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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감성터치] 복싱 예찬론 /송교성

  • 국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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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9-06-16 19:48:25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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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운동을 생각하신다면, 복싱을 권해드린다. 개인 체력 단련에 탁월하고, 언제 어디서든 맨몸으로도 기술 훈련을 할 수 있는 가성비 최고의 운동이다. 가장 큰 장점은 스파링을 통해 마음을 넓힐 수 있다는 점이다. 복싱하면 싸움부터 연상하는 사회적 편견이 많고, 예전과 달리 쇠락한 이미지가 있다 보니, 마음이 넓어진다는 점을 설명하기 위해서 우선 생활체육으로써 복싱 훈련에 대해 알아보자.

내가 복싱을 배운 지는 3년 정도 되었다. 복싱이라는 스포츠 자체를 온전하게 이해할 만큼의 경력도 아니고, 그럴 만한 실력도 되지 않는 짧은 경력이다. 그래서 이 글은 복싱에 호기심은 있지만, 막연하게 두려움이 있는 분들에게 어떤 운동인지 안내하는 정도로 단편적인 것이다. 체육관마다 차이는 있지만 보통의 복싱 훈련은 몸풀기로 줄넘기를 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코치가 알려주는 잽이나 훅, 어퍼 등의 복싱 기술을 연마한다. 거울을 보며 연습하는 섀도복싱이나 코치와 함께 미트 훈련, 혹은 샌드백을 치며 단련하는 훈련을 한다. 그리고 근력 운동이나 스트레칭으로 마무리를 하는 식이다.

이런 과정들은 땡 하는 종소리와 함께 보통 2~3분 훈련하고, 다시 땡 하는 소리에 30초 쉬는 실제 시합 규칙의 주기로 진행된다. 운동의 목적 자체가 상대에게 덜 맞고, 상대를 한 대라도 더 때리는 데 있으므로 3분 내내 스텝을 밟든, 주먹을 뻗든지 쉬지 않고 몸을 계속 움직여야만 한다. 그래서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은 5라운드 정도, 15~20분 정도면 체력이 바닥나는 경험을 하면서 3분이 얼마나 긴 시간인지 깨닫게 된다. 이처럼 짧은 시간 자신을 스스로 시험에 들게 하는 격렬한 운동이라서, 세상만사 모든 스트레스를 잊고 자신에게 집중하기 좋은 운동이다.

그래서 외로운 운동이기도 하다. 축구나 야구처럼 팀과 호흡을 맞춰서 승리의 쾌감을 맛볼 수도 없다. 오로지 개인 훈련의 반복이다 보니 지루해지기 쉽다. 그럴 때 복싱의 꽃이라는 스파링을 해보자. 새로운 세계가 열린다. 보통 일정 정도 수련을 하고 나면 원하는 경우, 코치의 지도로 상대방과 실제 시합과 같은 훈련인 스파링을 할 수 있는데, 대부분은 맞는다는 공포감 때문에 주저하는 경우가 많다.

나도 처음에는 다이어트를 위해 시작했던 터라 누군가와 치고받는 스파링을 하겠다는 생각은 딱히 없었다. 그러다 점점 개인훈련이 지루해지고, 내 성취도 어느 정도인지 궁금하다 보니 호기심에 시작했는데, 스파링을 거듭하면서 나는 복싱이야말로 평등하고 순수한 운동임을 알게 되었다. 돌아보면 내가 스파링을 주저했던 것은 두려움도 있었지만, 혹시 나보다 어린 동생이나, 덩치가 작은 사람에게 맞고 나면 기분이 썩 좋지 않을 것 같다는 이유가 더 컸던 것 같다. 그러나 사각의 링은 원초적인 무대다. 나이 재산 학력이나 지위 따위의 사회적 배경이 모두 발가벗겨진 채, 몸과 몸만 오를 수 있는 무대다.

시작종이 울리면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온몸이 후들거리고, 정신이 아득해진다. 체력은 금방 고갈 나기 때문에, 양발은 질질 끌리고 두 손은 허우적거린다. 몇 대 맞았다고 분노나 짜증 같은 감정의 찌꺼기들이 들어설 여유조차 없다. 상대를 이기고야 말겠다는 의지에 앞서 자신의 부족함부터 먼저 느끼게 된다. 육체와 육체가 치열하게 부딪히는 과정을 겪다 보면 아이러니하게도 나의 한계를 깨닫게 해주는 상대에게 존중의 감정이 생겨난다. 훈련한 기술을 써먹어 보고 없는 체력도 긁어모아서 상대의 주먹을 피하다 보면, 때리고 맞는 싸움이 아니라 덕분에 자극을 받고, 덕분에 성장한다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마음이 넓어지는 순간이다.
일상적인 삶 속에서 그런 경험이 가능할까. 권력이나 권위에 짓눌리거나 재력이나 학력 따위 때문에 처음부터 불평등한 경쟁이 만연하다. 한 번의 실수나 패배들도 용납되지 않는 과도한 경쟁 사회는 상대에 대한 배려 없이 마음을 점점 비좁게만 만든다. 그렇게 마음이 답답해질 때 스파링을 해보자. 정직하게 땀 흘리는 경쟁 속에서 마음이 넓어지는 신기한 순간이 당신에게 찾아올 것이다.

플랜비문화예술 협동조합 지식공유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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