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국제칼럼] 슬픔도 힘이다 /강동수

올해도 애썼던 우리, 슬픔과 고통을 나눌 가족과 이웃을 버팀목 삼아 짐짓 희망 거는 제야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어느덧 세모입니다. 지난 한 해 어떠셨습니까. 한세상 살아가는 것의 짐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지워지는 법이라 크고 작은 기쁨과 행복, 때로는 슬픔과 좌절을 겪으셨겠지요. 그래도 우리는 무탈하게 한 해의 석양에 섰습니다. 그것만도 감사할 일이지요. 한 해 동안 열심히 살아온 스스로에게, 그리고 그것을 허락한 섭리에 감사할 일이 아니겠는지요.

저는 올 한 해 묵묵히 '살아내신' 모든 분들께 감사와 경의를 담아 이 편지를 쓰고 싶습니다. 그렇지요. 나이가 하나 둘 들면서 묵묵하다는 것의 힘, 살아낸다는 것의 무게를 조금씩 느끼겠습니다. 올 한 해 부지런히 살아내신 모든 분들께, 그리고 이웃이 돼 주신 모든 분들께 동시대를 사는 이름 없는 장삼이사의 이름으로 감사드리고 싶습니다. 그런 중에도 올 한 해가 더 고달프셨던 분, 기쁨보다는 슬픔이 많았던 분들께 각별한 감사와 위무를 드리고 싶습니다.

우선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자기가 표를 던졌던 후보의 낙선으로 상심했을 1469만 명의 이웃과 함께 위로를 나누고 싶습니다. 제 지인들 중에도 요즘 뉴스를 볼 낙이 사라졌다는 분들 많거든요. 그래도 생각해 보면 우리 사회가, 그리고 우리 자신이 많이 어른스러워졌습니다. 아쉬움과 안타까움의 화인(火印)이 가슴에 찍혔다 해도 그 누구도 결과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습니다. 대통령직선제가 처음 도입됐던 1987년 겨울의 좌절과 비통, 분노와 비교해 보면 지금 우리의 차분함과 냉정이 오히려 기이할 정도입니다.

아마도 세월이 우리를 키운 듯합니다. 대통령 하나 바뀐다고 세상이 뒤집힐 것도, 낙원이 하루아침에 도래할 것도 아니라는 걸 우리는 이미 알 게 된 것이지요. 어쩌면 세상이 그만큼 성숙해졌기 때문이기도, 우리나라가 그만큼 커졌기 때문이기도 하겠습니다. 그런 나라를 만들기 위해 우리 모두 지난 수십 년 동안 분투해 오지 않았습니까. 우리 모두가 이 나라의 오늘을 만드는 데 힘을 보탠 사람들인 걸요.

새로 대통령이 되시는 박근혜님께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드릴 말씀이 있는데요, 우리는 당신이 모든 걸 잘할 거라고 기대하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선거운동 때 한 모든 약속을 기억해 주세요. 다는 못 지키더라도 기억은 해 주세요. 1469만 명 모두를 껴안으라는 말씀까진 드리지 않겠습니다. 다만 적대하지는 마십시오. 잊지 마세요. 그들이 지금 실연한 사람처럼 황량한 가슴을 껴안고 이 겨울을 견디고 있다는 것을. 투표 일주일 만에 벌써 네 명의 노동자가 목숨을 끊었습니다. 당신이 희망이었다면 왜 그들이 죽었겠습니까. 당신의 당선이 절망이었던 사람들도 이 땅 어딘가에 숨어 있다는 걸 기억하십시오.

이 추운 새벽에도 거리를 청소해 주신 분들, 제가 맛있게 먹었던 점심 그릇을 설거지해 주신 아주머니들, 출근길을 도와주신 버스기사님들 다들 고맙습니다. 하고 보니 무슨 대통령 후보의 말투 같아 민망한데요, 아무려면 어떻습니까. 우리 모두 존중 받아 마땅한 사람인데요. 아, 감사할 사람이 또 있습니다. 얇은 봉투나 건네주는 저를 올 한 해도 끼니 거르지 않고 거두어 먹인 제 아내, 지금 휴전선에서 총 들고 서 있는 제 아들…. 어디 저만 그렇겠나요. 다들 그렇게 이웃과 살붙이들에게 감사하고 사는 거 잖습니까.

