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탁물의 때에는 대부분 지방이나 단백질, 탄수화물과 같은 유기 성분과 색소, 먼지, 매연 등이 어우러져 있다. 지방 성분의 때는 세탁과정에서 세제에 의해 옷감으로부터 분리돼 미세하게 분산되지만 계란 노른자나 우유, 혈액, 코코아 등이 묻어있는 때는 쉽게 제거되지 않는다. 이처럼 단백질 성분을 함유하고 있는 때들은 물속에서 잘 녹지 않으며, 높은 온도에서는 응고해버려 옷감 성분에 더욱 강하게 붙어있게 된다.
오토 로엠(1876~1939)은 더러워진 빨래를 췌장으로부터 얻은 추출물을 이용해 깨끗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그는 최초로 세탁에 바이오세제를 적용했으며 1914년 돼지의 췌장에서 얻은 단백질분해효소로 '버너스(Burnus)'라는 세탁제품을 출시했다. 그러나 이 효소는 안정적이지 않았으며 비싸고 대량생산도 어려웠다. 그러던 중 1960년에 바실러스 라이케니포미스(Bacillus licheniformis)라는 세균으로부터 서브틸리신(subtilicin)이 발견됐다. 현재 바이오세제에 가장 많이 이용되고 있는 서브틸리신은 미생물이 세포 밖으로 분비하는 대표적인 단백질분해효소로서 열안정성이 높고 알칼리 범위에서 효과를 유지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미생물은 생물 고분자 물질을 분해하는 다양한 세포외 가수분해 효소를 생산한다. 예를 들면 천연 고분자 물질인 단백질, 전분, 펙틴 물질을 분해하는 단백질분해효소, 전분분해효소, 펙틴분해효소가 있다. 미생물은 다양한 효소들을 세포 밖으로 방출해 큰 단위의 물질들을 작은 단위의 물질로 분해하고 이를 영양분으로 취해 생장한다.
바이오세제는 1960년대 중반부터 미국, 서유럽, 일본 등에서 널리 판매됐으며 오늘날 전 세계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알칼리성 단백질분해효소를 이용하면 단백질 성분의 때가 분해돼 옷감 조직으로부터 분리되는데 세탁물 kg당 약 200㎎의 양으로도 적절한 효과를 나타낸다. 또한 섬유소분해효소는 옷감에서 돌출한 미세섬유를 제거해 면섬유를 더욱 부드럽게 해 주고 색상도 더 선명하게 해준다.
세제를 생산하는 공정 중에는 먼지나 잔류 세제가 발생한다. 이들은 사람에게 알레르기를 일으킬 수 있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세제를 알갱이로 만드는 방법을 개발했다. 최근에는 먼지가 날리지 않는 알갱이 형태로 만들고 표면을 왁스로 처리해 생산하고 있다. 또한 액체 세제는 알레르기 문제도 발생시키지 않을 수 있다. 에너지에 대한 인식이 증가하면서 바이오세제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바이오세제에 이용되는 효소들은 50~60도에서 안정적으로 작용하고 최대의 세탁 효과를 나타내기 때문에 세탁 시 삶는 과정이 필요 없게 됐다. 이를 통해 에너지를 절약하는 효과 또한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한편, 제혁업에서는 미생물이 생산하는 단백질분해효소를 가죽의 털을 제거하거나 피부를 벗겨내는 작업에 사용한다. 예로부터 가죽을 무두질하는 과정에 개의 분변이 사용됐는데, 이는 분변에 존재하는 세균들의 단백질분해효소가 가죽을 부드럽게 만들어 주는 효과를 나타냈기 때문이다. 그 외에도 빵을 굽는 과정에 전분분해효소를 첨가하면 전분을 분해시켜 빵 반죽의 당 함량이 높아지고 발효를 촉진시킬 수 있다. 그리고 단백질분해효소는 빵 반죽의 끈적한 단백질 성분인 글루텐을 분해해 반죽이 잘 늘어나고 이산화탄소가 더 많이 발생해 빵의 부피가 커지도록 해준다. 청바지를 생산하는 직물산업에도 전분분해효소가 사용된다. 청바지의 뒤틀림 모양은 면에 윤기를 내고 실 조직에 풀 역할을 하는 전분 성분에 의한 것으로 가공공정의 최종단계에서 전분분해효소를 사용해 제거한다.
효소 생산에서 미생물이 각광을 받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미생물이 여러 가지 장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미생물은 빠르게 증식하며 많은 양의 효소를 비교적 값싸게 장소나 계절에 상관없이 생산할 수 있다. 그리고 돌연변이를 통한 균주 개량으로 효소 생산량을 증대시킬 수도 있다. 따라서 미생물을 이용한 바이오산업은 실용화하기까지 시간이 상대적으로 적게 걸리므로 산업적으로 접근하기가 쉽고 경제적인 이익 또한 크다. 현재의 뛰어난 과학기술을 이용해 많은 미생물들을 발견하고 이들의 특수한 성질들을 밝혀낸다면 이를 통한 산업소재의 개발이 더욱 활발해질 것이다. 미생물은 인간이 살아가는 데 아주 유용한 존재이며,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중요한 생물자원인 것이다.
인제대 기초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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