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장병윤 칼럼] 유신의 추억

국정원 선거개입 못 본 척하면서 구태인물 중용, 역사의 뒷걸음질 국민들 걱정 크다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푹푹 찌는 염천의 날씨, 일상을 무장해제 시키는 무더위 속에서도 한순간 서늘한 한기에 전율한다. 세월의 저편으로 흘러가 박제된 역사로 치부했던, 기억하고 싶지 않은 시간이 스멀스멀 고개를 치켜들 때다. 오늘 정치판이 연출하는 역사퇴행의 행태는 우리가 어느 시대에 살고 있는지조차 분간하기 어렵게 한다. 국민들의 목소리는 티끌처럼 파묻히고 권력욕망이 분출하는 수상한 시절, 지난 역사의 어두운 기억이 떠오르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얼마 전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가 내뱉은 장외투쟁 금지법안 발언은 아픈 역사를 되새기게 한다. "장외투쟁이란 이름으로 의원이 정치활동을 밖에서 하는 건 조심해야 한다. 이에 대한 대책도 입법을 하더라도 마련해야 한다"는 어처구니없는 발언에서 긴급조치의 망령을 떠올린다. 집권당 대표의 초법적이고 반민주적 발상이 너무나 황당할 따름이다. 그의 발언에서 국정원 정치개입의 규명과 개혁을 요구하는 촛불민심을 힘으로라도 틀어막아야 한다는 의중을 엿보았다면 과민반응인가.

국정원 사태에 대해 여당이 취해온 일련의 행태에 비춰볼 때 황 대표의 발언은 결코 놀라운 일은 아니다. 검찰 수사에서 드러난 국정원 정치개입 혐의를 끊임없이 축소하고 왜곡했다. 국민의 주권을 침해하고 국정을 농단한 정보기관의 국기문란 행위를 옹호하기까지 한다. 야당 대선후보 흠집내기에 동원된 국정원의 댓글공작을 대북심리전이라 억지를 부리고, 그게 선거에 무슨 영향을 미쳤겠느냐고 강변한다. 오히려 국정원 개혁을 요구하는 국민의 요구를 선거결과 불복의 불온한 정치공세로 폄훼한다.

박근혜 대통령의 청와대 비서진 개편 또한 국민들의 바람에 찬물을 끼얹었다. 이번 비서진 개편의 키워드는 복고, 즉 과거회귀라는 일각의 비판이 공감을 사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김기춘 비서실장을 비롯한 공안검사 출신들의 중용은 통치권 강화를 통한 강경 국정기조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김 실장의 경륜을 높이 샀다고 하지만 흠결로 점철된 그의 전력이 국정에 무슨 소용이 닿는지 모를 일이다. 유신헌법 초안작업에 참여하고, 대선에서 지역감정의 조장을 획책했던 이다. 그가 개과천선을 했는지는 모르지만, 시대정신을 거스르는 올드 보이의 귀환은 과거회귀라는 혐의를 받을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박 대통령이 여름휴가 중에 만끽했다던 '저도의 추억'에 대한 국민들의 의구심이 커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 추억이라는 게 과거에 대한 향수가 아니었을까, 궁금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보여줬던 박 대통령의 역사인식, 5·16과 유신에 대한 어정쩡하고 애매한 태도가 새삼 떠오른다. 이번 비서진 인사를 민주화와 민주화세력에 대한 불편한 심사가 표출된 것으로 해석하는 이도 있다. 권위를 바탕으로 한 일사불란한 통치, 과거의 통치방식을 꿈꾸는 건 아닐까, 국민들의 염려가 깊어진다.