내년에도 우리 모두 또 허리띠 졸라매야 겠지요. 아이들 등록금 대느라 허리 휘는 제 동년배 친구들 고생 많으시겠습니다. 일자리가 없어 잠 못 이루는 내 아들과 딸의 친구들, 아비 세대의 한 사람으로서 미안합니다. 그래도 없는 희망이나마 가불 받아 사는 게 우리네 살림이 아닌지요. 힘 내서 또 한 해 살아내 보십시다. 살다 보면 슬픔도 힘인 법입니다. 이 제야의 밤에 제가 사는 이 세상을 함께 살아주시는 모든 분들의 평강을 빕니다. 시 한 구절 선물로 보냅니다.

'슬픔을 위하여/ 슬픔을 이야기하지 말라/ 오히려 슬픔의 새벽에 관하여 말하라/ 첫 아이를 사산한 그 여인을 위하여 기도하고/ 불빛 없는 창문을 두드리다 돌아간/ 그 청년의 애인을 위하여 기도하라/ 슬픔을 기다리며 사는 사람들의/ 새벽은 언제나 별들로 가득하다/ 나는 오늘 새벽, 슬픔으로 가는 길을 홀로 걸으며/ 평등과 화해에 대하여 기도하다가/ 슬픔이 눈물이 아니라 칼이라는 것을 알았다' (정호승, '슬픔을 위하여' 중).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영상]“원자력으로 죽은 사람은 없다”
  2. 2[영상]이순신 장군의 가장 오래된 '이것'이 부산에 있다고?
  3. 3토마토 5일 물 안 줬더니…1시간 동안 50번 소리 질러 무슨 일?
  4. 4강남 역삼동 여성 납치살인 사건, 피해자 재산 노린 계획범죄
  5. 5대단지 아파트 입주 앞두고.. 사하구, 장림유수지 '악취 전쟁'
  6. 6[르포]부산 온 ‘떠다니는 군사기지’ 美 니미츠함 직접 타보니
  7. 7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에서 제주 4·3 추념식 거행
  8. 8질병청에 지친 백신 피해자들 '눈물의 공연' 시작…"이제 알리면서 싸울 겁니다"
  9. 9'무법자' 취급 배달라이더, 반찬들고 골목 누비는 사연
  10. 102023 장유누리길 걷기축제, 참가자 3배 늘었다
  1. 1[영상]“원자력으로 죽은 사람은 없다”
  2. 2[르포]부산 온 ‘떠다니는 군사기지’ 美 니미츠함 직접 타보니
  3. 3민주당 ‘원전 오염수 해양방출 저지대응단’ 후쿠시마 방문 추진
  4. 4후쿠시마수산물 수입 논란까지…尹 대일외교 부정여론 60%
  5. 5윤 대통령 통영 '수산인의 날' 첫 참석 "수산물 세계화 영업사원 되겠다"
  6. 6전봉민 563억 급감…‘국회의원 재산 1위’ 안철수에 내줘
  7. 7與 하영제 체포동의안 가결…민주 내로남불 비판 거셀 듯
  8. 8尹 대통령 지지율 4%p 떨어진 30%…작년 11월 이후 최저치
  9. 9“패스트트랙은 꼼수” “김 여사도 특검해야” 법사위 신경전
  10. 10日 후쿠시마 원전 내부 손상 심각, 대통령실 "후쿠시마 수입 없다" 또 강조
  1. 1미국, IRA 세부지침 확정…韓정부 "불확실성 상당 부분 해소"
  2. 2[종합] 무역수지 25년 만에 13개월 연속 적자…반도체 34%↓
  3. 31061회 로또 복권 1등 11명…각 24억 2276만 원씩
  4. 4‘엑스포 무대’ 북항 2단계 준공 2년 앞당긴다
  5. 5[종합] 전기·가스요금 인상 전격 보류…"한전 등 자구책 우선"
  6. 6대체거래소 예비인가 1곳 신청…경주·전북도 유치전 가세
  7. 7지산학 협력으로 고용창출…부산 5년 간 1조 투입한다
  8. 8산업부 "전기·가스료, 당분간 1분기 요금 그대로 적용"
  9. 9한일재계 엑스포 협력모드…부산서 140명 유치전 머리 맞댄다
  10. 10[차호중의 재테크 칼럼]국민연금 추가납부 할까 말까?
  1. 1강남 역삼동 여성 납치살인 사건, 피해자 재산 노린 계획범죄
  2. 2대단지 아파트 입주 앞두고.. 사하구, 장림유수지 '악취 전쟁'
  3. 3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에서 제주 4·3 추념식 거행
  4. 4질병청에 지친 백신 피해자들 '눈물의 공연' 시작…"이제 알리면서 싸울 겁니다"
  5. 5'무법자' 취급 배달라이더, 반찬들고 골목 누비는 사연
  6. 62023 장유누리길 걷기축제, 참가자 3배 늘었다
  7. 7부산 찾은 이태원참사 진실버스…"특별법 제정 이뤄낼 것"
  8. 8시장 관사 물건 경매 '후끈'... 대통령 미용의자 '300만 원'
  9. 9양산시, 원자력안전교부세 신설 나선다
