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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의 소리] 작은 것을 찾는 만큼, 잃은 것에 대하여 /정지우

  • 국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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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9-06-18 19:26:54
  •  |  본지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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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새로운 샴푸, 트리트먼트, 면도크림 그리고 미스트를 샀다.

나는 샴푸나 보디샴푸, 스킨로션 등을 주기적으로 바꾸는 편이다. 딱히 고집스럽게 구매해야 할 제품도 없고, 그런 사소한 생활용품들을 새로운 것으로 바꿀 때마다 개인적으로 약간의 새로움, 기분 좋음, 신선함을 느끼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새로 산 샴푸와 트리트먼트의 향이 마음에 들었다. 젤의 색감이 다른 면도크림도 새롭고, 미스트의 향도 나쁘지 않다.

삶에는 확실히 이런 종류의 기쁨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작은 기쁨이다.

이를테면, 온종일 하늘이 구름에 덮여 우중충하다가, 잠깐 10분 정도 파란 구멍 같은 하늘이 보일 때의 느낌이라고 할까.

많지도 않고 딱 그 정도의 기분 좋음 같은 걸 주는 것이다.

그러나 곧 다시 하늘이 우중충해지면, 그 파란 부분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다는 듯 사라지는 것처럼, 이렇게 좋아진 기분도 오래 가지는 않는다. 아주 잠시 기분을 건드려주는 것에 불과하다.

그렇게 기분을 자극해주는 건 이 세상에 정말 많다. 끝이 없을 정도다.

중간중간 하나씩 먹는 사탕과 젤리, 매일 마시는 아이스 아메리카노, 집에 돌아가는 길에 듣는 음악, 새로 꺼내 입은 옷, 밥 먹고 나서 마시는 탄산음료, 깨끗하게 정돈된 카페나 편의점의 간판, 방향제, 액세서리, 유튜브의 새롭고 흥미로운 영상들, 텔레비젼의 예능프로 등 무수한 것이 끝없이 기분을 조금이라도 좋게 해주고, 그렇게 좋아진 기분으로 겨우 살아가는 것처럼 생각될 때가 있다. 그런 기분 좋은 것들이 삶을 떠받쳐주는, 겨우 가라앉지 않고 떠 있는 뗏목처럼 생각되는 것이다.

그래서 가끔은 그런 기분 좋은 것들이 하나도 없는 하루를 마주한다면 어떤 느낌이 들까 궁금하다.

과연 그런 하루를 맞이했던 적이 있을까? 하루를, 그 속의 나를 온전히 직시하고 마주했던 적이 있을까?

모든 날에 나는 무언가를 가리기 위해, 잊기 위해, 덮기 위해 계속 기분 좋고 작은 것들을 찾지 않았을까?

혹시라도 그 ‘작은 기분좋음’이 없는 삶을 있는 그대로 들여다보면, 그 삶은 대단히 황폐해져 있거나, 아무것도 없거나, 초라하고 누추한 상태였던 건 아닐까?

어쩌면 그럴지도 모른다. 아니, 그런 나날들이 혹은 그런 시절들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럴 때일수록, 저 새로운 샴푸 하나, 미스트의 향 하나가 더 간절하게 다가오는 것 같기도 하다.

이 회색 같은 삶에 나에게 어떤 감각적인 즐거움을 주는 아주 작은 한 순간이 무척 확대되고 강렬하게 다가오는 것이다.

그런데 또 우리 삶이란, 그런 식의 작은 감각들 없이는 견딜 수 없을 만큼 점점 더 무미건조한 무엇이 되어가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꽃을 한 송이 사서 선물하는 일에 관해 생각한다. 새로운 향수를 뿌리고, 새로운 노래를 듣는 일에 대해 생각한다. 어쩌면 그런 것들은 우리가 늘 짓눌려 있는 현실의 어떤 가혹한 의무들과 반대편에 있다.

삶에 여유가 없고, 현실에 짓눌려 있을수록 우리는 더 필사적으로 그런 작은 감각들에 의존한다. 점점 생활의 모든 것이 소비가 되어간다.

하지만 별수 없게도 나는 지금도 사탕 하나를 입에 물고, 아이스 라떼를 마시고 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어릴 적에는 아마 모든 게 감각이었고, 자극이었고, 그래서 삶이 그 자체로 천연의 풍요로운 색감으로 넘쳐나던 때가 있었을 것이다.

세상 모든 것이 신비롭고, 굳이 자극을 돈을 주고 구매할 필요가 없던 때가 모두에게는 있었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어쩐지 서글퍼진다. 어느덧 나는 너무 많은 것이 필요하게 됐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은 내가 많은 것을 잃었다는 뜻이기도 할 것이기 때문이다.

문화평론가·‘분노사회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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