지난 정부에 대한 과거사 청산작업도 본격화되고 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추징금 환수, 노무현 전 대통령의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에 나타난 NLL 발언, 이명박정부의 원전과 4대강사업 비리에 이르기까지 역대 정권을 겨냥한 박근혜식 과거사 청산작업이 시작된 것이다. 박 대통령은 이를 "과거의 비정상적 관행을 정상화하는 것"이라고 역설한다. 역대 정부가 못한 것을 새 정부가 해결하는 것이라고도 한다. 하지만 5·16쿠데타를 구국의 결단으로, 유신을 불가피한 선택으로 두둔했던 역사인식의 변화 없이는 과거사 청산작업 역시 통치권 강화를 위한 들러리라는 의심을 살 수밖에 없다. 국정원의 정치개입은 모른 척하면서 대화록 실종을 국기문란으로 몰아붙이는 것 역시 박 대통령의 역사인식의 한계를 보여주는 것 아닌가.

폭염 속에서도 국정원 개혁을 촉구하며 든 국민들의 촛불이 전국에서 뜨겁게 타올랐다. 언제까지 국민들의 정당한 요구를 종북세력의 국론분열로 몰아붙일 것인가. 대통령과 집권여당은 귀를 열고 광장에서 분출되는 국민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들어야 한다. 끔찍했던 유신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것은 국민을 배반하는 일이다. 더는 역사의 수레바퀴를 거꾸로 돌려서는 안 된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4주 연속 1위, 부산 강서구 아파트 시장 전망은
  2. 2청년 백수에게 회사를 줍니다…주 업무는 펑펑 놀기
  3. 3공한수 서구청장, 구보 사적 사용
  4. 4생존권 투쟁이 법정 소송까지…신라대 청소노동자 시위 ‘점입가경’
  5. 5신규확진 열흘만에 다시 700명대…울산 변이 감염 확산
  6. 6부산 전역 미세먼지주의보 발령
  7. 7부산박물관 배산성 출토유물 목간과 대나무발 보러오세요
  8. 8“귀농·귀어·귀촌, 사전 준비 없으면 낭패본다”
  9. 9[류제성의 페니미즘을 읽다①] 연재를 시작하며
  10. 10[오상준 편집국장 신문은 지식의 숲 3] ‘북두칠성 도서관’과 정보의 바다에서 표류하지 않는 법
  1. 1가덕신공항 이슈 사라진 김부겸 총리 후보 청문회…착공 늦어질라
  2. 2세몰이 나선 이낙연, PK 선점해 반등 노린다
  3. 3울산 부유식 해상풍력 현장 찾은 문 대통령 “세계시장 이끌어달라”
  4. 4눈길 끄는 시의회 조례 2제
  5. 5부산부동산특위 위원 선임 또 충돌…50일째 출범도 못해
  6. 6부산시가 '시다바리'? 박형준, 시정질문 데뷔전
  7. 7야당 당권 대진표 윤곽…주호영 10일 출마, 나경원 고심
  8. 8야당, 장관 후보 3인 지명 철회 요구…여당, 강행도 청와대에 철회 건의도 난감
  9. 9권익위, 공직자 투기의혹 55건 접수
  10. 10호남으로 가는 국힘…영남당 탈피 사활
  1. 14주 연속 1위, 부산 강서구 아파트 시장 전망은
  2. 2“귀농·귀어·귀촌, 사전 준비 없으면 낭패본다”
  3. 3동백전 부가서비스, 교통카드·소득공제 OK
  4. 4스타벅스·이케아, 부산서 ESG 캠페인
  5. 5부산신항에 글로벌 이커머스(전자상거래)기업 모신다
  6. 6연금 복권 720 제 53회
  7. 7“항만 개발 막는 부처 월권…제도적 장치 절실”
  8. 8부산시 주거복지센터 2곳 개소
  9. 9코리아스타트업포럼 부산협 회장 김태진 씨
  10. 10회복 가능성 있는 중소기업 신용등급 안 내린다
  1. 1청년 백수에게 회사를 줍니다…주 업무는 펑펑 놀기
  2. 2공한수 서구청장, 구보 사적 사용
