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크리스마스는 어떤 색일까요. 초록색 트리에 빨간 장식품이 올려져 있겠지요. 눈이 내려 화이트 크리스마스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누군가에겐 블루 크리스마스가 될 수도 있겠지요.

코로나, 그리고 이로 인한 거리두기가 사람들을 서로 떨어트려 놓고 있는 요즘입니다.

엘비스 프레슬리가 부른 블루 크리스마스(Blue Christmas)의 노랫말이 의미가 다르게 다가옵니다. “당신 없이는 블루 크리스마스를 보내게 될 거예요 / 당신을 떠올리며 나는 우울(blue)해지겠죠 / 초록색 크리스마스 트리와 그 위의 빨간 장식들도 / 그대가 여기 없다면 그 의미가 다를 거예요 (I‘ll have a blue Christmas without you/I’ll be so blue just thinking about you/Decorations of red on a green Christmas tree/Won‘t be the same dear, if you’re not here with me)”

얼마 전 한 지인께서 가족 간의 거리두기 이야기를 들려주셨습니다. 가족 중 한 분께서 당분간 지켜봐야 할 대상이 되셔서, 권고에 따라 가족 모두가 집에서도 마스크를 쓰고, 각자의 방에서 식사를 하고, 화장실을 이용하는 시간대도 분리했다고 합니다. 다행히 그 가족 분께는 결국 아무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신종 바이러스로 인한 그동안의 거리두기는 가족 사이에서도 피하기 힘든 것이었겠지요.

거리두기에 대해 모두가 어렴풋한 정도일지라도 각자의 입장을 가지고 있을 것입니다. 솔직한 말을 꺼내보자면 의학과 학생인 저에게는 그렇게 나쁜 상황만은 아닐지도 모릅니다.

녹화영상 강의를 시행한 뒤로는, 더 이상 평일 하루 8시간을 학교에서 교수님의 눈치를 보며 불편한 자세로 한 자리에 앉아있을 필요도 없게 됐고, 학교가 짜준 시간표대로(의학과는 학교에서 시간표를 짜줍니다)가 아니라, 강의 영상의 순서 등을 조절해가며 그 전보다 학생들 본인의 리듬과 흐름에 맞춰 학업을 할 수 있게 되었으니 말입니다. 코로나 이전에도 많은 동기들이 강의실에서 벌어지는 수업보다는 각자가 당시에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공부에 집중했고, 결국 학업 성적이라는 지표로도 긍정적으로 이어진 것을 보면, 코로나19가 만든 지금의 상황이 저와 같은 학생들에게는 오히려 더 자연스럽고 효율적인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거리를 두기 위해 시행한 녹화영상 강의가 오히려 (비록 영상의 순서는 학생들마다 다르겠지만) 전보다 더 수업을 듣게 하고 이로써 학생과 교수님 사이의 거리가 전보다 더 가까워지는 상황에 아이러니가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수전 손택이 지적했듯, 질병은 이겨내야 할 대상이지 낭만화의 대상이 아닙니다. 몇몇 단면에서는 코로나가 빚은 현 상황이 꽤 괜찮아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코로나가 새로운 가능성의 빛을 비춘 곳보다 코로나의 그림자가 드리운 곳이 더 많고, 이 시기를 무탈히 견디는 사람들보다 그렇지 못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는 사실이,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안타까움을 느끼고 숙고하게 만드는 요즘입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기존 의료진에 의대 본과 4학년 선배들까지 코로나19 대응 자원봉사에 나선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의학이란 무엇일까요. 그리고 다 같이 무언가를 이겨낸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공동체의식이란 것은 무엇일까요. 동아대병원이 위치한 우리 동네에는 코로나 때문에 업종을 변경한 식당이 둘 있습니다.

한 식당은 원래 죽집이었던 곳으로, 병원으로의 죽 배달이 어려워지자 중식당으로, 다른 한 곳은 갈치찌개 등을 팔며 30년 장사를 해오다가 최근 도저히 견딜 수 없어 다른 곳보다 낮은 가격의 샤브샤브로 업종을 변경했다고 합니다.

생업전선에 뛰어들어 있다는 건 무슨 의미일까요. 일단 오늘은 이 두 식당에서 포장 주문을 해와 식사를 해야겠습니다.

학부생이고 생업전선에 뛰어들지 않은 저로서는 헤아리기 힘든 것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미약한 저이지만, 그럼에도 모두가 안녕하기를 빕니다. 이번 크리스마스가 블루 크리스마스가 되지 않기를 빕니다. 거리두기를 하는 와중에도, 사람들은 서로 이어져있기를 바랍니다.

동아대 의학과 재학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