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부산메디클럽

[장병윤 칼럼] 또 하나의 성역

친일·독재 미화한 교학사 한국사를 신성시하는 세력들

역사의 엄중함부터 배워야 할 것이다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정홍원 국무총리가 국회에서 일제강점기 일본이 우리나라를 침략했는지, 진출했는지를 묻는 국회의원의 질문에 답변을 주저한 것은 경악스러운 일입니다.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을 학자들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니, 국민과 역사에 대한 모욕이 아닐 수 없습니다. 명색이 일류대학 나와 그 어렵다는 사법고시까지 패스하고 온갖 요직을 거친 뒤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자리에 오른 이가 일제의 침략 사실을 몰라서였겠습니까. 그가 우물쭈물 질문을 얼버무리려 했던 것은 일제의 '침략'을 '진출'로 기술한 게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였기 때문은 아니었을까요.

이처럼 상업 출판사가 낸 검인정 한국사 교과서를 지켜내기 위해 비난을 감수하는 이유가 뭘까요. 친일에 면죄부를 주고 독재를 미화하려고 안달이 난 세력들이 그 교과서 뒤편에 도사리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요. 그들이 교학사 한국사를 마치 기독교인이 바이블 대하듯 하는 모습에서 '또 하나의 성역'을 봅니다. 교학사 한국사를 구하기 위해 이 나라 기득권층이 다 동원되다시피 한 것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집권층과 자본가들, 이 땅의 거대한 기득권 세력들은 어떤 수단을 동원해서든 자신들의 어둡고 구린내 나는 과거를 감추고 싶겠지요. 아니 분칠하고 미화해서 권력과 자본뿐만 아니라 명예까지 대대손손 누리고 싶겠지요.

그들은 친일과 독재에 대한 노골적 미화로 지탄받는 교학사 교과서를 물타기 하려고 애꿎은 희생양을 만드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다른 교과서가 역사의 어두운 부분만 기록했다느니, 좌편향이라느니, 얼토당토않은 이유를 들이대면서요. 교육부는 얼마 전 7종의 검인정 한국사 교과서에 대해 수정명령을 내렸습니다. '올바른 역사인식이 필요하다'며 친일과 독재에 대한 부정적 제목이나 서술을 긍정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압박했습니다. '이승만 독재'라는 소제목마저 못마땅해 빼라고 했다니 황당하기만 할 따름입니다. 심지어 그들은 이 판에 골치 아픈 검인정 교과서를 걷어치우고 국정 교과서를 만들자고 목청을 높입니다. 일제가 침략한 건지 진출한 건지 확신도 안 서는 총리가 앞장서 외치고 교육부 장관, 새누리당까지 가세했습니다. 국정 교과서를 만들어 역사를 기득권층의 입맛대로, 정권의 뜻대로 뜯어고치자는 심사가 아니고 뭔지요.

역사를 돌이켜 봅시다. 일제로부터 해방된 뒤에 친일파들은 정치적으로 득세하고 경제적 부를 독식하면서도 자신들의 잘못에 대한 반성이나 사죄 한 번 없었습니다. 프랑스 같은 나라는 부역세력에 대해서 가혹할 정도로 단죄하면서 과거사를 정리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단죄 받아야 할 세력들이 오히려 권력을 잡고 떵떵거렸습니다. 친일파와 그 후손들이 온갖 호사를 누릴 때, 빼앗긴 나라를 되찾기 위해 일신을 희생하며 일제와 싸웠던 독립투사와 그 후예들은 이름 석 자조차 건사하지 못한 채 끼니를 걱정하고 비바람 피할 곳을 찾아야 했습니다.

친일과 독재의 역사를 제대로 정리해 다시는 잘못된 전철을 밟지 말자고 한 게 과거사 정리입니다. 어렵사리 다시 세운 민족의 역사를 자학사관이라 폄훼하면서 오욕스러운 역사를 분칠하려 드니 이런 후안무치도 없습니다. 일본이 자신들의 침략 역사를 감추려 드는 것이나 우리 기득권 세력이 자신들이 저지른 친일과 독재를 미화하려는 것은 하나 다를 바 없습니다. 권력을 잡고 자본을 탐닉했으면 됐지 거기에다가 명예까지 회복하겠다는 건 너무나 과한 욕심이 아닌지요. 또 그것이 용인되는 나라를 어떻게 정의롭고 공정하다고 할 수 있을는지요.

