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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병윤 칼럼] 나라를 망치는 정치

사마천이 경계했던 사사로운 파당정치

2100년이나 지난 오늘도 여전히 기승, 세상개혁 가로막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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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선비에겐 오히려 죽음도 함께 할 문경지교가 있거늘 지금 천하를 뒤엎고도 남을 큰 나라에 목숨으로 절개와 지조를 지키는 신하는 단 하나도 없고 그저 끼리끼리 패거리를 짓고 모조리 구차한 언행으로 제 몸보신에만 열을 올리면서 사사로운 이익만 생각하니 나라를 망치는 정치로다'. 사마천이 궁형의 치욕을 당하고도 살아남아 '사기(史記)'를 쓰게 된 동기를 감옥에 갇힌 친구 임안에게 밝힌 '보임안서(報任安書)'의 한 구절이다.

사마천은 이 글에서 5000명의 군사로 오랑캐 8만 명에 대적해 대승을 거두고도 구원군의 지연으로 사로잡힌 이릉을 변호하다 한무제의 진노를 사 죽음보다 더한 형벌을 받게 된 경위를 설명한다. 이와 함께 한나라 조정의 중신을 비롯한 동료들이 이릉을 변호하기는커녕 역적으로 몬 행태를 비판한다. 그는 파당을 지어 충신을 모해한 조정의 사사로운 정치를 나라를 망치는 정치라 규정했다. 그런데 그 정경이 낯설지 않다. 단 하루도 쉬지 않고 서로 물어뜯고 할퀴는 우리 정치판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본다. 민심을 외면한 채 파당질을 일삼는 작금의 정치나 2100년 전 사마천이 염려한 한조정의 모략질이나 너무 흡사하다.

사기에는 제왕에서부터 악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인물군상이 등장한다. 사마천은 그 중에서도 세상을 바꾸는 개혁가들의 행장을 뜨겁게 그려냈다. 사마천의 어법에 따르면 개혁은 짐승의 껍데기를 벗겨내듯 세상을 송두리째 바꾸는 것을 의미한다. 사기에는 부국강병을 꿈꾸던 춘추전국의 시대적 여망에 의해 등장했던 숱한 개혁가들의 삶이 명멸한다. 그들은 기득권 세력의 특권을 없애면서 개혁의 기치를 든다. 권력과 부를 독점했던 왕실종친과 귀족들에게 징세와 징병이란 개혁의 칼날을 들이댔다. 특권을 누리는 만큼 사회적 책임을 다하라는 것이다. 기득권 세력이 세금과 봉사로 국력에 힘을 보태고 백성의 복지를 도울 때 나라가 안정되고 강해진다는 논리다.

춘추전국의 난세에 개혁사상은 끊임없이 등장했고 개혁가들은 역사의 한 걸음 전진을 위해 고군분투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2000년이 훌쩍 지난 지금에 이르러서도 개혁의 필요성은 유효하다. 1%의 부자들이 온갖 권력을 휘두르는 자본의 시대에 양극화되고 분열된 사회를 통합하기 위해서 특권층의 희생과 봉사가 여전히 절실하다. 기득권층이 어떻게 기여하느냐에 따라 사회의 안정과 나라의 발전이 판가름 나는 것이다. 그래서 지난 대선에서도 기득권을 나누는 경제민주화와 국민복지가 공약으로 등장한 것 아닌가. 오늘의 정치인 역시 춘추전국의 개혁가가 군주에게 부국강병을 약속하면서 신임을 얻은 것처럼 국민에게 개혁을 내세워 표를 얻은 것이다.

세상을 제대로 바꾸기 위해서는 개혁의 기치를 든 이들이 솔선수범해야 한다. 춘추시대 여러 나라를 돌면서 개혁정치를 펼쳤던 오기(吳起)는 수백 차례의 전투에서 단 한 번도 패한 적이 없는 상승장군이기도 하다. 그가 위나라 군대를 강군으로 만들기 위해 온몸을 바쳐 헌신한 기록은 처절하기까지 하다. 대장군인 그도 행군할 때 자기 짐은 스스로 지고 병사보다 먼저 먹지 않고 잠자리에 돗자리도 깔지 않았다. 병사가 부상으로 고름을 흘리자 입으로 피고름을 빨아 치료해 줬다. 병사와 온전하게 동고동락하는 장군이 어찌 전쟁에서 패할 수 있겠는가.

2500년 전 사람 오기를 보면서 우리 정치인들은 부끄러움을 느낄까. 일그러진 정치판의 몰골을 보면서 과연 오기를 떠올리며 스스로를 책망할 정치인이 얼마나 될까 싶다. 여야를 막론하고 민생을 입에 올리며 백성의 고통을 해결하겠다고 큰소리치지만 정작 속을 들여다보면 제 잇속을 차리기에 혈안이 돼 시커멓기만 하다. 승냥이떼처럼 파당을 지어 백성을 뜯어먹고 사는 모습은 사마천이 한탄했던 한왕조의 정치나 오늘의 정치나 오십보백보다. 오히려 지금은 뻔뻔스러운 궤변으로 내놓고 백성을 속이고 사리사욕을 채우니 염치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지경이 됐다. 자신들에게 권력을 위임한 민의를 배신하고 파당을 지어 이전투구를 벌이는 우리 정치판 역시 사마천이 경계한 '나라 망치는 정치'와 다를 바 하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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