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지키기(일명-서 일병 구하기)’라는 제목의 드라마가 일단락되는 수순을 밟았다. 추석 연휴를 이틀 앞둔 지난달 28일 검찰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 서모 씨의 군 휴가 의혹에 대한 수사 결과를 내놓으면서다.  검찰은 추 장관과 서 씨, 추 장관의 최모 전 보좌관 모두에게 무혐의 결정을 내렸다.

서 씨의 군 휴가 의혹은 복잡하지 않다. 미2사단 지역대에서 카투사로 복무하던 서 씨는 2017년 6월에 모두 23일간의 휴가를 다녀왔다. 민간 병원에서 무릎 수술을 하기 위해서다. 5일부터 14일까지 열흘간 1차 병가를 냈고, 15일부터 23일까지 2차 병가를 썼다. 24~27일 나흘은 정기휴가를 사용했다. 추 장관은 이 당시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대표였다. 추 장관의 최 전 보좌관은 14일 지역대 지원장교 김모 대위에게 전화를 걸어 병가를 한 차례 연장했고, 21일에도 전화를 해 다시 한번 휴가를 연장했다. 김 대위가 근무하던 지역대는 서 씨가 속한 부대의 상급부대다.

사건을 수사한 서울동부지검은 이 과정이 법률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봤다. 검찰은 두 번의 휴가 연장이 전화를 통해 사전 승인이 난 것으로 판단했다. 비록 휴가명령서는 행정적인 문제로 사후에 작성됐지만 서 씨에게 군무이탈의 범의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같은 논리로 추 장관의 군무이탈 방조 혐의 역시 성립되지 않는다. 전화를 통한 휴가 연장 자체가 규정 위반이 아니고, 최장 휴가 기간 30일도 넘지 않았다. 최 전 보좌관이 김 대위에게 전화한 것도 법령을 위반하여 처리하도록 하는 행위가 아니라 단순 절차 문의였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따라서 부정청탁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논리다.

서 씨의 휴가 연장을 구두 승인했다는 김 대위가 진술을 번복했지만 검찰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의혹이 있고, 최 전 보좌관의 전화 통화도 부정청탁으로 볼 여지가 충분하다는 주장이 나오지만 검찰은 추 장관 측에 면죄부를 안겼다. 국민의힘을 비롯한 야당과 보수 언론은 서 씨의 휴가를 ‘엄마 찬스를 이용한 황제 휴가’로 규정하며 집요하게 공세를 펼쳐왔지만, 적어도 법률적으로는 무위에 그치게 됐다. 오히려 “식당에서 김치찌개 먼저 달라고 하면 그게 청탁이냐”며 추 장관을 엄호했던 한 여당 중진의원의 주장이 결과적으로 맞는 말이 됐다. 물론 추 장관이 임명한 검사들이 ‘관대한 잣대’를 들이댔다는 지적도 있기는 하다.

그런데 검찰의 수사 결과는 새 불씨를 남겼다. 검찰은 휴대전화 디지털 포렌식을 통해 추 장관과 최 전 보좌관이 2017년 6월 14일과 21일 카카오톡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은 사실을 확인하고, 내용을 공개한 것이다. 14일과 21일은 최 전 보좌관과 김 대위가 휴가 연장을 위해 통화한 날이다. 21일 문자메시지에는 추 장관이 최 전 보좌관에게 김 대위의 휴대전화 번호를 전달하고, 최 전 보좌관은 김 대위와의 통화 내용을 보고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는 추 장관이 국회에서 ‘휴가 연장에 관여한 사실이 없다’ ‘보좌관에게 시킨 적이 없다’고 공개적으로 말했던 것과 배치된다. 검찰이 추 장관에게 면죄부를 주면서 동시에 거짓말을 했다고 짐작게 하는 하는 내용을 함께 내놓은 것이다. 이를 두고 검찰이 향후 이 수사의 적절성이 도마에 오를 때를 대비한 ‘한 수’라는 등의 얘기도 나온다.

아니나 다를까. 국민의힘과 보수 언론은 이 불씨를 살려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추 장관이 추석 연휴 기간 SNS를 통해 보좌관과 주고받은 메시지는 ‘지시’가 아니라고 주장하자 다시 한 번 일제히 공세를 펴고 있다. 국민의힘은 7일부터 시작된 국회 국정감사장도 적극 활용할 태세다. 이 문제가 이번 국감의 주요 메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별도로 서울동부지검의 수사 결과에 불복해 항고하는 절차도 준비 중이라고 한다. 하지만 국민의힘과 보수 언론의 이런 공세가 ‘득점’으로 작용할 지, ‘실점’이 될 지는 알 수 없다. 적잖은 국민은 추 장관 아들 문제를 둘러싼 여야의 공방 자체를 식상해하고 있다. 갈수록 정략적이고 당리당략적인 싸움에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는 것이다.

사회2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