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물이 든 비커에 개구리를 넣고 서서히 가열하면 어떻게 될까. 개구리는 따뜻한 물에서 헤엄치며 놀기 바쁘다. 하지만 뜨거움을 감지한 순간 도망치기에는 너무 늦었다. '삶긴 개구리 신드롬'은 눈치채지 못할 정도의 미약한 변화라도 무감각해지면 파멸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교훈을 던져준다. 미래를 바라보는 열린 눈과 의식이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기든스 패러독스'라는 표현도 마찬가지. 기후변화라는 재앙이 목전에 닥쳤지만 사람들은 실생활에서 잘 느끼지 못한다. 그래서 다가오는 파멸적 위험을 애써 무시한 채 눈앞의 작은 이익에 매달리고 있다. '삶긴 개구리' 신세가 될 건 뻔한 이치. 지금 지구는 열사병에 걸린 상태다. 아주 조금씩 체온이 올라 인류는 제대로 알아차리지 못한다. 생태계 파괴가 가속되면서 증상이 임계치에 도달하기 직전이다.

그 몹쓸 증상이 온난화다. 향후 100년 이내에 지구촌 평균기온이 섭씨 4도나 오를 거란다. 그때가 되면 지구는 평화로운 보금자리가 아니라 지옥상을 연출할 것이다. 빙하가 완전히 녹아내려 전 세계 해안도시가 죄다 잠기고, 수억 명에 이르는 기후난민이 살 곳을 찾아 떠돌게 된다. 삼천리금수강산도 황량한 사막으로 변한다.

'슈퍼 엘니뇨'라는 강력한 경고음이 울렸다. 과거 칠레 어민들이 크리스마스 무렵 따뜻해진 바다 덕분에 풍어기를 맞는다 해서 '아기 예수'라며 칭송했던 엘니뇨. 하지만 풍요의 상징적 존재에서 저승사자로 돌변해 지구 곳곳을 홍수와 가뭄으로 들쑤신다. 적도 부근 동태평양 수온 상승 현상이 도를 넘어섰다. 0.4도만 올라도 글로벌 피해를 주는데 평균치보다 무려 2도 이상 높아졌다. 그야말로 슈퍼 엘니뇨다.

18년 전 2만3000명의 목숨을 앗아간 슈퍼 엘니뇨의 파괴력을 넘어설 기세다. 당장 남태평양 주민 400만 명이 기아 위기에 직면했다. 세계적으로 1000만 명이 굶주림에 시달릴 거라는 경고도 나왔다. 우리나라 중부지방의 극심한 가뭄 역시 슈퍼 엘니뇨의 심술에 다름 아니다. 이건 시작에 불과하다. 농사를 망치고, 식수 문제 등을 초래해 주민들을 환경난민으로 내몰 것이다.

'원은 닫혀야 한다'. 뻥 뚫린 생태계 순환고리 수리에 나서지 않으면 안 된다. 그래야 지구 열병을 가라앉힐 수 있다. '삶긴 개구리'가 되고 싶지 않다면 바로 지금 목표를 정하고 행동에 나서야 한다. 시간이 촉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