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특별기고] ‘도시국가’시대 市長의 역할 /정해문

선진국 도시정부 역량 커 정부 공백 시가 채우기도…美 시 정책 세계로 전파돼

부산시, 자매도시와 소통 글로벌 외교도시 문 열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20-03-22 19:46:36
  •  |   본지 23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올해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전직 시장 출신들이 초반 돌풍을 일으키거나 약진하는 모습을 보여 도시와 시장의 역할이 새삼 세간의 주목을 끌고 있다. 샌더스 후보는 버몬트주 벌링턴 시장을, 부티지지 후보는 인디애나주 사우스 벤드 사장을, 블룸버그 후보는 뉴욕 시장을 각각 역임하면서 평판을 쌓고 역량을 검증받았다.

미국과 유럽 선진국에서 도시 정부는 주정부 나아가 중앙(연방) 정부보다 훨씬 효율적으로 작동하고 있다. 그만큼 시 정부에 대한 시민과 유권자의 지지도는 매우 높은 수준이다. 국가 지도자는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지거나 땅에서 솟는 게 아니다. 대체로, 시 정부·의회, 주 정부·의회, 연방정부·의회를 단계적으로 거치면서 내공을 쌓고 타협과 양보의 정치력을 배우고 연마하면서 상충하는 이해관계를 조율·조정하는 역량을 키워나간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정치적 거목으로, 미래 국가 지도자로 성장해나간다.

2018년 3월 시카고 시 정부는 85억 달러 규모의 오헤어(O’Hare)공항 터미널과 탑승구 현대화 사업과 15억 달러 규모의 활주로 확장 사업을 발표했다. 연방정부로부터 한 푼의 경제 지원 없이 시카고 시 정부가 직접 소매 걷어 올리고 항공사와 협상을 벌여 불과 2년 만에 사업을 확정한 것이다. 모든 소요 재원은 항공기 탑승객 증가에 따른 운임 수입에서 나온다. 이 프로젝트는 공항 터미널 공간을 거의 두 배로 넓히고 탑승구 수를 현재보다 33% 이상 늘리며 신활주로를 추가하고 구활주로를 개조해 일일 항공편 40% 증가를 예상하는 사업이다.

오헤어공항 현대화 사업은 오늘날 선진국 전체에 걸친 더욱 큰 추세를 보여주는 완벽한 예시라 하겠다. 즉, 중앙정부가 허약하고 마비되고 고장 나 있어, 도시와 시장이 그 공백을 채워주고 있다. 정부의 대다수 일상적 기능은 이제 도시의 영역에 들어와 있다. 시장들은 기후변화를 인정하고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있으며 이민과 인프라 문제를 다루면서 교육, 불평등, 보건, 주택, 테러리즘 및 범죄 같은 문제와 씨름 중이다.

람 에마누엘 직전 시카고 시장은 최근 외교 전문지 ‘포린어페어(Foreign Affairs)’ 기고문을 통해 이를 새로운 ‘도시 국가들’이라고 진단하고 지방정부들이 어떻게 외교정책을 성안하고 있는지 보여준다. 역사 흐름을 내다보고 국가 권력 추의 이동과 새로운 시대의 대두를 예견하는 듯하다. 유럽의 12개국 이상 중앙정부는 소수당 정부로서 국가적 과제를 다루려고 하면 항상 정체와 체증을 겪는다. 미국의 사정도 나을 게 없다. 미국은 소수당이 집권하지 않을 때도 국정이 마비될 정도까지 대결이 심각하며, 지난 20년간 중요 법안은 여당이 행정부·입법부를 동시에 차지했을 때만 의회를 통과할 수 있었다. 이에 반해 ‘도시 정부’는 불만을 품은 사람에게 다른 접근 방법을 제시한다. 도시는 ‘기능’이 ‘역기능’을, ‘친밀감’이 ‘거리감’을, ‘신속성’이 ‘망설임’을 대체하는 곳이 됐으며 도시 구성원이 관여해 정책과 결과에 실제로 영향을 미친다.

과거에는 미국의 주(州)가 뉴딜정책 등 중요한 아이디어의 실험실이었으나 지금은 시(市)가 중요한 구상의 실험실이 되고 있다. 이렇게 산출된 훌륭한 아이디어는 미국 내 도시뿐 아니라 전 세계로 전파된다. 이러한 아이디어는 종종 미래지향적이고 진보적이다. 블룸버그 전 뉴욕 시장이 대학, 기업 및 지방정부와 파트너십으로 테크놀로지 허브(technology hub)를 창설했을 때 수십 개 도시가 따라 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착한 시장은 모방하나 위대한 시장은 훔친다’는 말이 회자되고 있다. 게다가 도시는 ‘당론’을 넘어 아이디어를 ‘공유’한다. 시장들은 이념에 상관없이 서로 협력한다. 정부 역할에 대한 철학적 기반이 다를지 모르나, 지방 차원에서 중요한 것은 일을 완성하고 주민에게 봉사하는 것이며 여기에 많은 이념이 차지할 자리는 없다고 본다. 도시들은 연방 정부 채널 밖에서 상품과 아이디어 그리고 혁신을 거래하기 위해 협력하고 있다.

