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인문학 칼럼] 랑시에르의 미학 /이택광

문학·이론의 관계, 고민거리 던져…노벨상 도전보다 자본 종속 반성을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2-10-24 20:03:19
  •  |   본지 31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프랑스 철학자 자크 랑시에르는 문학작품의 읽기와 이론의 관계에 대한 흥미로운 고민거리를 던져준다. 랑시에르에게 미학이라는 것은 "예술을 인식하고 그것을 반영하는 구체적인 체제"이다. 그렇게 낯설지 않은 정의이다. 랑시에르는 미학과 예술을 분리하는 '반미학'을 무의미한 것이라고 파악한다. 미학 없는 예술은 성립할 수가 없다는 뜻이다. 미학이라는 감각의 체계가 없다면 예술은 식별할 수 있는 대상이라고 보기 어렵다.

예술이라는 것이 앎의 문제, 그것도 자기-앎의 문제라면, 미학은 더욱 예술 또는 문학과 분리할 수가 없는 것이다. 미학은 '감각적인 것의 나눔'을 생성하는 전제조건이다. 랑시에르가 감각적인 것을 가시적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간단하게 말해서, 감각적인 것은 어떤 이미지이다. 인식을 지배하는 이미지라는 개념은 실제로 '본다'는 것을 앎과 동일시했던 고대적 사유체계를 드러내는 것이다.

랑시에르는 항상 말할 수 있는 것을 규정하고 있는 글을 '평등의 언어'라고 말한다. 물론 그에게 평등의 언어라는 것은 침묵의 언어이기도 하다. 글을 통해 사람들은 소통하고 공통성을 구축한다. 그리고 여기에서 랑시에르는 글을 감각적인 것을 나누는 '적절성의 논리'로 파악한다. 이 적절성의 논리야말로 랑시에르가 말하는 미학이며, 이런 맥락에서 미학은 결코 정서적인 것이 아니라 인식적인 것이다. 이 인식은 기본적으로 체제적인 것이고, '보편적'이다.

랑시에르의 주장처럼, 미학이 인식적인 것이라면 궁극적으로 이론 없는 예술은 불가능하다. 미학은 예술을 억압한다. 새로운 예술은 이런 미학의 억압을 뚫고 태어나는 '정치적인 것'이기도 하다. 이런 맥락에서 예술은 철학적이라기보다 이론적인 측면을 갖는다. 미학이 언어의 공통성 위에서 구축할 수 있는 '평등'의 문제라고 한다면, 이 평등에 의문을 제기하고 소음을 만들어내는 문학은 하나의 체제로서 훨씬 적극적으로 이론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랑시에르에게 미학은 정치적인 것과 밀접하게 관계를 맺고 있다. 감각적인 것의 나눔을 결정하는 미학은 공동체의 규율을 결정하는 중요한 기준이다. 공동체를 구성하는 '인민'은 미학을 통해 인식의 적절성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문학작품이 출현하는 것은 이런 적절성을 판단하는 기준의 변화를 의미한다. 이 변화는 기존의 지식체계에 균열을 초래한다는 측면에서 언제나 정치적이다.

귀스타브 플로베르의 리얼리즘은 세계를 민주주의적으로 인식하는 관점의 출현을 의미했다. 플로베르의 문학이 공공연하게 정치성을 표방했기 때문에 민주주의적이었다는 뜻이 아니다. 플로베르가 추구한 중성적 스타일의 출현에서 위계적 습속의 체계를 탈가치화하는 정치적인 것을 발견할 수 있는 것이다. 한국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한국에서 플로베르의 사례에 해당할 만한 것이 바로 백낙청이 제기한 민족문학론이다.

대체로 민족문학론은 '민족'이라는 이념적 스펙트럼에 준거해서 평가받아 왔지만, 내가 보기에 중요한 지점은 민족문학론을 지탱하는 '리얼리즘'이라는 평등의 미학이다. 민족문학의 리얼리즘은 단순하게 정치적 이념이나 방법론이라고 보기 어렵다. 민족문학과 리얼리즘의 관계 자체가 보여주는 것이 이론과 분리할 수 없는 문학의 운명을 보여준다. 민족문학은 미학적 범주의 발명을 통해 현실세계를 전도해서 '내면'을 탄생시킨 순수문학에 대한 하나의 도전이었다. 이를 위해 민족문학은 먼저 순수문학론을 비판할 '이론'을 구축해야 했다.

