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명의 사상자를 낸 경남 진주 방화·살인 사건을 막을 수 있는 결정적인 기회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사건 발생 2주 전 범인 안인득(42·구속)의 형은 심한 ‘편집형 정신분열증(조현병)’을 앓고 있는 동생을 정신병원에 입원시키기 위해 백방으로 돌아다니며 가능한 방법을 문의했다. 하지만 현행 법의 벽에 부딪혀 입원은 무산됐고, 결국 끔찍한 비극을 초래하고 말았다. 정신질환자 입원 관련 법의 재검토가 필요한 이유다.

이번 사건을 일으키기 전 범인의 정신은 매우 불안한 상태였다. 지난달 10일 도로에서 흉기로 행인을 위협하고 폭행하는가 하면, 자신이 거주하는 임대아파트 이웃들에게 오물 투척과 욕설 등을 일삼아 민원의 표적이 돼 있었다. 앞서 2011년 1월부터 2016년 7월까지 68차례에 걸쳐 조현병 진료를 받았으나, 사건 발생 전 3년간 진료를 중단해 병세가 크게 악화된 게 주요 요인이었다.

이에 범인의 형은 강제입원을 시도했다. 현행 법상 허용되는 강제입원에는 보호의무자 2명과 정신과 전문의 2명이 신청하는 보호입원, 전문의나 경찰이 지자체에 요청하는 행정입원, 의사와 경찰관의 동의 아래 의뢰하는 응급입원 등 세 가지가 있다. 이 중 보호입원과 행정입원은 범인이 정신병원 방문을 거부하는 바람에 전문의 진단을 받지 못해 뜻을 이룰 수 없었다. 응급입원도 범인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한다는 이유로 경찰이 ‘자신 또는 타인에게 해를 끼칠 위험이 높지 않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2017년 5월 정신건강복지법을 개정하면서 인권을 강화한 게 입원을 어렵게 하는 걸림돌이 된 셈이다.

정신질환자의 인권은 당연히 존중되어야 한다. 그런 방향으로 법을 개정한 것은 정신질환자의 의사를 무시한 강제입원의 폐해를 해소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이번 경우는 다르다. 정신질환자가 장기간 진료를 받지 않아 ‘걸어다니는 흉기’로 변한 상황이다. 이런 아찔한 상황을 방치한다면 안심사회는 구호에 불과하다. 중증 정신질환자의 강제입원을 위한 제도 개선 방안 마련이 절실하다. 입원을 기피하는 정신질환자 때문에 다수 시민을 위험에 빠뜨릴 순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