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 달러 이상을 거머쥔 지구촌 억만장자는 2300여 명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들의 씀씀이는 상상을 초월해 지난해 명품생활에 들인 돈만 1000조 원을 훌쩍 넘었다. 그럼 부호들이 가장 많이 쓴 항목이 뭘까. 전용 제트기나 요트, 보석과 의류 등이 떠오르지만 아니다. 초고가 승용차, 즉 슈퍼카였다. 차 사는 데 든 비용이 480조 원. 대한민국 한 해 예산은 저리 가라다. 도무지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통상 슈퍼카라면 스포츠카 중에서도 초고성능과 탁월한 디자인을 자랑하면서 희소성이 큰 모델을 가리킨다. 그 밑에 럭셔리카를 두는데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혼용하기도 한다. 특히 유명 경주대회를 석권한 클래식 슈퍼카는 부르는 게 값.

지난해 경매시장에 나왔던 1962년형 2인승 스포츠 쿠페 '페라리 250 GTO'는 무려 390억 원에 낙찰돼 신기록을 세웠다. 빈 차 무게가 880㎏이니 금값보다 수십억 원이나 비싼 셈이다. 그 뇌쇄적인 아름다움으로 인해 '클래식카의 모나리자'로 불린다. 3대만 생산돼 현재 단 두 대가 남아 있는 1936년형 '부가티 57SC 애틀랜틱'(356억 원)이 전 챔피언.

역대 3위는 '메르세데스 벤츠 W196R'의 320억 원. 1950년대 독일과 스위스 그랑프리를 석권했던 전설적인 스포츠카로 현재 10대만 남아 있다. 벤츠의 명성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수입차 열풍에 휩싸인 한국에서도 벤츠는 명품 취급을 받으며 큰 사랑을 받고 있다. 비싼 가격 때문에 현실적으로 BMW를 택할지라도 로망은 여전히 벤츠다. 여기에 아우디 폭스바겐을 더해 독일차 4종세트가 우리나라 수입차 시장의 70%를 차지한다.

하지만 수입차들도 형편없는 서비스 품질이라는 치명적인 아킬레스건을 가지고 있다. 개별소비세 인하로 가격 인하요인이 생겼는데도 나 몰라라 한다. 심지어 수리비를 바가지 씌우기 일쑤다.

이번에 벤츠가 제대로 걸려들었다. 빵점 서비스에 뿔난 한 구입자가 광주의 대리점 앞에서 2억 원이 넘는 고급 벤츠를 야구방망이와 골프채로 부숴버렸다. 시동이 꺼지고 핸들과 브레이크마저 작동하지 않아 두 번이나 수리받았는데 또다시 엔진이 멈춰서 임신한 부인이 혼절한 것을 보곤 분을 참지 못한 거다. '광주 벤츠 S63 AMG 박살내기'라는 이름으로 영상이 유튜브에 올라오자 공분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불과 며칠 전 벤츠코리아 신임 사장이 '최고를 지향하는 고객 서비스'를 내세웠는데 꼴이 영 우습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