전직 시장들이 돌풍을 일으킨 올해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 초반전은 부산시가 ‘자매도시와 맺은 관계를 어떻게 생산적으로 가꾸고 돌볼 것이냐’를 골똘히 생각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 미래에 대한 투자 설계와 직결되는 사안이다. 람 에마누엘 전 시카고 시장이 던진 화두는 글로벌 도시를 지향하는 부산에 큰 시사점을 안긴다. “새로운 도시국가들”에 관한 분석과 예견은 부산시가 21세기형 창의적 시정 과제를 발굴해 세계와 소통하도록 권장하는 메시지 발신이기도 하다. 도시가 외교정책을 성안하는 시대를 맞아 글로벌 도시외교의 창을 활짝 열면 좋겠다. 마침 시카고는 부산시와 자매도시다. 우선 시카고시와 도시외교 협의회를 출범시켜 모범사례를 공유하면서 협력의 지평을 넓히기를 기대해 본다.

전 태국대사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짐은 숙소로 부칠게요, 빈손여행 하세요
  2. 2“내가 개그맨 출신인데 안 웃기면 어떡하나, 영화연출 부담감 컸죠”
  3. 3지난해 부산 면적 771.3㎢로 전체 국토의 0.8% 차지
  4. 4밥 한 끼 먹고 1억3000만원 잃어…'검은 과부' 주의보 무슨일?
  5. 5해상 택시·버스 사업은 처음이라…운영자 선정 골머리
  6. 6부산시립 아동병원 추진…24시간 응급의료도 보강
  7. 7기장 ‘야구 명예의 전당’ 본궤도
  8. 8與 하영제 체포동의안 가결…민주당 '이재명 방탄' 비판 불가피
  9. 9쪽방·지하층 등 거주자에 최장 10년 무이자 조건으로 5000만 원 대출
  10. 10봄을 직접 피워보세요…화사한 ‘방구석 꽃놀이’
  1. 1부산시립 아동병원 추진…24시간 응급의료도 보강
  2. 2與 하영제 체포동의안 가결…민주당 '이재명 방탄' 비판 불가피
  3. 3北, 니미츠호 견제하려 50년 전 美 푸에블로호 트라우마 자극
  4. 4尹대통령 지지율 2%p 하락한 33%…한일회담 긍정평가 31%·부정 60%
  5. 5소아과 줄폐업에 의료 공백…아동 정신과·재활도 공공의료 편입
  6. 6윤 대통령 재산 77억…대부분 김건희 여사 몫
  7. 7울산교육감 보궐선거 막판 네거티브 공세 난무
  8. 8대통령실 日 보도 반박 "후쿠시마산 수산물, 국내 들어올 일 결코 없을 것"
  9. 9가덕신공항 특별법 마지막 관문 넘었다
  10. 10신임 주미대사에 조현동 외교1차관 내정
  1. 1짐은 숙소로 부칠게요, 빈손여행 하세요
  2. 2지난해 부산 면적 771.3㎢로 전체 국토의 0.8% 차지
  3. 3쪽방·지하층 등 거주자에 최장 10년 무이자 조건으로 5000만 원 대출
  4. 4현대차 그랜저 GN7 등에서 결함 발견돼 시정조치(리콜) 착수
  5. 5마블 전성기 이끈 아이작 펄머터 회장 해임..."디즈니 CEO와 불화"
  6. 610가구 가운데 2가구만 “김치 직접 담가 먹는다”
  7. 7“해상풍력, 탄소중립 엑스포 기여 기대”
  8. 8부산지역 2월 주택 매매량 급증
  9. 9해수부, 해양강국 도약 막는 불합리한 제도 철폐 나서
  10. 10하이트진로 새맥주 '켈리' 먼저 맛보니..."구수하고 묵직"
  1. 1해상 택시·버스 사업은 처음이라…운영자 선정 골머리
  2. 2기장 ‘야구 명예의 전당’ 본궤도
  3. 3[영상]대학교 천원의 아침밥? 이제는 무료 아침밥도 등장
  4. 4전두환 손자 전우원 광주 도착, 31일 5·18 단체와 공식 만남
  5. 5방통위원장 구속영장 기각..."다툼 여지 많은데, 방어권 제한 커"
  6. 6전통사찰 건물 노후화…비닐로 비 피하는 문화재
  7. 7모친 장례 후 부친 때려 살해한 50대 항소심서 감형
  8. 8엑스포 실사 기간 부산 전역은 축제의 장
  9. 9엑스포 홍보요정 전국 누빈다, 환경 캠페인도 유치 힘보태(종합)
  10. 10부산 울산 경남 낮 기온 20도 넘어...일교차 크므로 주의
  1. 1롯데, 이승엽의 두산과 첫 맞대결…팬들은 가슴 뛴다
  2. 2‘괴물’ 김민재도 지쳤다? ‘국대 은퇴’ 해프닝
  3. 3류현진 ‘PS 분수령’ 7월 복귀
