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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현의 끼니] 간장게장의 미스터리

  • 박상현 맛 칼럼니스트
  •  |   입력 : 2020-11-04 19:28:02
  •  |   본지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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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장게장. 의심할 바 없는 ‘밥도둑’이며 한국인이 가장 즐겨 먹는 음식 가운데 하나다. 조선 전기의 문신 서거정은 간장게장의 맛을 이렇게 노래했다. “눈 내린 강 언덕에 얼음 아직 남았는데, 이 무렵 게장 가격은 더욱 비싸구나, 손으로 게 발라 들고 술잔을 드니, 풍미가 필탁의 집게를 이기는구나”. 이때 등장하는 필탁은 중국 동진(東晉)시대 문인으로 술 때문에 관직에서 쫓겨날 정도의 애주가였다. 서거정이 굳이 필탁의 집게와 비유한 것은 필탁이 “한 손에는 게 다리를 들고, 한 손에는 술잔을 쥔 채 주지 속에 빠져 생애를 바치면 좋겠다”는 시를 남겼기 때문이다. 고금을 막론하고 간장게장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는 대목이다.
LA타임즈에 실린 ‘소반’의 간장게장
간장게장의 인기는 비단 한국인에게서 그치지 않는다. 서울의 대표적인 간장게장 전문점인 종로구의 ‘큰기와집’과 마포구의 ‘진미식당’은 ‘미쉐린가이드’로부터 각각 별 하나와 플레이트 등급을 받았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이 음식점에는 내국인보다 중국과 일본에서 온 관광객이 더 많을 정도였다. 큰기와집에서는 ‘유커(游客)’라 불리는 중국인이 한 마리에 5만 원이나 하는 간장게장을 두 마리씩 먹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내가 아는 일본인 영화평론가는 진미식당에서 간장게장을 먹고 “간장을 세계화시킨 것은 일본이지만 간장의 맛을 완성한 것은 한국”이라며 기염을 토했다.

그런데 이걸 서양인도 즐긴다?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하기 전까지는 믿을 수 없었다. 미국 로스엔젤레스 코리아타운에는 ‘소반’이라는 음식점이 있다. 이 음식점은 올해 초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하면서 뜻밖의 유명세를 탔다. 배우 송강호와 봉준호 감독 등 관계자들이 시상식 후 ‘소반’에서 축하 파티를 했다는 사실이 국내 언론을 통해 알려졌기 때문이다.

내가 소반을 처음 방문한 것은 2016년이었다. 이 음식점은 이미 그때부터 현지에서 유명한 음식점이었다. 2018년 세상을 떠난 조너선 골드는 음식비평가로서 첫 퓰리처상을 수상한 인물이다. 생전에 그는 LA타임스에 자신만의 섹션을 갖고 있었다. 특히 해마다 101곳을 선정하는 ‘조너선 골드의 101(Jonathan Gold’s 101)’은 로스엔젤레스에서 가장 권위를 인정받는 레스토랑 평가였다. 소반은 2016년 101곳 가운데 한 곳으로 선정됐는데 조너선 골드는 간장게장의 매력에 푹 빠져 있었다. 그는 선정 이유를 이렇게 밝혔다. “소반이 직접 만든 순한 간장에 절인 부드럽고 끈적한 생 게는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짠맛과 감칠맛의 달콤한 충격을 선사한다. 이것은 코리아타운을 방문할 가장 좋은 이유가 된다”. 음식 칼럼니스트의 입장에서 볼 때, 이 정도면 극찬이다.

간장게장의 미스터리를 통해 나는 세계시장에서 한국음식의 영역이 훨씬 빠른 속도로 확장되고 있다는 확신을 가졌다. 그러니 이제 더 이상 ‘Do you know Kimchi?’ 따위의 표현은 쓰지 말기로 하자. 이건 현지인이 듣기에 문법적으로 어색할뿐더러 한국음식에 대한 자존감을 스스로 떨어트리는 행위다. 우린 어느새 그보다는 훨씬 대단한 나라가 되었다.

맛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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