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지방의회에 대한 시민단체의 의정감시가 본격 진행된 때는 1991년 무렵이다. 지방자치제 부활로 지방의원의 의정활동을 본회의나 상임위원회에서 방청하고 평가할 필요성이 높아져서다. 이는 그해 9월 경실련(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서울시의회 상임위를 대상으로 모니터링을 시작한 이래 전국 여러 곳으로 퍼졌다. 부산 경실련에서도 시의회 의정감시단을 꾸리고 그와 관련한 ‘시민대학’ 운영에 나섰다.

사실 선진국에서는 의정감시가 오래전부터 이뤄졌다. 미국의 경우 시민단체들이 회의를 지켜보고 자신의 입장에서 의원들을 평가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와 아울러 상·하위 의원 명단과 전체 의원 성적표를 공개하고, 선거에서 이를 참고해 투표하도록 하는 유권자운동이 정착됐다. 체계적인 감시와 평가로 유권자에게 판단의 근거를 제공하려는 뜻이 담겼을 터다.

그제 부산시의회의 1년 차 의정활동 평가 결과가 발표됐다. 부산경실련의 평가단 25명이 제8대 시의회 의원 46명(의장 제외)의 첫 1년간 활동에 대해 종합 성적표를 매긴 셈이다. 각 의원의 출석률과 조례 발의, 시정질문, 본회의 5분 자유발언, 상임위 발언 등에 대한 정량·정성 평가와 설문조사 및 가산점이 모두 합쳐진 결과다. 이들 전체 평균 점수는 100점 기준에 54.87점. 비유하자면 낙제점 수준이니, 의정활동이 개선돼야 한다는 비판은 당연하다. 하기야 1년 동안 조례안 대표 발의가 한 건도 없는 의원이 11명에 이르고, 일부 의원은 5분 자유발언조차 한 번도 없었다. 시정질문이 제로(0)인 의원도 24명으로 파악됐다.

게다가 4년 전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지배체제였던 제7대 부산시의회의 1년 차 의정활동 평가에서 평균 69.8점이 나온 것보다 15점이나 뒤처지는 수준이다. 지난해 4월 지방선거에서 부산 의회권력이 더불어민주당으로 27년 만에 완전 교체된 걸 감안하면, 이번 결과가 당초 기대에 훨씬 못 미치는 느낌이 든다. 새로운 변화와 발전에 대한 시민적 열망을 안고 출범한 시의회치고는 첫 1년의 성적표가 시원찮아서다.

물론 경험이 부족한 초선 의원이 대다수라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각종 업무 파악이나 의정 적응에 시간이 걸릴 수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초선 중에서도 상당수는 이번에 뛰어난 성적을 보여줬다. 초선이든 재선이든 결국 중요한 것은 시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정책·대안 역량 강화와 열정적인 활동이다. 그러면 의정평가도 우수한 결과로 나타나기 마련이다.

구시영 논설위원 ksyoung@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