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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실정'으로 끝나서는 안 될 MB정권 /이만열

남북관계·통일문제, 대표적인 실패작…남은 15개월 동안 민의에 귀 기울여야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1-11-28 20:06:27
  •  |  본지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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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이 아직 15개월이나 남았는데, 이 정권에 대한 평가는 부적절하다. 더구나 '실정'으로 평가하는 것도 결례로 생각한다. 그러나 '실정'이란 말 밖에 딱히 다른 말을 발견할 수 없지만, MB정권을 위해 늘 기도해 왔다. 비전과 정직과 겸손으로 나라를 섬기며, 백성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도록 해 달라는 것이다.

이 정권이 서서히 속성을 드러내면서는 반민주적 행태와 반통일적·반평화적 자세, 반환경적·반생명적 태도를 변화시켜 달라고 기도하고 있다. 국민된 도리에서 그렇게 해 왔지만, 정작 이 정권은 자신의 그런 약점을 전혀 의식조차 하지 못한다. 자신의 과오를 전혀 성찰하지 못하는 이 정권에 대해 내면적으로 분노는 점차 증폭되고 있다. 이 정권은 출범할 때부터 비전을 제대로 제시하지 못했다. '747'을 거론했지만, 그걸 실천할 수 있다고는 그들 스스로도 믿지 않았다. 국민은 이제야 그것이 선거에서 표를 의식한 현란한 거짓이었음을 깨닫는다. "선거 때 무슨 말을 못하겠나"는 말은 그의 공약의 허황됨을 스스로 폭로한 셈이다. 그에게 공약은 공약(空約)에 불과한 것이었지만, 유권자들은 그것도 모르고 '747'의 달콤한 말에 속았다. 외국 기자가, 한국민은 경제를 살린다는 감언이설에 속아 부도덕한 지도자를 선택했다고 비아냥댄 것은 이 때문이다.

정직하지 못한 정권은 선거 공약을 뒤집고 집권 후에는 조삼모사로써 국민을 속인다. 대운하사업을 접겠다고 했으면 '4대 강 사업'에도 미련을 버려야 했다. '4대 강 사업'이 제발 후손들에게 재앙이 되지 않기를 빌고 있다. 부자감세를 밀어붙이면서 시장의 국밥집 할매를 찾은 것이나, 서민을 챙기겠다면서 복지예산을 삭감하는 것은 좌고우면, 면종복배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말로는 공정사회와 진실을 강조하면서도 정작 행동은 그렇지 않으니 불신은 당연하다. 공자는 무신불립(無信不立)이라 했다. 천하를 불신사회로 이끌면서 공정사회를 세우겠다면 이는 사상누각이다. 강한 군대, 유족한 경제와도 바꿀 수 없다는 것이 신뢰와 정직이라 했거늘, 조변석개가 다반사인 정권으로부터 어떻게 이런 신뢰를 기대하겠는가. 최근 발표된 고용통계와 관련, 기재부 장관이 '고용대박'이라 했다가 혼쭐이 난 데서 보여주듯이, 이 정권하에서 발표된 통계인들 과연 믿을 수 있을까. '무신불립'의 대가는 이렇게 엄청나다.

백성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MB의 모습은 오만의 극치다. 대학교수들이 집단으로 정권의 각성을 외치면 들은 척은 해야 지식인에 대한 예의다. '얼마든지 떠들어라, 나는 나의 길을 가겠다', '지껄여라, 제풀에 지치도록 하겠다'는 것이 그의 일관된 태도다. '내곡동 사저' 문제에 그만큼 여론이 들끓었으면, 그 백지화에 앞서 대통령의 솔직한 사과가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한 달에 몇 번씩 해외에 나가는 것을 두고 국민 정서가 어떠하리라는 것을 모르지 않을 터, 국고를 '탕진'하고 있다고 국민이 분노해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국민으로부터는 배척받고 외국에서 환영받는다"는, 지도자에 대한 이런 독설과 야유가 국민의 자존심에 얼마나 큰 상처를 주는지 정말 모를까.

남북관계와 통일문제는 MB정권의 실정을 대표적으로 드러낸다. '잃어버린 10년'을 매도하면서, '기다리는' '무전략'이 전략인 양 전략부재를 호도해 왔지만, 지금까지는 반통일·반평화 정권이라는 '오명'에 '종북세력'까지 만들어냈다. 평화보다 무력대결을 추동하는 정권은 무력통일론이 이미 입증된 실패작임을 모를까. 통일을 심모원려한다면, 군비도입에 막대한 예산을 '퍼주기'에 앞서 개성공단 활성화와 서해평화지대 확장에 공을 들여야 했다. 전쟁의 불안만 가중시킨 MB의 대결정책은 결과적으로 북한의 경제와 자원을 중국에 예속시켰다. 국방자주권 유예의 대가로 미국과의 무력시위를 끌어내고 '경제동맹'에 이르렀다지만, 무능국방과 한중관계 악화는 지워질 수 없다.

이 같은 '실정' 때문일까, 바빌론왕 벨사살의 최후를 예언한 신탁문자(다니엘 5장)를 떠올린다. "메네 메네 데겔 우바르신", 함량미달이어서 권좌를 옮기겠다는 것이다. 15개월은 개과천선에는 충분하진 않지만, '실정' 만회에는 짧은 시간이 아니다.

숙명여대 명예교수·전 국사편찬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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