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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센텀밸리로 가는 길 열기 /이근용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05-27 19:42:50
  •  |  본지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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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길에는 처음 길을 터 준 사람의 땀과 희생, 뒷사람의 가꿈과 배려가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산타클라라 일대에 위치한 실리콘밸리도 먼저 디딤돌을 놓고, 징검다리를 놓아준 사람들이 있었다. 실리콘밸리의 역사를 정확히 짚기는 어렵지만, 보통 그 연원은 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직후 캘리포니아 지역에 항공산업을 중심으로 한 군수산업이 발전하던 시기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1947년 미국 동부 뉴저지에 있는 벨 전화 연구소에서 트랜지스터를 만들어낸 세 명의 과학자가 나오는데 그중 한 명인 윌리암 쇼클리가 서부로 넘어와서 이 기술을 상업화함으로써 실리콘밸리의 탄생에 첫 번째 공로자로 인정받는다.

실리콘밸리가 초기에 자리를 잡고 성장하는 데 가장 큰 기여를 한 것은 스탠퍼드대학교라는 사실은 누구나 인정한다. 이 대학 공과대학 학장이던 프레더릭 터만이 자신의 제자인 휴렛과 패커드가 동부로 가서 직장을 얻기 위해 이주하려는 것을 설득해서 대학 근처에 벤처기업을 차리도록 했다는 사실 또한 잘 알려져 있다. 이 회사가 바로 휴렛패커드사(HP)이고, 이후 유명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다. 이들이 처음으로 회사를 설립했던 차고(garage)는 미국 정부의 역사적인 장소로 등록될 정도로 실리콘밸리에서 혁신의 명소로 보존되고 있으며, 후에 마이크로소프트 썬 애플 구글 같은 유수 기업이 속속 뒤를 잇는다.

실리콘밸리가 이후 발전하는 요인은 다양한 관점으로 분석한다. 공통적으로 꼽는 요인은 중소기업과 대기업 간의 긴밀한 네트워크형 협력, 다양한 보육조직이나 지원조직의 네트워크, 벤처캐피털의 지원, 영화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허브로서 할리우드 근접성 등이다. 서울대 문휘창 교수는 애플 등 실리콘밸리 기업들의 경쟁력을 ABCD 모델, 즉 민첩성(Agility), 벤치마킹(Benchmarking), 융합(Convergence), 전념(Dedication)의 네 가지 요소로 분석하기도 한다.

수도권의 테헤란밸리, 판교밸리를 비롯해 지역별로 첨단산업기술단지에 밸리라는 이름을 붙이는 것이 관례처럼 돼 있는 상황에서 부산시도 2015년 부산발전연구원에 의뢰해 ‘센텀 중심 글로벌 ICT밸리(센텀스마트밸리) 조성 방안’을 수립한 바 있다. 일부 수정 추가 과정을 거쳐, 해운대구 반여·반송·석대동 일원 195만 ㎡ 부지에 영화 영상 게임 콘텐츠사업, 엔지니어링 지식서비스산업,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업 및 연구시설, 청년창업거점 시설 등 각종 첨단기업 유치, 로봇산업협동화단지 조성, 청년창업주택 건립 계획 등을 세우고 있다. 시에서 테헤란·판교밸리에 뒤지지 않는 센텀밸리가 형성될 것으로 기대한다.

시민이면 누구나 환영할 이러한 센텀밸리로 가는 길에 몇 가지 넘어야 할 장애가 있다. 가장 큰 것은 그린벨트 해제 문제이며, 반여농산물 시장 이전, 풍산마이크로텍 부지 관련 문제도 만만치 않은 과제이다. 그린벨트 해제를 위한 국토교통부 중앙도시계획심의위원회 심의는 네 차례 개최됐으며, 마지막 4차 심의에서는 지역공론화 형성, 녹지비율 상향 검토, 산업시설용지 최대 확보 등이 지적됐다. 심의 통과를 위해서 지역공론화 문제가 가장 중요한 선결과제로 제시된 셈이다.
지역경제 성장을 위한 첨단산업클러스터의 시초라 할 수 있는 실리콘밸리는 물론, 프랑스 소피아 앙티폴리스, 스웨덴 시스타 사이언스 시티, 영국 캠브리지 사이언스 파크 같은 도전과 성공 이면에는 숨은 촉진자 조정자가 있었고, 지역기업 주민 지자체와 대학의 숨은 노력들이 있었다. 상하이 홍콩 싱가포르 벵갈로르 텔아비브 스톡홀름 암스테르담 같은 도시의 스타트업 클러스터는 세계 경제 지도를 바꾸고 있다. 센텀밸리로 가는 길에 주춤하는 사이 지역 인재는 빠져나가고, 세계 산업 판도는 더욱 급변한다. 누가 촉진자 조정자로서 센텀밸리로 가는 길을 열 것인가. 필자도 제자가 수도권으로 간다고 하면, 여기 센텀밸리가 있다고 설득하려고 한다.

와이즈유 평생교육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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