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도시공사가 공공택지에 건설될 주택의 분양 원가 항목을 대폭 늘려 공개하기로 했다. 국토교통부가 지난해 11월 마련한 ‘공동주택 분양가격의 산정 등에 관한 규칙’ 개정안에 따른 후속 절차다. 부산에서는 내년 하반기 착공할 에코델타시티 내 아파트가 첫 적용대상이 될 전망이다. 도시공사의 방침은 공공택지에 들어서는 주택을 대상으로 한 것이지만 정확한 분양원가를 알고 싶었던 소비자에게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주택 분양원가 공개는 늘 논란의 대상이었다. 소비자 처지에서는 입주하고자 하는 주택의 가격이 어떻게 책정되는지가 궁금한 사안이었다. 반면 건설업계는 개별 업체의 다양성을 외면한 획일적 적용은 무리라는 주장을 펴며 부정적 입장을 고수해왔다. 이 때문에 2007년 시작됐던 분양원가 공개 의무화는 시간이 흐르면서 강도가 약화됐다. 공공택지 내 주택은 공개 대상 항목이 2012년 12개로 축소됐고 민간주택의 분양원가 공개 의무는 2014년 폐지됐다.

올해부터 시행되는 법안은 분양가의 적절성에 대해 꼼꼼한 검증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공개 대상 항목이 12개에서 62개로 크게 늘어난 까닭이다. 예컨대 주택 건설 때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축 공사비의 경우 기초, 철골, 미장, 창호, 도장 등 23개로 세분화되면 공급업체 측이 소비자를 현혹할 개연성이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럴 경우 집값이 분양원가와 적정 이윤을 합친 수준을 넘어 주변 시세에 따라 지나치게 높게 책정된다는 비판도 다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도시공사는 분양원가 공개가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분양가상한제의 실효성을 높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제대로 정착이 된다면 적정 가격에 주택공급이 이뤄져 국민의 주거 안정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 분명하다. 장기적으로는 민간주택 건설 때도 각 업체가 자율적으로 분양원가를 밝히도록 독려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분양원가 공개는 소비자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는 조치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