  4. 4IOC “러시아 군대 관련 선수는 국제대회 출전금지”
  5. 5클린스만식 ‘닥공’ 성과, 수비 불안은 여전
  6. 6롯데 3년은 사직구장 못 쓴다…대체구장 선정 놓고 고심
  7. 7사직구장 돔 아닌 ‘개방형’ 재건축…2029년 개장
  8. 81번 안권수 유력…롯데 발야구가 기대된다
  9. 9감 잡은 고진영, LA서 시즌 2승 노린다
  10. 1016년 만에 구도 부산서 별들의 잔치
주민이 직접 설계하는 지방자치단체 구성
불신 큰 지방의회 권한 확대? 다수당 견제책 등 선결돼야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황령산 봉수전망대에 보내는 간곡한 바람
더불어 살며 지켜가야 할 피란수도 부산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자연의 법, 인간의 법
낙동강 녹조를 그대로 둘 것인가
기고 [전체보기]
주민과 함께, 보다 긴 호흡으로
‘딴지 걸기’ 이제 그만, 인천과 가덕도 양 날개로
기자수첩 [전체보기]
동계체전, 국내 최고 겨울 스포츠대회 맞나
학교 신축 공기지연, 노조 탓만 할 수 있나요?
김갑수의 생각 [전체보기]
한국은 여기까지다
안전하게 내려오는 방법
김석환의 이미 도착한 미래 [전체보기]
3차 세계화, 우리는 괜찮을까
‘죽어도 자이언츠’를 보면서
김용석의 시사탐방 [전체보기]
“거울아, 거울아!” 그 중독의 마법
선인장 가시와 ‘나의 불안전 불감증’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세계박람회 왜 부산인가?
문화자산을 물려받는다는 것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선택적 추모’를 넘어
가덕신공항과 수도권 일극 체제
도청도설 [전체보기]
엑스포 응원가
테라 권도형 처벌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제주 구엄리 돌염전
아재들의 건승을 빕니다!
사설 [전체보기]
재건축 사직야구장 ‘구도 부산’ 상징으로 거듭나라
내년 총선 룰 정할 국회 전원위, 기준은 국민 눈높이
세상읽기 [전체보기]
큰 기대에 쉽게 기대지 말자
우리 곁의 ‘다음소희’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복지 지출의 원칙과 난방비 지원
의사 인력 확충의 올바른 방법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새로운 해양시대
이해인 수녀 '기도의 창가에서' [전체보기]
신발을 신으며 배우는 겸손
매화 앞에서, 슬픔 앞에서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한반도에 새로운 국제질서가 등장하고 있다
위태로운 중국의 미래
인문학 칼럼 [전체보기]
원도심은 지붕 없는 박물관?
잃어버린 웃음을 찾아서
장병윤의 대안 모색 [전체보기]
원전에 미래를 맡길 수 없다
다시 블랙리스트
전호환의 두잉세상 [전체보기]
세계의 대전환, 2030 부울경세계박람회
근고지영
차재원의 정치평설 [전체보기]
대통령의 초심
새해엔 선거개혁 위한 결단 기대한다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봄의 낭만에 대하여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
특별기고 [전체보기]
한일관계, 기초 제대로 잡아가야
내 고향은 부산입니더!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두 마리 토끼, 콘골트
오케스트라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의재 허백련의 한국적인 산수화
이당 김은호의 ‘매란방’
CEO 칼럼 [전체보기]
재편된 마이스 시장에서 생존 전략은
ESG경영 골칫거리 해결한 시스템
  • 다이아몬드브릿지 걷기대회
  • 제11회바다식목일
  • 코마린청소년토론대회
  • 제3회코마린 어린이그림공모전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