  10. 10코로나19 신규확진 1만 명대…일주일 전과 비슷해
  1. 1프로야구 ‘플레이볼’…롯데·두산 4월 1일 개막전
  2. 24강 6중…롯데 다크호스 될까
  3. 3서튼 “디테일 야구로 거인 팬들에게 우승 안기겠다”
  4. 4유럽파 ‘클린스만의 그들’ 리그서 골 사냥
  5. 5“비거리 고민하는 골퍼, 힘빼고 원심력으로 공 쳐야”
  6. 612초내 투구…경기시간 줄여 박진감 높인다
  7. 7LIV골프투어는 모래지옥?
  8. 8대한축협 '기습 사면' 사흘만 결국 철회, 비난 들끓자 백기든 모양새
  9. 9롯데, 이승엽의 두산과 첫 맞대결…팬들은 가슴 뛴다
  10. 10류현진 ‘PS 분수령’ 7월 복귀
주민이 직접 설계하는 지방자치단체 구성
불신 큰 지방의회 권한 확대? 다수당 견제책 등 선결돼야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황령산 봉수전망대에 보내는 간곡한 바람
더불어 살며 지켜가야 할 피란수도 부산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자연의 법, 인간의 법
낙동강 녹조를 그대로 둘 것인가
기고 [전체보기]
간호법 반대 의견에 귀 기울여야 하는 이유
주민과 함께, 보다 긴 호흡으로
기자수첩 [전체보기]
동계체전, 국내 최고 겨울 스포츠대회 맞나
학교 신축 공기지연, 노조 탓만 할 수 있나요?
김갑수의 생각 [전체보기]
한일회담, 그들의 영구집권은 가능할까?
한국은 여기까지다
김석환의 이미 도착한 미래 [전체보기]
3차 세계화, 우리는 괜찮을까
‘죽어도 자이언츠’를 보면서
김용석의 시사탐방 [전체보기]
“거울아, 거울아!” 그 중독의 마법
선인장 가시와 ‘나의 불안전 불감증’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세계박람회 왜 부산인가?
문화자산을 물려받는다는 것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선택적 추모’를 넘어
가덕신공항과 수도권 일극 체제
도청도설 [전체보기]
통영국제음악제
엑스포 응원가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제주 구엄리 돌염전
아재들의 건승을 빕니다!
사설 [전체보기]
학력 신장과 지·산·학 혁신은 부산 인재 키우는 밑거름
대중교통비 돌려준다지만 요금 인상 빌미라면 곤란
세상읽기 [전체보기]
큰 기대에 쉽게 기대지 말자
우리 곁의 ‘다음소희’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복지 지출의 원칙과 난방비 지원
의사 인력 확충의 올바른 방법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새로운 해양시대
이해인 수녀 '기도의 창가에서' [전체보기]
신발을 신으며 배우는 겸손
매화 앞에서, 슬픔 앞에서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한반도에 새로운 국제질서가 등장하고 있다
위태로운 중국의 미래
인문학 칼럼 [전체보기]
원도심은 지붕 없는 박물관?
잃어버린 웃음을 찾아서
장병윤의 대안 모색 [전체보기]
원전에 미래를 맡길 수 없다
다시 블랙리스트
전호환의 두잉세상 [전체보기]
세계의 대전환, 2030 부울경세계박람회
근고지영
차재원의 정치평설 [전체보기]
대통령의 초심
새해엔 선거개혁 위한 결단 기대한다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봄의 낭만에 대하여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
특별기고 [전체보기]
한일관계, 기초 제대로 잡아가야
내 고향은 부산입니더!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두 마리 토끼, 콘골트
오케스트라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의재 허백련의 한국적인 산수화
이당 김은호의 ‘매란방’
CEO 칼럼 [전체보기]
재편된 마이스 시장에서 생존 전략은
ESG경영 골칫거리 해결한 시스템
  • 유콘서트
  • 다이아몬드브릿지 걷기대회
  • 제11회바다식목일
  • 코마린청소년토론대회
  • 제3회코마린 어린이그림공모전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