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직원 폭언과 밀어내기(제품 구입 강제) 등으로 '갑의 횡포' 논란에 휩싸인 남양유업에 대해 전국 150여 소비자 관련 단체가 제품 불매운동을 벌일 조짐이다. 남양유업 측이 피해자 보상을 하지 않을 경우 600만 자영업자들과 함께 오는 20일부터 대대적인 불매운동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궁지에 몰린 남양유업이 대국민 사과와 대리점 상생 방안을 내놓아 사태가 어떻게 전개될지 두고봐야 하겠지만, 본사와 대리점 간의 영업 관행 문제로 불매운동이 이처럼 급속하고 광범위하게 확산되기는 처음이다. 흔히 갑과 을의 관계로 비유되는 불공정 거래 관행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골목상권살리기소비자연맹, 유권자시민행동 등이 요구한 것은 남양유업 경영진의 책임있는 사과와 피해자들의 물질적·정신적 피해보상이다. 불매운동은 대기업 횡포에 속절없이 무너지는 자영업자들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최후의 수단이라는 것이다.

급기야 남양유업은 어제 김웅 대표가 직접 나서 대국민 사과와 대리점 상생협력 방안을 발표했다. 김 대표는 이번 사태의 주된 원인이 영업현장에서의 밀어내기 관행임을 인정하고, 이를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제도적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대리점 상생기금 규모를 현재 연간 250억 원에서 500억 원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남양유업이 이 같은 약속을 얼마나 신속하게, 진정성을 갖고 실행하는지에 회사의 명운이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밀어내기 관행은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유가공 업계 전반에 만연돼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남양유업을 비롯해 서울우유 한국야쿠르트 매일유업 등 유가공업계 '빅4'로 현장 조사를 확대하기로 한 만큼 실태를 명확하게 규명해야 할 것이다. 제품 유통상의 종속관계는 하도급 관계 못지않게 열악하다. 밀어내기가 비단 유가공업계만의 문제이겠는가. 이번 사태를 불공정 거래를 근절하는 계기로 삼되 정부는 자영업자들의 희생을 막을 수 있는 법규와 제도 정비부터 서둘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