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 속된 말로는 구라 뻥 노가리라고 한다. 곤란한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때로는 불가피하게 해야 할 때도 있다. 거짓말이 제대로 효과를 내려면 진실을 조금 섞어야 한다. 나치 독일의 대중 선동 대가였던 파울 요제프 괴벨스의 말이다. 거짓말을 해본 사람이라면 공감할 만한 말이다. 어릴 때 엄마에게 한 번쯤 들어본 거짓말은 “세뱃돈 맡겨. 나중에 줄게”란 말일 것이다. “방금 출발했어요”라는 배달 음식점 주인의 말과 입시 철 “교과서에 충실했어요”라는 수석의 인터뷰도 대표적인 못 믿을 말로 통한다.

사람은 8분마다 한 번 거짓말을 한다는 게 범죄심리학 분야의 세계적인 석학인 폴 에크먼 박사의 주장이다. 폴 에크먼 박사가 말한 거짓말에는 의례적인 인사, 표정, 태도와 같이 원만한 인간관계를 위한 것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말까지 포함한다. 또 거짓말은 얼굴을 마주 보고 하는 얘기하는 것보다 문자메시지로 대화할 때 더 빈도가 증가한다고 한다.

거짓말을 너무 하면 신뢰를 잃게 된다. 사기꾼이 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대표적인 거짓말쟁이로 정치인이 꼽힌다. 특히 정치인의 공약(公約)은 공약(空約)이라는 비아냥을 듣는다. 정치인을 보면 ‘365일이 거짓말 데이’라는 말이 나올 판이다. 최근 열린 청문회는 거짓말 경연장처럼 인식된다. 대체로 정치인의 말에 대한 대중 잣대는 엄격하다. 역풍이 거세다. 미국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의 경우 워터게이트 사건 당시 거짓 진술로 대통령직을 내놓아야 했다.

그래서 “세 치 혀 밑에 도끼가 들어 있다”라는 옛말은 지금도 널리 인용된다. 혀는 길이 10㎝, 무게 57g에 불과하지만, 말이 실리면 천금(千金)의 무게와 맞먹기 때문이다. “발 없는 말이 천 리를 간다”고도 하지 않나.

오늘은 만우절이다. 가벼운 거짓말로 남을 속이는 장난을 하면서 즐기는 날이다. 프랑스에서 유래된 풍속이라고 한다. 오늘만큼은 유쾌한 거짓말이 기다려진다. 유례없는 경기 호황, 남북 통일, 임금 인상, 청년실업 해소, 일하는 국회 등등. 불황, 실업률 증가, 구조조정, 집값 급등, 월급 동결 등과 같은 서민을 아프게 하는 뉴스는 다 만우절 거짓말이었으면 좋겠다.

만우절이 되면 꼭 당부하는 말이 있다. 만우절이라고 해도 거짓말을 아무렇게나 했다가는 큰일이 난다. 법적으로 보장받은 날이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112나 119와 같은 곳에 장난 전화를 했다가 처벌을 받는 것은 만우절에도 예외가 없다.

정순백 논설위원 sbjung@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