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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사과만 하는 대통령이 될 것인가 /최원열

무상보육, 무상교육, 반값등록금 등 장밋빛 복지 공약 모두 어쩔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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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맘때면 태풍이 몰아칠 법도 한데 조용하다. 북상하는 태풍마다 한반도를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참 좋은 계절이 아닌가. 가을 들녘은 대풍을 예약했고, 명산마다 옷을 갈아입기에 분주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온통 울긋불긋 '단풍 대궐'을 자랑할 것이다. 삼천리 금수강산이 따로 없다.

하지만 그건 눈에 비치는 바깥 풍경에 지나지 않는다. 결실과 성숙의 시기를 맞아 우리네 삶도 한층 푸근해져야할 터인데 안을 들여다보면 정반대로 치닫고 있다. 곪아터지기 직전이다. 바람 잘 날 없이 슈퍼 태풍이 이리 할퀴고 저리 휩쓴다. 지금 한국은 위태롭다. 정치 경제 사회 그 무엇을 봐도 결코 건전한 사회가 아니다. 새 정부 들어선 지 얼마 됐다고 이리도 난리 북새통인지.

국정원 개혁 현안과 종북 세력 문제, '부채도사'에 홀린 재벌그룹 회장 사건에다 검찰총장의 혼외자식 의혹까지 나라를 온통 뒤흔드는 초대형 사안들이 쓰나미처럼 덮치고 있다. 도박빚 때문에 어머니와 형을 무참히 살해하는 패륜 범죄는 또 어떤가. 그리고 국민이 그토록 열망했던 공약이 일순간에 날아가버리는 참담한 상황까지 빚어지고야 말았다.

기초연금 몇 만 원 적게 받는다고 굶어죽지는 않을 것이다. 나라가 정말 잘 돌아간다면 그 정도는 얼마든지 감내할 수 있다. 문제는 진정성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대한민국 모든 어르신께 매달 20만 원씩 드리겠다"는 대선 공약을 뒤집었을 때 여당 대표가 이렇게 말했다. 지금 경제가 어렵고, 복지도 축소되는 추세라고. 대통령을 비호하기 위한 표현이었다고는 하나 치졸한 궤변에 지나지 않는다. 한번 물어보자. 그럼 대선 당시에는 전 세계적으로 복지가 확대되고 있었나. 1년도 안 되는 사이에 그렇게 상황이 급변한 것인가. 차라리 말을 하지나 말지.

진영 복지부 장관은 더하다. 자신의 뜻대로 안 된다고 사표를 던지는 행위는 무책임의 극치라 할 만하다. 희생양의 법칙이란 게 있다. 마키아벨리의 '군주론' 모델은 교황의 사생아 체사레 보르자였다. 권모술수의 일인자였던 그는 교황청의 말을 듣지 않는 한 공국을 점령한 뒤 질서회복을 위해 당대 최고의 장군을 파견했다. 물론 사회질서를 잡는 게 가장 큰 목적이었지만 또 다른 꿍꿍이가 있었다. 바로 경쟁자 제거였던 것이다. 장군이 무차별 폭력을 휘둘러 잠잠해지자 민심 불만이 커졌다는 점을 들어 체사레는 가차없이 장군의 목을 베어버렸다. 때를 기다려 토사구팽시키는 게 바로 희생양의 법칙인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상상도 해봄 직하지 않을까. 박 대통령이 공약 파기를 하는 순간 민심은 뒤흔들린다. 희생양이 필요한 건 당연하나 지금은 수습을 하지 않았기에 때가 아니다. 정부안이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게 이뤄지면 주무장관을 희생양으로 삼을 시점이 된다. 하지만 큰 차질이 생겨 버렸다. 장관이 때 이른 시점에 덜컥수를 둔 것이다. 청와대 속이 부글부글 끓어오를 밖에. 여하튼 요지경 세상이다.

그건 그렇고 박 대통령에게 묻고 싶은 게 하나 있다. 대통령의 공약이 여전히 유효하다고 했는데 과연 그런지를. 경제민주화와 복지 실현을 통해 국민행복시대를 열겠다는 대통령의 국정철학이 첫 단계에서부터 브레이크가 걸렸다. 그토록 강조했던 '따뜻한 복지'는 어찌된 것인가.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지향하는 따뜻한 복지가 날개를 접는다면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유권자들은 대선 당시 그의 강력한 실천 의지를 믿고 정권을 맡겼다. 그것은 복지라는 시대정신에 대한 열망이었다. 그런데 믿음을 차버렸으니 국민들이 '멘붕'에 빠지는 건 당연하다.

사실 기초연금 문제는 시작에 불과하다. 무상보육과 무상교육, 반값등록금 등 공약들이 줄줄이 대기해 있다. 하지만 돈이 없으니 삐거덕거릴 수밖에 없을 테고 도미노현상까지 심히 우려된다. 그리되면 임기 내내 사과만 하는 레임덕 대통령으로 전락할 것이다. 최대 행복의 단꿈에 젖어있던 국민들은 실망과 고통에 신음할 것이고. 대통령에게 간곡히 부탁한다. 제발 짜깁기만 하며 고집부리지 말고 초심으로 돌아가 청사진을 다시 짜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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