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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다 된 죽에 코 빠트리기 /강동수

문화행정의 민간화, 구호는 요란한데 여전한 낙하산 인사

부산시는 애초 약속 제대로 지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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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부산시의 문화 기관장 인사를 보니 '다 된 죽에 코 빠트리기'란 말이 절로 떠오른다. 지역 문화계의 반발을 무릅쓰고 서울 문화의전당에서 일했던 인사가 부산문화회관장으로 결국 취임했다. 곧 선임될 부산비엔날레 운영위원장 자리도 낙하산 인사가 꽂힐 거라는 추측이 난무한다. 부산문화재단의 이사장은 또 어떤 사람이 꿰차게 될까. 몇 달 전 문화행정의 민간 주도를 내세우며 부산문화회관장을 개방직으로 전환하고 부산시장이 겸임했던 부산문화재단의 이사장 자리를 민간에 넘기겠다고 발표했을 때만 해도 부산시가 모처럼 용단을 내렸다는 칭찬이 자자했던 터다. 경륜과 열정을 갖춘 새 인물이 수혈될 거라는 기대도 컸다.

그런데 뚜껑을 열어 보니 '그게 아니올시다'가 아닌가. 서울 사람이 부산에서 일하지 말란 법은 없다. 유능한 인재의 영입이라는 포장을 씌울 수도 있을 게다. 하지만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고 지역 인사를 먼저 찾아보는 게 순서 아니겠는가. '버스 지나가고 손 흔들기' 격이 됐지만 이번 부산문화회관장 선임 과정 역시 개운찮은 뒷맛을 남겼다. 채용 면접에 들어간 심사위원 5명 중에 부산시의 국장이 2명이나 됐다고 한다. 나머지 민간위원도 시가 선정한다. 인선 과정도 철저히 비공개로 일관했다. 글쎄, 이쯤이면 사실상 관선이 아닌가. 이럴 바엔 공무원이 마르고 닳도록 해 먹지 뭐하러 민간에 넘긴다는 건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한두 번이 아니니까 이런 소릴 하는 거다. 재작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서울과 인근 도시에서 공연장 대표를 오래 했던 인사가 부산시의 한 문화기관 책임자 공모에 응했다. 그는 추천위원회에서 단 한 표도 얻지 못했다. 그랬는데 반 년이 안 돼 부산의 또 다른 문화기관장 자리를 꿰찼다. 임명 배경을 놓고 뒷말이 오갔을 밖에. 다른 공모에선 한 표도 얻지 못한 이가 어떻게 갑자기 유능하고 경륜 있는 인사로 인정을 받게 됐는지 도무지 모를 노릇이다.

부산비엔날레 운영위원장 자리만 해도 그렇다. 응모자 7명 중에 추천위원회에서 3명이 최종후보자로 낙점됐다고 한다. 스펙이 화려한 서울의 인사도 들어 있는 모양이다. 그런데 그이는 이명박 정권 때 '코드 인사'로 중요한 자리를 맡은 전력이 있다. 당시 문화체육관광부가 노무현 정권이 임명한 전임자를 임기가 남았는데도 몰아내고 만든 자리였다. 전 정권에서 오랫동안 노른자위를 차지했던 사람이 무슨 미련이 남아 새삼 부산까지 오겠다는 걸까. 나이도 적지 않은 터에.

서울에서 이 자리, 저 자리 맡은 사람들은 겉으로야 이력이 화려해 보인다. 경험과 경륜이 있는 이라고 내세우기도 편할 게다. 하지만 정권이 바뀌어 더는 앉을 자리가 없어진 사람까지 굳이 모셔올 필요가 있을까. 그것도 문화계 보수-진보 갈등의 정점에 있었던 분을 말이다. 이런 불평을 하면 '조자룡 헌 창 쓰듯' 내미는 소리가 있다. 지역에 쓸만한 인재가 없다는 거다. 하기야 아주 틀린 소리도 아니다. 이번에도 지역에서 오래 감투를 썼던 이들이 다수 지원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 자리, 저 자리 오가며 만든 경험과 경륜만 내세운다면 새 피는 언제 수혈하고 지역 인재는 또 언제 키우나. 걸핏하면 타지에서 사람을 불러다 쓰는 데다 지역의 관변 문화인 몇 사람이 이 감투, 저 감투를 돌려쓰다 보니 인재난이 생긴 게 아닌가. 부산시는 책임이 없단 말인가.

이대로라면 부산문화재단 이사장이나 부산국제연극제 집행위원장 선임을 두고도 이런 저런 뒷말이 나올 게다. 자천 타천으로 들이대는 사람들도 나올 게 틀림없다. 이번에도 '그 나물에 그 밥'인 사람들이 감투를 쓴다면 부산시가 모처럼 내세운 문화행정의 민간 주도란 수사 역시 퇴색하기 십상이다. 이왕 민간화로 가겠다면 추천위원회부터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이들로 채울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부산시가 선임 과정에 일절 간여하지 말아야 함은 물론이다. 이력서 들이대는 사람보다는 손사래 치는 이를 찾아내 삼고초려하면 더 좋을 터. 진짜 일할 만한 사람들은 감투 찾아 다니지 않는 법이다.

곧 부산비엔날레 운영위원장 자리가 결정된다. 칼자루를 쥔 부산시가 과연 화룡점정을 할 건지, 아니면 다 된 죽에 또 코를 빠트릴 건지 시민과 문화계가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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