역사는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습니다. 아무리 과거의 잘못을 감추고 미화하려 해도 친일파는 친일파이고 독재자는 독재자일 수밖에 없는 게 역사의 엄정함입니다. 민족시인 김남주의 '길'이란 시 중 일부를 인용해 봅니다. '넝마주이가 쓰레기를 긁어모으듯 그렇게 인간쓰레기들을 긁어모아- / 구식민지의 관료들, 친일매판자본가와 지주들, 식민지 군대의 장교들, / 애국투사들을 체포하고 고문하고 투옥하고 학살하기를 밥먹듯이 했던 / 특고 형사들, 헌병 보조원들, 주재소 순사들, 밀정들을 긁어모아- / 삼팔선 이남에 소위 '자유민주주의 정부'를 세웠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16일 코로나19 확진자 610명…부산·경남 확진자 다시 상승곡선
  2. 2[날씨칼럼]여름은 언제부터 시작할까?
  3. 3부산 나흘만에 다시 10명대…댄스동호회 관련 확진자 지속
  4. 4HMM 올 1분기 영업익 1조 기록, 창사 이래 최대실적 쐈다
  5. 5경남도 코로나19 확진자 29명 추가…일부 지역 거리두기 단계 조정
  6. 6양산 통도사에서 인도정부 제작 불상 봉안식 열려
  7. 7[정옥재의 스마트 라이프] '열일'한 당신 넷플릭스 즐긴다면...노트북 '서피스 랩탑4' 써보니
  8. 8국민청원에 의원간 충돌까지…진주 남강변문화센터 논란 확산
  9. 9코로나로 반토막 난 봉사활동, 지역 청년들이 팔 걷었다
  10. 10웹툰 '며느라기'직접 보러 가볼까요
  1. 1'대권 주자' 이광재, 부산에서 세몰이 시동
  2. 2부산 지역 대학생들과 국힘 김미애 의원 뭉쳐 법안 발의했다
  3. 3김세연 “이재명은 무늬만 기본소득…여성징병 논의하자”
  4. 4지역구로 출근 러시…시의원실은 ‘부재중’
  5. 5김부겸 총리 인준 강행…박준영 끝내 자진 사퇴
  6. 6이언주, 국힘 최고위원 출마 저울질
  7. 7박재호·이성권 14일 회동…부산부동산특위 접점 찾을까
  8. 8국가균형위원장 "2차 공공기관 이전 문재인 정부 내 반드시 이행"
  9. 9IOK company, 라이브커머스 쇼호스트 오디션 개최
  10. 10야당 “여당, 꼭두각시 총리 탄생시켜”…청문정국 결국 강대강
  1. 1HMM 올 1분기 영업익 1조 기록, 창사 이래 최대실적 쐈다
  2. 2[정옥재의 스마트 라이프] '열일'한 당신 넷플릭스 즐긴다면...노트북 '서피스 랩탑4' 써보니
  3. 3지난달 부산 단순노무직 2만5000명↑…17개월來 최다
  4. 4명태 등 정부 비축 수산물 방출
  5. 5고공행진 부산 기름값, 그래도 저렴한 곳은 있다
  6. 6실손의료보험 청구 전산화 속도낼까… 금융위도 '중점과제' 선정
  7. 7부산국제금융진흥원, 해외 네트워크 확장 기지개
  8. 8기장·강서 힘입어…부산 아파트값 상승세 지속
  9. 9[경제 포커스] 자산 매각, 인사 영입…롯데쇼핑의 ‘이베이 인수’ 시그널
  10. 10일광 옛 한국유리 부지 개발사업 ‘국제공모’로 급물살
  1. 116일 코로나19 확진자 610명…부산·경남 확진자 다시 상승곡선
  2. 2부산 나흘만에 다시 10명대…댄스동호회 관련 확진자 지속
  3. 3경남도 코로나19 확진자 29명 추가…일부 지역 거리두기 단계 조정
  4. 4양산 통도사에서 인도정부 제작 불상 봉안식 열려
  5. 5국민청원에 의원간 충돌까지…진주 남강변문화센터 논란 확산
  6. 6코로나로 반토막 난 봉사활동, 지역 청년들이 팔 걷었다
