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표면 아래에 엄청난 에너지를 품고 있는 존재가 화산이다. 자연의 분노, 용암이 연약한 지각을 뚫고 올라 폭발할 때의 파괴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세상을 초토화시킬 압도적인 힘으로 궤멸적 타격을 가하는 지옥불에 다름 아니다.

하지만 우주적 관점에서 보면 화산과 지진, 태풍 등 자연 재해는 행성이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이기도 하다. 지구가 뒤틀리거나 열병을 앓게 되면 인체와 마찬가지로 원래의 모습을 유지하려는 항상성 차원에서 그렇다. 만약 화산 작용에 의해 지표면이 3차원으로 조각나지 않았다면 찬란한 아름다움을 과시하지 못했을 것이다.

태양계에서 지구를 제외하고 아직도 불길을 내뿜는 희한한 천체가 있다. 목성의 위성 '이오'. 2년 전 여름 여기서 역대 최대의 화산 폭발 장면이 관찰됐다. 기껏해야 수십㎞에 불과한 우리와 달리 불길이 수백㎞나 치솟아 오른 환상적인 모습에 과학자들은 넋을 놓았다. 하기야 지구보다 훨씬 작은 몸집에 100배 이상의 마그마를 품고 있는데다 목성이 엄청난 힘으로 끌어당기니 그럴만도 하다. 오죽했으면 폭발로 너덜너덜해진 이오를 '피자'라 부를까.

인류 역사상 화산폭발과 지진으로 희생된 이가 7500만 명을 헤아리니 아수라가 따로 없다. 7만 년 전 인도네시아 토바 화산 폭발 때는 지구 전역의 인류가 겨우 수천 명 살아남아 우리의 조상이 됐다. 이로 인해 유전자 다양화가 이뤄지지 못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토바 화산에 버금가는 슈퍼화산이 미국 옐로스톤 국립공원 지하에서 깨어날 때를 기다리고 있다. 60만 년 주기인데 직전 분출이 64만 년 전에 이뤄졌으니 예상 폭발시기를 넘긴 상태. 매년 7㎝이상 지표면이 부풀어 오르고, 마그마 저수지도 가득 채워지고 있다. 이게 터지면 일순간 북미가 쑥대밭이 되고 향후 수년간 극심한 기후 변화로 인류는 멸종 위기를 맞게 된다.

화산 폭발의 주무대인 환태평양조산대, 일명 '불의 고리'가 심상찮다. 지난해 하반기 일본에서 화산 분출이 잇따르더니, 지금 인도네시아와 멕시코 등에서 화산이 동시다발적으로 불을 내뿜고 있다. 발리를 비롯한 인근 공항이 폐쇄되고 주민대피령이 내려졌다. 얼마전 엄청난 인명피해를 낸 네팔 대지진 참상이 눈앞에 어른거린다. 정상부가 솟아오르고 온천수가 펄펄 끓으며 대폭발 위험성이 날로 커지고 있는 민족의 영산 백두산 역시 어찌될지 모른다. 화산 폭발을 남의 일로 여길 일이 절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