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제에 버금가는 지방분권을 실시하겠다고 약속했던 현 정부에서 괄목할 만한 지방정책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시장에 의한 자율경쟁은 가장 자본주의다운 방식이다. 하지만 빈사 상태의 지방이 재화와 인력이 집중된 수도권과의 경쟁에 내몰리는 것은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경기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지방이 참패할 것은 너무나 뻔하다. 김해공항 확장만으로는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항공수요를 감당할 수 없는데 국토교통부는 동남권 관문공항이 필요하다는 지역민들의 요구를 외면하고 있다. ‘2030세계엑스포’ 부산 유치를 정부 차원에서 추진하면서 관문공항조차 없다면 가능하겠는가.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는 대규모 신규 투자를 수도권에 집중하겠다고 발표했고, 정부는 수도권에 또 신도시를 건설한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부산과 울산 경남은 한때 한국 경제 도약의 견인차 역할을 하였다. 주력 업종인 조선업, 자동차 산업, 그리고 원전산업이 모두 휘청거리고 있다. 도시는 활력을 잃어가고 미래는 암울하기 짝이 없다.
동남권에 새로운 성장동력을 마련하려고 부산시민들이 선물거래소를 유치했고, 나아가 통합된 한국거래소 본사가 부산에 오게 되었다. 금융중심지 지정과 연관 공공기관의 이전은 지역민들에게 막연하나마 새로운 희망을 안겨주었다. 그러나 부산의 국제금융센터지수는 ‘날개 없는 추락’을 거듭했고, 금융중심지는 ‘외로운 섬’처럼 고립돼 있다.
지난 2월 15일 부산국제금융센터에서 열린 ‘부산 금융중심지 10주년 기념식’에서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글로벌금융시장에서 부산의 차별화된 매력을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데 앞장서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그러나 ‘부산 금융중심지’는 바람 잘 날이 없다. 지분 대부분을 증권사 등이 보유하고 있는 민간 기관인 한국거래소가 2009년 공공기관으로 지정돼 정부의 간섭을 받아야 했다. 2015년 공공기관에서 해제됐으나 여전히 공직유관단체로 남아 있다. 본사만 부산에 소재할 뿐 주요 업무는 서울서 이뤄진다.
최근엔 전북 전주를 ‘제3 금융중심지’로 지정하려다 무산되더니, 이번엔 대체거래소 설립 작업이 본격화되고 있다. 최 위원장도 “충분히 검토할 만하다”고 국회에서 답변했다. 대체거래소란 정규 거래소의 매매체결 기능을 대체하는 증권거래시스템(ATS)을 뜻한다. 금융투자협회와 대형증권사들이 최소 500억 원의 자본금으로 주식회사 형태의 특화된 거래소를 세워 기업공개 업무 이외 매매체결만 지원한다는 것이다. 거래량 증가와 자본시장 활성화, 이에 따른 소비자 혜택 강화를 장점으로 내세운다. 자본시장법의 규정에 따라 시장 전체의 15%, 종목별 30%까지 거래량을 제한했지만 한국거래소의 수익이 줄어들고, 나아가 ‘부산 금융중심지’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미국은 대체거래소의 비중이 40%, 유럽은 30%, 아시아 지역은 1%에 불과한데 굳이 설립을 강행하겠다는 이유가 무엇인지 의문이 든다.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수도권 대형증권사들이 ‘그들만의 리그’를 운영하려는 욕심 때문이 아닌가. 한국거래소가 수수료 결정에서 예산 수립까지 금융위의 엄격한 통제를 받고 있는 반면, 대체거래소는 모든 전략을 자율적으로 시행할 수 있는 불공정도 문제다.
미국은 실리콘밸리에 올 연말 14번째 증권거래소가 설립된다. 그런데 이 거래소는 스타트업 기업에 대한 장기적인 투자와 육성에 전념한다고 한다. 기업에는 단기 이익보다 장기 계획 및 투자, 경영진엔 장기 실적에 따른 보수 지급 등 특화된 거래소라고 할 수 있다.
우리도 대체거래소를 설립한다면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 기업을 위한 특화된 거래소가 적절하다. 하지만 이런 대체거래소 설립 논의에 앞서 한국거래소가 중심인 ‘부산 금융중심지’가 튼튼하게 뿌리를 내리도록 지원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점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넥센타이어·KNN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