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기자는 도시철도법 개정안의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위 통과 소식을 취재했다. 개정안의 골자는 정부가 도시철도 무임승차 손실액을 부산교통공사 등 운영기관에 보전해야 한다는 것이다. 연간 1400억 원에 달하는 무임승차 손실액이 부산교통공사 만성 적자의 원인으로 지목됐던 터라 지역사회의 관심이 컸다.
개정안을 주도한 국민의힘 이헌승(부산진구을) 의원 측이 “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마지막까지 ‘정부’를 설득해 나갈 것”이라는 발언이 목에 걸린 생선가시처럼 이질감이 들었다. 법안 통과는 국회가 하는데, 정부를 설득한다니. ‘동료 의원을 설득한다’가 맞는 것 아니냐고 다시 물었다. 이 의원 측은 “개정안은 여야가 모두 찬성한다. 실제 난제는 기획재정부를 소관하는 기획재정위를 설득해야 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국회가 합의하더라도 기재부를 설득할 수 없다면 여야 합의가 실현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기재부의 도시철도법 개정안 반대 논리는 ‘원인자 부담 원칙’이다. 도시철도는 지역에서 운영하기 때문에 손실도 지역에서 처리하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 손실분은 1984년 시행한 국가 시책에 기인한다. 따라서 ‘진짜 원인자’인 정부가 무임손실을 분담하자는 것이 개정안의 내용이다.
1984년 제도가 시작됐을 때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전체 인구의 4%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전체 인구의 16%에 달한다. 2030년에는 25%, 2040년에는 34%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부산교통공사 등 도시철도 운영기관은 물론 적자를 보전하는 6개 지자체의 손실도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 자명하다. 그 사이 노후 차량 교체와 역사 시설 개선 등 시민의 안전은 무임손실에 밀려 후순위가 될 것이다.
무임손실을 정부가 보전해야 한다는 법 개정안은 이번이 네 번째 도전이다. 두 번은 국토위 소위도 통과 못한 채 폐기됐고, 한 번은 법사위 계류 중에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이번 개정안도 지난 19일 전체 회의에서도 기재부의 요청으로 통과되지 못하고 ‘보류’ 됐다.
무임승차가 노인 복지와 이동권 보장의 취지를 가진 것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노인 복지가 시민의 안전과 맞바꾼 대가라면 ‘아랫돌 빼서 윗돌 괴기’에 불과하다. 정부는 이번만큼은 무임손실에 대한 명확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사회1부 rafae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