  7. 7동급생 때린 초등생 전학처분은 합당
  8. 8울산 남구에 관광 수소버스 다닌다
  9. 9경남도, 2021년 농촌 집고쳐주기 대상 저소득취약계층 106가구 선정
  10. 10부산 코로나19 신규 확진 30명대…댄스 동호회발 감염 확산
  1. 1감독 교체로 어수선한 '거인'...전준우 "후배들 다독여 앞으로 나아갈 것"
  2. 2프로축구 부산 아이파크, 뜻밖의 '특별휴가'… 2주 뒤 리그 경기 재개
  3. 3프랑코, 투구 습관 간파?…거인 마운드 어쩌나
  4. 4이대호·전준우 첫 동반 라인업 제외
  5. 5‘어린 주장’ 김진규 아이파크 이끈다
  6. 6‘고수를 찾아서3’ 대동류 합기유술 vs 태권도 & 킥복싱
  7. 7류현진, 칼제구 부활…올 시즌 최다 이닝 소화
  8. 8메스 든 거인 수장…성적·선수단 조화 두 토끼 잡을까
  9. 9다대포서, 한강서…2049명 ‘나만의 코스’ 걷고 달렸다
  10. 10"ESL 탈퇴 못해" 3개 구단, UCL 2년간 출전정지될 수도
우리은행
국민의힘 대표 후보 인터뷰
김웅
국민의힘 대표 후보 인터뷰
조해진
강동진 칼럼 [전체보기]
한 도시의 리더가 된다는 것
‘융합의 시대’를 진정으로 지향하려면
기고 [전체보기]
한국거래소 ‘부산 본사 2.0’ 시대 /손병두
‘만화도서관’ 연제구 새 브랜드로 /이성문
기명칼럼 [전체보기]
암호화폐 무조건 부정만 할 것인가
기본소득 포퓰리즘, 가짜와 짝퉁의 대결
기자수첩 [전체보기]
부산 자치경찰위원회 사무국장도 경찰 출신…취지 역행 우려 /박호걸
체계적인 ‘동백전 행정’ 쫌! /김진룡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한국피리, 서양피리를 만나다
한국음악의 떼루아를 찾아서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2+1 책임제’ 족쇄로 안 남으려면 /유정환
‘신산업 도시 부산’의 필요조건 /이석주
도청도설 [전체보기]
미술관 기행
아! 국제시장
독자의 소리 [전체보기]
탄소세와 한계비용제로 /안영철
우리에게 외교 전략이 있는가 /허만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음식은 움직이는 거 아닙니다
한국식 돈가스의 탄생
사설 [전체보기]
“문 정부 내 2차 공공기관 이전안 발표” 약속 지켜라
해사법원 유치에 수도권 사활, 부산 정치권 뭐하나
이은화의 미술여행 [전체보기]
최고의 기쁜 날
퇴폐미술의 낙인
장재건 칼럼 [전체보기]
시험대 오른 박형준표 협치
재보선 민심 받들겠다더니
정책 제언 [전체보기]
유니콘기업으로 도시재생 해법 찾다 /김민정
코로나19는 사람을 차별했다 /박민성
조영석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오월의 노래
봄날의 상념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와인! 콘텐츠가 필요하다
와인어게인
특별기고 [전체보기]
공공콘텐츠 없인 북항 성공 없다 /서의택
민주화·민족자존에 바친 삶, 편히 쉬소서 /허운영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나비 그림의 명인, 남계우
김정희의 ‘세한도’ 열풍
  • 해양컨퍼런스
  • 생명의강 낙동강 수필공모전
  • 유콘서트
  • 18기 국제아카데미 모집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