  3. 3생존권 투쟁이 법정 소송까지…신라대 청소노동자 시위 ‘점입가경’
  4. 4신규확진 열흘만에 다시 700명대…울산 변이 감염 확산
  5. 5부산 전역 미세먼지주의보 발령
  6. 6[오상준 편집국장 신문은 지식의 숲 3] ‘북두칠성 도서관’과 정보의 바다에서 표류하지 않는 법
  7. 7해운대 한 주택에서 불…50대 2도 화상
  8. 8부산서 '변이 비상' 울산 확진자 접촉 감염 다수 발생
  9. 9청사포 풍력, 주민·구의회·사업자·정치인 갈등의 도가니
  10. 10부산기업 자처 롯데, 엑스포 유치 역할론
  1. 1양현종 3⅓이닝 8K…빅리그 짧고 굵은 선발 데뷔 ‘굿’
  2. 2조상현, 남자농구 국대 새 사령탑
  3. 3여자컬링 ‘팀 킴’ 연장 접전 끝 한일전 승리
  4. 49년 만에 UCL 결승 오른 첼시…“맨시티 한 판 붙자”
  5. 5'고수를찾아서3' 대동류 합기유술… “칼 든 상대 제압할 땐 손목을 노려라”
  6. 6토트넘서 쫓겨난 모리뉴, 보름 만에 재취업
  7. 733세 양현종, 텍사스 최고령 선발 데뷔
  8. 8맨시티 첫 UCL 결승 진출…우승 향한 쾌속 질주
  9. 9롯데 자이언츠, KIA 타이거즈에 17점 폭격...5연패도 끝
  10. 10조급한 허문회 감독, 자충수만 반복
우리은행
국민의힘 대표 후보 인터뷰
조해진
국민의힘 대표 후보 인터뷰
윤영석
강동진 칼럼 [전체보기]
한 도시의 리더가 된다는 것
‘융합의 시대’를 진정으로 지향하려면
기고 [전체보기]
한국 해운, 재건을 넘어 부활로 /김형준
신경제 ‘3不’ 해결로 구조적 불균형 해소 /허현도
기명칼럼 [전체보기]
기본소득 포퓰리즘, 가짜와 짝퉁의 대결
수에즈 단상
기자수첩 [전체보기]
부산 자치경찰위원회 사무국장도 경찰 출신…취지 역행 우려 /박호걸
체계적인 ‘동백전 행정’ 쫌! /김진룡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한국피리, 서양피리를 만나다
한국음악의 떼루아를 찾아서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2+1 책임제’ 족쇄로 안 남으려면 /유정환
‘신산업 도시 부산’의 필요조건 /이석주
도청도설 [전체보기]
애프터눈 티
분홍색 신화
독자의 소리 [전체보기]
우리에게 외교 전략이 있는가 /허만
불법 주·정차 단속 애환 /박정도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음식은 움직이는 거 아닙니다
한국식 돈가스의 탄생
사설 [전체보기]
위원장도 선임 못한 2030엑스포, 유치전 문제 없나
코로나19 백신 지재권 면제, 조속한 합의 기대한다
이은화의 미술여행 [전체보기]
최고의 기쁜 날
퇴폐미술의 낙인
장재건 칼럼 [전체보기]
시험대 오른 박형준표 협치
재보선 민심 받들겠다더니
정책 제언 [전체보기]
코로나19는 사람을 차별했다 /박민성
목전에 다가온 메가시티 실현 /강병중
조영석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오월의 노래
봄날의 상념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와인어게인
그 날을 기다리며
특별기고 [전체보기]
민주화·민족자존에 바친 삶, 편히 쉬소서 /허운영
‘보다 섬세한 스승’을 떠나보내며 /장현정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나비 그림의 명인, 남계우
김정희의 ‘세한도’ 열풍
  • 해양컨퍼런스
  • 생명의강 낙동강 수필공모전
  • 2021부산하프마라톤
  • 바다식목일
  • 유콘서트
  • 18기 국제아카데미 모집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