 30% 이상을 시민공동체에게 투자해야 붐이 일어나고 녹색 시장이 열릴 것이다.

탈탄소 전환의 출발을 위해 우리나라 그린뉴딜 전략(playbook)을 시민공동체 중심으로 새로 만들어야 한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푸른아시아 상임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