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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배가 떨어진다고 까마귀를 /조준현

당명·로고 변경보다 민심 왜 등돌리고 옛 정당에 진절머리, 원인부터 고심해야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2-02-12 20:41:32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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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잠시 한가한 틈이 나서 이리저리 TV 채널을 돌려보는데, 어느 외국 드라마에서 이런 말이 나온다. "통계 숫자가 밉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통계학자를 미워하지는 않는다." 경제가 어렵다 보니 요즘 통계 숫자만 보면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지만, 그렇다고 경제가 어려운 것이 어떻게 통계학자의 잘못이냐는 이야기다.

그런데 이런 코미디 같은 일이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있었다. 이승만 박정희 시대도 아니고 이른바 문민시대의 어느 대통령 후보가 당선되면 사퇴할 각오로 농산물 수입개방을 막겠다고 정책을 발표했었다. 나중에 농산물 시장을 개방하면서 그이가 한 말은, 어떤 비서가 그런 연설문을 작성했는지 조사해서 처벌하겠다는 것이었다. 농담이 아니고 실화다.

우리 속담에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는 말이 있다. 까마귀야 그저 제 볼 일 따라 날았을 뿐인데 하필 배가 떨어진 것이다. 그렇다고 까마귀를 잡아 족친다고 배가 다시 붙겠는가. 논리학에서는 선후 즉 인과의 오류라는 말이 있다. 먼저 일어난 일이 반드시 뒤에 일어난 일의 원인은 아니라는 뜻이다. 어떤 중요한 문제에 봉착해 어떤 대책을 세울 것인가를 위해서는 먼저 그 문제의 원인을 잘 살펴보아야 한다. 까마귀 날자 배가 떨어졌다고 까마귀를 탓할 것이 아니라 배가 떨어진 원인을 제대로 살펴야 한다는 이야기다.

어느덧 이명박 정부의 임기가 1년도 채 남지 않았다. 어느 정부든 임기 말이 되면 레임덕이라고 해서 이런저런 문제들이 많이 일어나는 법이다. 그런데 돌이켜 보면 지금 정부는 어떻게 된 영문인지 임기 첫날부터 바람 잘 날이 하루도 없었던 것 같다. 그 이유는 바로 이 정부의 높은 분들이 까마귀 날고 배 떨어지는 그 간단한 이치를 제대로 몰랐기 때문이다.

가령 정권 초기의 광우병 파동과 촛불 시위를 보자. 대통령까지 국민 앞에 나와서 청와대 뒷산에 올라 눈물을 흘렸노라고 고백했지만, 끝끝내 이 정부는 왜 평범한 엄마들이 유모차까지 끌고 거리에 나왔는지 이해하지 못했고 이해하려 하지도 않았다. 국민의 목소리에는 전혀 귀를 기울여 보려 하지 않고, 그저 일부 불순세력과 야당과 'PD수첩' 같은 언론의 악선전 때문이라고만 치부하고 말았으니 그야말로 애꿎은 까마귀만 불호령이 난 셈이다.

어디 그런 일이 하나둘인가. 청년실업 문제가 심각하자 누구라고 말씀드리기 민망한 이명박 대통령은 "창업을 하면 된다"는 이야기를 여러 번이나 했다. 경제가 어려워 취업이 안 된다는데 자본도 경력도 없는 청년들이 어디서 무슨 창업을 할까. 이건 마치 빵이 없으면 과자를 먹으면 된다는 이야기나 똑같다. 꿈과 열정만 있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이야기는 그저 듣기 좋은 덕담일 뿐이지 현실은 아니지 않은가 말이다.

그런데 청년실업 문제가 심각하다 보니 또 어떤 분은 반값 등록금보다 일자리 만들기가 더 중요하다는 말씀을 하기도 한다. 나도 일자리 만들기가 참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왜 여기서 난데없이 반값 등록금 이야기가 나올까. 반값 등록금은 이 대통령의 공약이기는 하지만 실제로는 해 본 적도 없는 제도이다. 설마 우리나라의 등록금이 너무 싸서 청년실업 문제가 심각하다는 말씀은 아닐 터이다. 배가 떨어지니 아예 날지도 않은 까마귀부터 탓하는 격이다.

어느덧 선거의 계절이 돌아왔다. 세상에서 불구경, 싸움구경이 제일 재미있다고들 하지만 나는 선거구경도 퍽 재미있게 본다. 우리나라 정치판이 거의 시정잡배들의 멱살잡이 수준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느 정당이 이번에 이름을 바꾸고 로고도 바꿨다고 한다. 그 로고가 왠지 목욕탕 표시 같다는 분도 있고, 빨간색은 '좌빨'의 상징이라고 비난하던 분들이 난데없이 웬 지적재산권 침해냐고 따지는 분들도 있는 모양이다.

아무렴 어떤가, 살다 보면 그럴 수도 있는 법이지. 다만 그 정당에 있는 높은 분들이, 왜 우리 국민들이 예전 정당의 이름과 로고에 진절머리 내는지 그 이유에 대해 제대로 고민하고 있는지는 통 모르겠다. 그런 다음에야 무슨 대책을 세워든 말든 할 일이거늘, 그저 이름을 바꾸고 로고를 바꾼다고 과연 민심이 달라질까 모르겠다. 까마귀를 족친다고 떨어질 배가 아니 떨어질 리는 없는 법이다.

참사회경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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