얼마 전 기대했던 노벨 문학상이 중국작가 모옌에게 수여된 뒤에 한국 문학계는 술렁거렸다. 노벨 문학상을 받기 위해 좀 더 많은 노력을 기울였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러나 과연 노벨 문학상을 문학의 목적으로 삼는 것이 타당한지 되물을 필요가 있다. 오히려 과거 민족문학론 같은 '이론'이 보여줬던 패기가 실종되어 버린 채 출판자본의 논리에 종속되어 있는 현재의 문학현실을 반성해야하는 것은 아닌지 자문해야할 것이다. 랑시에르의 말처럼 문학이 특정한 미학체제의 문제라면 더욱 그렇다.

경희대 영문학과 교수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아파트분양 성적표 희비…상승여력 높은 단지 청약 몰렸다
  2. 2‘에어컨 없는’ 올림픽 선수촌…韓선수단, 쿨링재킷 입는다
  3. 3[이원 기자의 Ent 프리즘] 선미·나연·권은비…올 여름 ‘서머퀸’ 누가 될까
  4. 4억울한 옥살이 3년, 노래로 풀어낸 사연
  5. 5동아대 의대 휴진 결정…‘빅5’ 병원 무기한 셧다운 확산
  6. 6옛 부산외대 땅 개발 ‘일단 정지’
  7. 7[르포] 건네받은 생수 벌컥벌컥…“펄펄 끓는 땅, 박스 없인 못 앉아”
  8. 8데이터센터 전기 신청 폭증…땅값상승 노린 허위도 기승
  9. 9초량상가시장 건물 경사로 와르르…위엔 80세대 아파트 ‘아찔’
  10. 10‘백상 커플’ 수지와 첫 연기 호흡 “오랜 연인 케미? 반말 처음 해봐”
  1. 1‘1의원 1보좌관제’, 부산시의회 의장 선거 주요 이슈로
  2. 2이성권(사하갑) 의원, 우동기 지방시대위원장에 2차 공공기관 이전 조속 추진 요청
  3. 3檢 ‘쌍방울 대북송금’ 이재명 기소…제3자 뇌물 등 혐의
  4. 4李 서울~수원 오가며 주 4회 법정 설 수도…당무차질 불가피
  5. 5野 반쪽 법사위 ‘채상병특검법’ 상정 강행…與 “거부권 건의”
  6. 6김종양 '창원 방위·원자력 융합 산업단지 신속 추진법' 1호 법안 발의
  7. 7韓-카자흐 핵심광물 공급망 MOU “韓기업 우선 개발”
  8. 8민주 당헌·당규 개정, 당내 우려에도 ‘착착’
  9. 9野 “대통령 정적 죽이기”…與 “李 지키려 사법부 장악”
  10. 10당정 “내년 3월말까지 공매도 금지기한 연장”
  1. 1아파트분양 성적표 희비…상승여력 높은 단지 청약 몰렸다
  2. 2데이터센터 전기 신청 폭증…땅값상승 노린 허위도 기승
  3. 3차등요금제·특화지역 추진 빨라진다…'분산에너지법' 본격 시행
  4. 4부산원아시아페스티벌에 110만 관객 ‘역대 최대’
  5. 5삼정타워서 쇼핑 축제 즐기세요
  6. 6세계 ‘데비안 개발자’ 부산서 학술행사
  7. 7재개발 때 국공유지 관리청 명시적 반대 없으면 사업 동의로 간주
  8. 8쿠팡 "공정위 결정 착수땐 로켓배송 어렵다"
  9. 9국내 기업 10곳 중 4곳, 번 돈으로 이자 감당 못해
  10. 10여당서 '비수도권 준공 후 미분양 주택' 과세특례 재추진
  1. 1억울한 옥살이 3년, 노래로 풀어낸 사연
  2. 2동아대 의대 휴진 결정…‘빅5’ 병원 무기한 셧다운 확산
  3. 3옛 부산외대 땅 개발 ‘일단 정지’
  4. 4[르포] 건네받은 생수 벌컥벌컥…“펄펄 끓는 땅, 박스 없인 못 앉아”
  5. 5초량상가시장 건물 경사로 와르르…위엔 80세대 아파트 ‘아찔’
  6. 6부산 사상구 감전동 폐수처리 공장 인근서 폭발…2명 부상
  7. 7“차등전기료 부산에 기회…첨단기업 유치할 경쟁력 갖춰야”
  8. 8“공공건물에 소아과 개원하실분” 인프라 부족에 부산 동구 나섰다
  9. 9맛집·대형음식점도 못 믿어…부산시특사경 15곳 적발
  10. 10100억 횡령 우리銀, 금감원 조사 착수…임원에 관리책임 물을까
  1. 1‘에어컨 없는’ 올림픽 선수촌…韓선수단, 쿨링재킷 입는다
  2. 2MVP 매탄고 임현섭 “팀원 대표로 수상…프로팀 진출 포부”
  3. 3협회장배 고교축구, 수원 매탄고 우승
  4. 4달라진 한현희…시즌 첫 QS, 이적 후 최다 9탈삼진
  5. 5막강 공격력 매탄고, 4년 만에 ‘고교 월드컵’ 제패
  6. 6백승주 매탄고 감독 “선수들, 경기 주도권 잡는 플레이 펼쳐”
