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대기업의 전국 비중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부산상공회의소가 발표한 ‘2019년도 매출액 전국 1000대 기업 중 부산기업 현황’ 자료에 따르면, 1000위권에 든 기업은 34개다. 2008년 55개를 정점으로 2015년 41개, 2017년 38개 등 감소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34개 기업의 총매출은 31조7845억 원으로, 1000대 기업 전체 매출(2250조9475억 원)의 1.4%에 불과하다. 인천(57조 원상당)은 물론 경남(52조 원상당)에도 많이 뒤진다. 날개 없는 추락을 보는 듯하다.

부산 대기업의 위상이 이처럼 쇠퇴한 가장 큰 원인은 4차 산업 등 미래 신성장 동력을 마련하지 못한 데 있다. 부산의 1000대 기업은 1차금속·자동차부품·화학물질·신발 등 전통 제조업이 다수를 차지한다. 고부가가치 업종은 배기가스 세정장치 개발 하나뿐이다. 반면 일찌감치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4차 산업 육성에 나선 충남은 1000대 기업 수는 부산보다 1개 적지만, 기업당 평균 매출액은 1조8495억 원으로 부산(9348억 원)의 배에 달한다. 산업구조 고도화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본보기가 아닐 수 없다.

코로나19는 기업의 기초체력이 약한 부산에 더 큰 상처를 남길 게 뻔하다. 부산 1위 기업인 르노삼성차(94위)는 가까스로 전국 100위권에 들었지만, 올 들어 자동차 판매량이 급감한 탓에 2020년 순위에선 100위권 유지를 장담하기 어렵다. 코로나 직격탄을 맞은 에어부산은 1000위권 진입 1년 만에 다시 밀려날 가능성이 크다. 다른 기업 역시 사정은 비슷하다. ‘비대면 경제’가 ‘뉴노멀(새로운 표준)’로 부상한 코로나 시대는 산업구조 고도화 지체의 후유증을 더욱 뼈저리게 한다. 이는 ‘코로나 이후’의 위상을 결정하는 요인이기도 하다.

늦은 만큼 더 철저하고, 더 탄탄한 산업구조 개편을 실행해야 한다. 국내 연구개발투자 상위 1000대 기업 수 20개(16개 지자체 중 12위), 지역내총생산 대비 연구개발투자액 비중 1.6%(13위), 인구 1만 명당 연구원 수 48.1명(14위), 연구원 1인당 연구개발투자액 9400만 원(15위) 등등. 저조한 미래지표들을 개선하지 못하는 한 부산에는 미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