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전쟁을 기억하는가. 남북 베트남의 통일 과정에서 1960년부터 1975년까지 미국과 벌인 전쟁. 대한민국에선 1964년부터 1975년까지 30만 명의 군인이 파병되었고 이중16만 명이 넘는 사상자를 냈던 참혹한 전쟁, 그러나 지금은 잊힌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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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플래툰’의 한 장면. |
오늘날 베트남과 우리나라는 불행했던 과거를 극복하고 우호적인 외교 관계를 유지하고 있고 베트남은 우리 기업의 생산기지 역할을 할 만큼 가까워졌다. 지금은 영화 속에서만 베트남 전쟁의 처절함을 기억할 뿐이다. 베트남 전쟁을 소재로 한 영화는 ‘디어 헌터’ 등 많이 있지만 그중에서 특히 배경음악으로 더욱 유명해진 영화가 있다.
1986년 미국에서 만들어진 영화 ‘플래툰’을 기억하는 분이 많을 것이다. 베트남 전쟁을 배경으로 해서 전쟁의 의미를 되묻게 하는 이 영화는 올리버 스톤이 각본을 쓰고 감독까지 맡았다. 부유한 환경에서 자라 예일대학이라는 미국 최고 명문대학을 나온 올리버 스톤은 스스로 지원을 해 베트남 전쟁에 참전했다. 그리고 당시의 경험이 영화 ‘플래툰’의 소재가 되었다고 한다.
올리버 스톤이 이 영화의 시나리오를 쓰는 데만 8년이 걸렸다고 한다. 그리고 이 시나리오를 영화로 만드는 데는 10년이 걸렸다. 따라서 ‘플래툰’ 영화는 사람들이 이미 베트남전에 대해서 까맣게 잊고 있었을 때 상영된 셈이다. 올리버 스톤은 이 작품에서 “베트남 전쟁의 가장 큰 비극은 비극적인 전쟁이 한때 있었다는 사실마저 잊힌 데 있다. 미국을 위해 베트남전에서 목숨을 바친 젊은이들, 우리는 그들에게서 역사적인 교훈을 얻어야 한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우리는 어떤가. 6·25전쟁을 기억하는가. 이제 6·25세대가 지나고 나면 6·25전쟁에 대해 누가 사실대로 이야기해줄 것인가. 며칠 전 현충일이 지났고 6·25전쟁일이 다가오지만 참혹했던 전쟁을 단지 기념일에만 잠시 기억하다 잊어버리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전쟁터의 살벌함과 비정함을 뜨겁게 고발했던 영화 ‘플래툰’. 그 속에서 처절하게 부딪히는 인간의 본성에 대한 회의와 통찰. 필자는 이 영화에서 전쟁의 참혹함을 온몸으로 느끼게 하는 배경음악이 있었기에 더욱더 오래 기억하는 것 같다. 극적인 장면마다 흘러나오는 선율을…. 20세기 미국의 작곡가 사무엘 바버가 작곡한 ‘현을 위한 아다지오’가 바로 그것이다. 원래 이 곡은 현악 4중주곡으로 작곡되었지만 그중 2악장 아다지오만 따로 떼어내 현과 오케스트라를 위한 곡으로 재탄생 했다.
짙은 안개가 걷히고 새벽하늘에 은하수가 보이는 잠깐의 침묵과 평화, 그 후 월맹군의 대공세로 엄습하는 처절한 공포. 헬리콥터 소리와 함께 마지막 장면의 처절한 생존의 몸부림이 이 한 곡의 음악으로 극적으로 표현되고 있다. 사무엘 바버의 ‘현을 위한 아다지오’로….
필하모니 대표·음악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