  7. 7원정 중국 관중 비매너 야유에…손흥민 ‘3-0 손동작’ 침착한 응수
  8. 8롯데 나균안, 키움전 선발 등판…다시 일어설 수 있을까
  9. 9한국 근대5종 세계선수권서 남녀 계주 동반우승
  10. 10U-19 축구대표팀 중국에 일격 당했다
우리은행
후보가 후보에게 묻는다
부산 서동
4·10 총선 지역 핫이슈
원도심 숙원 고도제한
강동묵의 디톡스 [전체보기]
노동자 건강을 위한 국제사회의 경향
소규모사업장 중처법, 투약 중단이 필요한가?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더 많이 두들겨 보아야 할 산복도로라는 돌다리
옛 부산세관 복원, 진정한 새로운 전통이 되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준설, 유일한 치수대책은 아니다
융합의 안목
국제칼럼 [전체보기]
‘3요’와 칸 레드카펫을 빛낸 조연들
AI시대 유토피아? 디스토피아?
기고 [전체보기]
갑진년 김해시의 ‘값진 주민과의 대화’
부울경 메가시티가 먼저다
기자수첩 [전체보기]
영화에 대한 열렬한 환호와 예우…‘축제의 궁전’ 품격이 달랐다
영화의전당 대표 연임…소통 외치는 현장에 귀 기울여야
김석환의 이미 도착한 미래 [전체보기]
아직 명당 덕을 덜 본 것일까?
노무현이 옳았다
김용석의 시사탐방 [전체보기]
신문은 살아 있고, 칼럼은 말을 건다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디아스포라의 노래 영천아리랑
우리 융복합 음악의 시초 고구려악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천덕꾸러기’ 북항재개발 이대로는 안된다
소통을 이기는 무기는 없다
데스크시각 [전체보기]
가덕신공항과 박형준의 정치적 미래
도청도설 [전체보기]
파크 콘서트
스페이스 광개토
메디칼럼 [전체보기]
일하는 사람의 1차 의료, 근로자 건강진단
100세시대의 건강관리법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대만과 밀크피시
조식전쟁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뇌력(腦力)을 키우는 다섯 가지 비결
뇌, 팩트 체크!
사설 [전체보기]
때 이른 더위에 긴 여름 더 걱정…폭염대책 빈틈없어야
부산 의대 교수들도 휴진 결의, 환자 어디로 가야 하나
세상읽기 [전체보기]
‘고립주의’ 미국, 돌아온 ‘정글’…한반도 해법은
부산 청년 수도권 유출, ICT 계열이 가장 심각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건강주치의 제도가 의료 개혁의 핵심인 이유
의대 입학정원 갈등의 올바른 해법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기회의 바다, 우리네 함장은 어디로 키를 잡을까
부산항, 글로벌 물류 허브 플러스 알파
이해인 수녀 '기도의 창가에서' [전체보기]
12월의 기도편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경제문제가 풀려야 인구문제가 풀린다
중국의 한국시장 시장교란
인문학 칼럼 [전체보기]
인문 정신은 언제나 곡선으로 간다
호모 사피엔스의 바다
전호환의 두잉세상 [전체보기]
‘나만의 생각’을 길러주려면
한국교육의 새 지평을 여는 IB교육학회 창립
차재원의 정치평설 [전체보기]
‘당원 중심주의’의 함정
비례대표 제도는 죄가 없다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오페라 와인
와인이란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바로크 음악
낭만오페라의 종언! 푸치니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꽃피는 부산항’에서
처음 보는 ‘무릉도원’
CEO 칼럼 [전체보기]
우리는 역사적 사명을 띠고 태어났다
드론으로 변화할 부산의 미래
  • 유콘서트
  • 국제크루즈아카데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