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끝나지 않는다. 비단 한국뿐만이 아니다. 전 세계가 방역의 끈을 놓지 못한다.

기후위기에 따른 피해는 코로나19만큼, 아니 그보다 훨씬 크다. 기록적인 장마가 50일 넘게 이어졌고, 적절한 대비와 대응을 하지 못한 탓에 전국 곳곳이 큰 피해를 보았다. 장마가 길어진 것은 바다 온도 상승으로 수증기가 많아진 탓이고, 기록적인 폭우는 곧 폭염 또한 연이어 올 것임을 예고한다.

2019년 11월, 153개국 1만1000명 과학자들은 과학잡지 ‘바이오 사이언스(Bio Science)’를 통해 기후위기 상황임을 경고하고, 전 세계가 즉시 대대적인 대응을 해야 한다고 선언했다.

과학자들은 예측했던 것보다 훨씬 빠르고 치명적인 기후 이상 현상이 이미 진행되고 있고, 권고와 선언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인간 삶의 방식을 바꾸지 않는 이상 위기를 극복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위기를 극복하는 방법은 보편적 가치를 추구할 힘을 가진 사람들이 생기는 것이다. 시민이 깨어나 목소리를 내는 것이 첫째일 테고, 그 목소리를 지속할 새로운 세대가 보편적 가치를 신념과 정체성으로 삼을 수 있도록 돕는 교육을 하는 것이 두 번째이다.

독일의 환경 수도인 프라이부르크는 이 과정이 가능함을 보여주는 사례다. 1970년대 프라이부르크 시민은 독일 정부의 핵발전소 건립을 막아섰다.

인근 마을에 핵발전소를 건립하겠다고 발표하자, 프라이부르크의 아름다운 자연을 해칠 수 없다며 목소리를 냈다. 이후 시민 목소리를 대변할 녹색당 소속 시장을 독일 최초로 선출하며 재생에너지와 친환경교육 등의 정책을 대대적으로 펼쳐 나갔다.

이들은 경제 성장을 위한 핵발전이 아니라 미래세대가 누릴 자연이 더 소중하다고 생각했고, 환경을 지켜내는 세상을 상상하며 새로운 세대를 기르는 환경교육센터 ‘에코스테이션’을 세웠다. 프라이부르크 교육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생명에 대한 이해와 생태적 감수성을 갖는 것이다. 환경교육을 한 지 약 40년, 프라이부르크는 도시 전체가 친환경 공간이 됐다.

최근 본 영화 ‘2040’에도 비슷한 사례가 많다. 호주의 배우이자 감독인 데이먼 가뮤가 제작한 영화인데, 20년 뒤 미래를 인간과 자연이 공생 가능한 세계로 만들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할지 찾아 나서는 다큐멘터리이다. 영화 속 많은 사례 모두는 지금 일어나는 문제를 해결할 최선의 방법을 적용했을 때 어떤 미래가 펼쳐질지 상상해내는 힘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준다.

‘교육의 나라’ 핀란드는 1970년 교육개혁을 통해 행복하고 존엄한 삶의 질을 누릴 수 있는 시민을 길러내는 것을 교육 목표로 삼고 있다. 그 결과, 개인이 처한 어려운 상황은 교육과 복지로 충분히 극복 가능한 사회가 됐다.

핀란드 총리 산나 마린은 자신이 공교육의 수혜자라고 말한다. 2살 때 알코올중독자인 아버지와 이혼한 어머니 밑에서 자랐고, 가난으로 15살 때부터 공장에서 일했지만, 학교에서 만난 선생님들이 준 용기와 공교육 제도의 단단함이 자신을 무너지지 않게 했기 때문이다.

핀란드 시민 역시 핀란드 공교육에 자부심을 가진다. 공교육을 통해 뛰어난 개인이 아니라, 자신들이 지키고자 하는 평등과 행복의 가치를 국가정책으로 이끌어갈 리더가 탄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산나 마린 정부는 코로나19와 기후위기를 포함한 재난과 재해에 준비된 민족(프레퍼족)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한 사회가 지향하는 가치는 반드시 교육 목표에 반영된다. 교육은 그 사회의 가치를 지속가능하게 하고 더 빛나게 하는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그렇다면 질문해본다. 생명을 위협하는 위기들 앞에서 과연 우리는 어떤 가치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가? 지금 우리 교육은 20년 후, 30년 후 어떤 한국을 만들 수 있는가? 상상력이 필요하다. 오는 8월 29일과 30일 부산 인디고 서원의 공익행사 ‘인디고 유스 북페어’에서 ‘2040’ 상영과 감독과의 대화를 온라인으로 진행한다.

어떤 미래를 상상하느냐에 따라 20년 후 모습이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이 영화를 함께 보고, 우리도 함께 상상해보길 바란다. 우리가 마음에 반드시 품어야 할 가치는 무엇인지, 그 가치를 실천하고 지속할 새로운 세대가 탄생하기 위해 지금 할 일이 무엇인지 말이다. 위기는 이미 우리 눈앞에 왔고, 주저할 시간이 없다. 함께 고민할 많은 시민과 만날 수 있기를 기원한다.

‘인디고잉’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