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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반값 선거비용'의 정치공학 /신율

TV토론 기피한 채 홍보경비 절감엔 현실 탓 하는 건 대국민 사기극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2-11-13 20:42:29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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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대선 후보 측이 돌연 반값 선거비용을 제안하고 나섰다. 안 후보는 법정선거비용 560억 원의 절반만으로 이번 대선을 치를 것이라고 말하며 박근혜, 문재인 두 후보에게 동참을 제안한 것이다. 반값이라면 상당히 매력적으로 들린다. 등록금도 반값이 좋고 세금으로 치러지는 대선 선거비용도 반값이 좋은 것은 분명하다. 정말 국민의 입맛에 딱 맞는 좋은 제안이다. 그런데 다른 후보들의 입장은 떨떠름한 것 같다. 입만 열면 국민을 위한다는 얘기를 해서 잠꼬대까지 국민을 외치지 않을까 걱정되는 다른 후보들이 이 제안에는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다는 말이다. 물론 문 후보는 처음에는 제안이 현실성이 없다고 했다가 나중에는 공동계약을 하자는 방식으로 응수했다. 선거 준비 과정에서 발생하는 업체와의 계약은 문·안 후보가 공동계약 방식으로 추진하자는 제안이다. 예를 들어 선거운동복이 4000벌 필요할 경우 양측이 각각 2000벌씩 같은 업체에서 계약하면 각 캠프의 입장에선 반값이 된다는 논리다. 후보 단일화 이전까지는 이런 식으로 선거비용을 줄이고 단일화 이후에는 승리한 후보 측이 나머지 소요 비용을 다 대면 된다는 주장이다. 이러면 불필요한 경비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 문 후보 측의 설명이다.

그런데 이 주장은 어차피 후보 단일화가 될 것이기 때문에 단일화 과정에서 패한 후보가 불필요한 돈을 쓰는 것을 막자는 취지처럼 느껴진다. 이는 국민의 혈세를 절약하자는 안 후보 측의 본래 취지에서 벗어난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법정 선거비용의 상당 부분이 TV나 신문광고 그리고 후보들의 유세 등 홍보비로 쓰이는 것을 감안하면 문 후보 측의 주장은 애초 취지에서 완전히 벗어나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이다. 박 후보 측은 아예 안 후보는 반값 선거비용 제안을 할 자격이 없다는 반응까지 보인다.

그렇다면 문·박 후보 측은 왜 안 후보의 제안에 이런 반응을 보일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 따지고 보면 안 후보 측의 반값 제안은 국민 혈세를 절약하자는 순수한 의미를 담고 있을 수도 있지만 정치 공학적 의도도 포함하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안 후보 측은 이런 제안을 선거를 치러본 기존 정치권이 받아들이기 힘들 것으로 생각했을 것이다. 대선에서 소요되는 비용이 도대체 얼마나 되는지는 정치학을 30년째 전공하고 또 지금도 현실 정치를 주시하고 있는 필자로서도 좀처럼 알 수 없다. 물론 역대 대선후보들이 법정 선거비용만으로 선거를 치렀기를 바라지만 과거의 사례를 볼 때 믿기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그러니까 법정 선거비용으로 선거를 치러도 모자랄 판에 이 돈마저 반으로 줄이자고 하니 기존 정치권은 기가 막혔을 법하다.

바로 이 점을 안 후보 측은 노렸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즉 기존 정치권과 다름을 생명으로 하는 안 후보 입장에선 이런 제안이 자신의 차별성을 더욱 돋보이게 하고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거나 아니면 문 후보처럼 자기 식대로 해석하면 이는 기성정치권의 한계를 보여준 꼴이어서 안 후보 자신이 더욱 부각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뒀을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다. 또 제안을 통해 정국 주도권 회복도 노렸을 수 있다. 이런 상황이 전개되면 안 후보는 협상 중인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유리한 입장을 차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반값 선거비용을 부각시킨 상태에서 펀드를 모집하면 자신의 대선 완주의지를 분명히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했을 수 있다. 상황이 이러니 문 후보는 울며 겨자 먹기로 받아주는 척이라도 해야 했고, 그 결과가 본래 취지와는 많이 빗나간 응수였다고 볼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앞서 말한 대로 선거비용의 대부분이 후보자의 홍보를 위해 쓰인다고 할 때 그 비용을 줄이면서 후보자를 알릴 수 있는 좋은 방법이 있다는 것이다. 바로 TV 토론이다. 지금까지 후보들은 자신을 알리기 위해서 그렇게 노력하면서도 TV 토론은 기피해왔다. 더욱 가관인 것은 서로 상대방의 탓을 하면서 TV 토론을 기피하고 있다는 점이다. 본인들은 이렇게 하면서 선거비용을 줄이자는 제안에 대해서는 현실 탓을 하고 있으니 국민의 공감을 얻어내기는 불가능하다. 이러면서 국민을 팔며 표 얻을 궁리만 하는 것은 분명 대국민 사기극이다.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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